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근로자의 날] 대통령의 언어 속 담긴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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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근로자의 날] 대통령의 언어 속 담긴 의미는?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5.01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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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많았던 ‘근로자의 날’
근로자 vs 노동자
근로자의 날 vs 노동절
5월 1일 vs 3월 10일
박정희‧전두환 ‘근로자’ vs 이승만‧문재인 ‘노동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과연 대통령들은 어떤 용어로 근로자의 날 혹은 노동절을 기념했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각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과연 대통령들은 어떤 용어로 근로자의 날 혹은 노동절을 기념했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각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근로자의 날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날짜와 명칭이 각각 두 차례씩 변동됐기 때문이다. 본래 5월 1일 메이 데이(May Day)로 불리던 기념일은 1958년 3월 10일 노동절로 처음 변모했다. 이후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명칭만 변경됐으나, 1994년 5월 1일로 날짜도 바뀌었다. 이것이 여전히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 혹은 ‘노동절’이라 부르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는 이유다.

근로(勤勞)는 ‘부지런히 일 한다’는 의미인 반면, 노동(勞動)은 ‘몸을 움직여 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 한다’는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두 단어는 확연히 다르게 사용돼 왔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국민을 강제 동원하면서 근로정신대로 불렀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제와 독재 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의미에서 명칭을 노동절로 바꿔 달라”는 국민 청원도 올라왔다. 2019년에 제안된 이 청원은 “1963년 박정희 정권은 노동자 개념 속에 내포된 노동자 의식을 희석하고자 근로자라는 용어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언어에는 크고 작은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다. 과연 대통령들은 어떤 용어로 근로자의 날 혹은 노동절을 기념했을까. 이에 <시사오늘>은 각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했다. 메시지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연설기록을 참고했으며, 키워드 분석에는 워드 클라우드를 사용했다.

 

 박정희‧전두환 ‘근로자’ vs 이승만‧문재인 ‘노동자’


실제로 매년 근로자의 날에 메시지를 남긴 대통령은 많지 않다. △이승만 전 대통령 1회(1959년) △박정희 7회(1964~1967년, 1969~1971년) △전두환 2회(1981‧1982년) △문재인 1회(2018년) 등 4명의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은 특별한 치사(致謝)를 남기지 않았다.

메시지를 남긴 4명의 대통령 키워드는 확연히 갈렸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근로자’를, 이승만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노동자’를 사용했다. 특히 문민정부 이후 근로자의 날로 날짜와 명칭이 변경됐으나, 문 대통령은 노동의 가치를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4년 근로자의 날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4년 근로자의 날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제5대 대통령 취임 이후 1972년 유신 체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단 한 차례(1968년)를 제외하고 매년 메시지를 남겼다. 7개의 메시지 가운데 가장 첫 번째 연설문을 분석했다.

근로자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근로자(8회)’보다 ‘경제(17회)’를 더 많이 사용했다. 그 다음으로 권익과 노동운동이 6회로 뒤를 이었으며, 생산(5회), 협조‧건설(4회) 등도 있었다.

그는 “불만족스러운 제반 여건 하에서도 우리들은 검약과 증산으로 하루 속히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도적인 경제적 시련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연설문을 통해 ‘근로시민’이라는 호칭을 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1981년 근로자의 날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전두환 전 대통령의 1981년 근로자의 날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제12대 대통령 임기 초반인 1981년과 1982년에 메시지를 남겼다. 두 메시지 가운데 가장 첫 번째 연설문을 참고했다.

그는 ‘근로자(22회)’와 ‘근로(40회)’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뒤이어 국민(11회)과 경제(9회), 기업인(6회) 등이 뒤를 이었다. 순서는 달랐으나 박 전 대통령과 키워드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근로시민’ 대신, 전 전(前)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그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더 많은 심신의 노고를 바쳐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 기업인과 근로자의 합심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59년 근로자의 날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59년 노동절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7년 노동절 기념일 변경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1959년 제1회 노동절 기념대회 치사를 남겼다. 

그는 ‘노동자(19회)’와 ‘노동절(8회)’를 가장 많이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과 달리, 공산당(5회)을 그 다음으로 많이 언급했다. 이는 5월 1일에서 3월 10일로 노동절 날짜를 변경하며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용어였다. 

그는 “5월 1일을 노동절로 정한 것은 공산당이 노동자들을 다 묶어서 공산당을 만드는 데 힘쓰기 위해서 한 것”이라며 “실상 노동자들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고 공산당이 선전으로만 해서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근로자의 날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근로자의 날 연설 키워드를 분석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워드클라우드 사용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근로자의 날 메시지를 한 차례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근로 대신 노동이라는 용어를, 근로자의 날과 노동절을 함께 사용했다. 

이를 증명하듯 메시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노동(26회)’이었다. 근로라는 용어는 개헌안 발의안을 소개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뒤이어 가치(8회)와 존엄(7회), 사회(6회) 등이 등장했다.

그는 “노동존중 사회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동기본권 강화를 포함한 개헌안을 발의했다”고 소개하며 근로를 노동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으며, “노동절은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역사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주52시간제 등을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키워줄 제도라는 메시지도 담아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1996년 근로자의 날(1996년은 4월 29일)에는 불교방송 개국 메시지를 남겼으며, 1996~1997년에는 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가 있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2001년 법의 날을 기념해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석가탄신일 봉축 메시지를 남겼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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