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수’에게는 ‘묘수’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보수’에게는 ‘묘수’가 필요하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4.29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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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보수 목소리 커진 통합당…중도 확장 위한 근본적 변화 시도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보수는 세 차례 선거에서 연달아 패하면서도, 중도 확장에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사오늘 김유종
보수는 세 차례 선거에서 연달아 패하면서도, 중도 확장에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사오늘 김유종

제21대 총선은 정치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보수 통합’에 성공한 미래통합당이 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넘기는 103석 획득에 그쳤다는 점은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마저 당혹케 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선거 결과 자체는 예측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는 탄핵 이전의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03%)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6.76%)를 합쳐 30.7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한국당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은 27.76%, 바른미래당은 7.81%였다. 4·15 총선에서 통합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이 33.84%였으니, 이번 선거 역시 ‘포스트 탄핵 체제’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그리 놀랄 것도 없는 결과다.

오히려 제21대 총선이 남긴 충격은 조금 다른 차원에 있다. 대선-지방선거-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3연패를 하는 동안, 국회 의석수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만한 ‘혁신’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는 ‘최대한 결집해도’ 35%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통합당은 단 한 번도 35%선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35%를 돌파하지 못하는 원인은 단 하나다. 중도 확장 실패다. 진보와 보수가 각각 30~3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30~40%가량의 중도 표심은 선거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왔다.

이렇게 보면, 보수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중도층을 이탈하게 만든 원인을 제거하고, 국민에게 어필할 만한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세 차례 선거에서 보수는 이 ‘상식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제21대 총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터진 차명진 경기 부천시병 후보 제명 사건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차 후보의 세월호 관련 발언은 정치적으로 중도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통합당 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 후보 논란이 터진 이후 수도권 지역 상당수가 박빙에서 열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차 후보로 인해 통합당 의석이 30~40석은 날아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알고 있었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제명 조치를 지시했고, 황교안 대표 역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인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마음의 고통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 지지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통합당 게시판에는 차 후보를 살려내라는 게시글이 폭주했다. 차 후보를 제명한 지도부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붓는 지지자도 많았다. 이를 의식했는지, 통합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차 후보에게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통합당의 고민을 정확히 관통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중도층은 ‘보수연합’에서 이탈했다. 개혁보수 세력들이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것은 ‘3당합당’ 이후 이어져왔던 보수연합이 분열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처럼 보수연합에서 중도가 빠져나가자, 자유한국당의 무게중심은 자연히 강성보수 쪽으로 이동했다. 당내에서 강성보수의 목소리가 커지면, 그들이 선출하는 지도부의 성향도 우측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습관처럼 반복된 한국당 지도부의 극우적 발언,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보수 결집’에 목을 매는 듯한 공천, 이준석 최고위원의 표현처럼 ‘유튜버에게 휘둘리는’ 정당의 모습은 모두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위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그렇다면 보수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조금 더 명확하고, 조금 더 어려워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수의 부활은 외연 확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세 차례 선거를 통해, 중도층은 강성보수 중심의 보수정당에게 표를 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즉, 지금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근본적 변화를 통한 중도 확장’이다.

그러나 중도적 성향을 가진 인물은 당권에 다가가기조차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통합당은 강성보수의 지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 묘수를 찾지 못한다면, 보수의 위기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든 것일지도 모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미래통합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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