‘김종인 비대위’는 이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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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는 이륙할 수 있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4.2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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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국위 열고 의결 시도…2016년 ‘김용태 혁신위 무산’ 재현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시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시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래통합당은 오는 2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자칫 2016년 제20대 총선 직후 있었던 ‘김용태 혁신위 무산’의 충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시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은 총선에서 참패한 후 혁신위원장에 김용태 의원을 선임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 했으나, 친박(親朴)계의 조직적 반발로 실패했던 바 있다.

 

유승민·홍준표 “스스로 강해져야”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다가오면서, 통합당 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대권 잠룡(潛龍)들은 ‘김종인 비대위’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23일 MBC <100분 토론>에서 “적당히 비상대책위원회에 맡기고 시간이 지나 대선은 와 있고 지난 총선에서 혼을 냈는데 또 이러고 있다면 보수 야당은 정말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왜 졌는지 알아내고 앞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알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외부 인사 선임을 통한 비대위 구성보다는 ‘자강론(自强論)’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소속 신분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26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김종인은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뿐만 아니라 노태우 수천 억 비자금 사건 관련 뇌물 전과 2범”이라며 “비상권도 주고 임기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는 등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상시대책위원장을 시켜달라는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통합당 3선 당선인 15명 중 11명도 27일 오전 국회에서 ‘3선 모임’을 갖고 “지도체제 문제는 향후 당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당선자 총회에서 개혁 방향과 내용에 총의를 모은 후 이를 바탕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당선자 총회를 먼저 개최한 뒤 전국위를 개최할 것을 지도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11명 중 반대는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정진석·하태경 “다른 대안 없어”


반면 ‘김종인 비대위’를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은 26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원들과 당선자들 다수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는 소수”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비(非) 영남 최다선 의원이 된 정진석 의원도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비대위원장으로 김종인 박사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나”라며 “그 분의 주장과 논리가 상식에 부합하다면 현재로서는 그를 거부하기 힘들다”고 했다.

재선 당선인 15명도 지난 23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최고위가 ‘김종인 비대위’로 결정했으니 더 이상 당에 분란을 만들지 말고 협력하겠다”며 “빠른 비대위 체제로의 개편에 재선 의원들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을 통해 3선 고지에 오른 하태경 의원 역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40대를 대선에 내세우겠다고 했다”며 “전 비록 50대지만 40대 기수론에 찬성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통합당에 파괴적 변화를 주문했고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74%가 우리 당에 세대교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통합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아들여 과감한 쇄신과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 증폭…전국위 열 수 있을까


이처럼 ‘비대위파’와 ‘자강파’ 간 갈등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비대위 무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권 주자들인 유 의원과 홍 전 대표는 물론, 3선 중진 의원들마저 반발하는 상황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순탄하게 출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2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40대 기수론’을 띄우는데, 이러면 유 의원이나 홍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분들은 전부 대권 꿈을 꾸기 어렵게 된다”며 “당권주자들뿐만 아니라 대권주자들도 미래가 없어지게 생겼는데, ‘김종인 비대위’가 쉽게 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다 보니 통합당에서는 2016년 제20대 총선 패배 직후 벌어진 ‘김용태 혁신위 무산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새누리당은 비박(非朴)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를 세우려다가 친박계가 반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바 있다.

2016년 ‘김용태 혁신위’ 출범을 주도했던 정진석 의원도 “일부에서 전국위가 열리면 김종인 비대위원장 선임에 딴지걸겠다는 말이 들린다. 지금 또 분열하고 싸우면 우리는 정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며 “저는 2016년 일부 정파의 전국위원회 보이콧을 참담한 마음으로 목도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우리 당은 스스로 궤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전국위원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앞선 관계자는 “그래도 2016년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또 한 번 국민들께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공멸한다는 공감대는 있다”면서 “일단 이륙은 시켜 놓고 그 다음에 치열하게 싸워보는 그런 그림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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