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트 코로나, 중소기업 적폐 청산해야
[기자수첩] 포스트 코로나, 중소기업 적폐 청산해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5.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업에 상생협력 강조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먼저 상생협력하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오늘(1일)은 근로자의 날(노동절), 정확한 명칭은 세계노동절(May Day)이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국제노동자협회 창립총회에는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 총파업'을 기념하기 위해 국제적인 노동절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 이날을 '노동절'로 삼았지만, 쿠데타를 통해 국정을 장악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노동절의 의미를 깎아내리고자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또한 날짜도 '한국노총 창설일(대한노총)'인 3월 10일로 무단 변경했다.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를 가로막으려는 비민주적 처사였다.

근로자의 날이 제 날짜를 되찾게 된 건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다. 1994년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근로자의 날을 다시 5월 1일로 변경했다. 당초 YS는 명칭까지 노동절로 회복시킬 계획이었으나 당시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영상 폭로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민낯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양 회장은 자신만의 제국에서 황제 노릇을 했다 ⓒ 뉴스타파 캡처
2018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영상 폭로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민낯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양 회장은 자신만의 제국에서 황제 노릇을 했다 ⓒ 뉴스타파 캡처

이처럼 힘든 시간들을 겪으며 노동자들이 쟁취한 근로자의 날이지만 이날을 온전히 누리는 노동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영세기업, 중소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근로자의 날 출근을 강권하거나, 본인 휴가를 쓰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취업지원서비스업체 잡코리아,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최근 노동자 34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9.1%가 근로자의 날에 출근한다고 답변했다. '회사 방침, 대표의 마인드'(36.7%)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는 대답이 대다수였다. 아울러 이날 출근한 노동자 대부분이 '별도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일할 것'(직장인 75%)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비슷한 기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규모별 근로자의 날 출근 비율은 영세기업(5인 미만 사업장) 48.4%, 중소기업(5인~300인 미만 사업장) 25.1%, 중견기업(종업원 300~999명) 23.8%, 대기업(종업원 1000명 이상) 22.2%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세기업, 중소기업들의 민낯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여론들은 보통 재벌 대기업을 적폐 중 적폐로 규정한다. 하청업체에 갑질을 일삼고, 단가를 후려쳐 등골까지 뽑아 먹으며, 오너일가는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지 노동의 질적인 측면에서, 노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진짜 적폐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들에게 착취를 당한 중소기업 오너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더욱 악랄하고 지독하게 착취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적폐 중소기업의 민낯은 코로나19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직장인 대상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매출 줄었다며 직원들 자르고 월급 동결하더니 사장이 자신의 가족과 친인척을 채용하더라', '직원들 월급은 삭감하고 대표가 가져가는 돈은 더 늘더라', '퇴직금 줄 돈 없다면서 외제차 뽑더라', '경력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낙하산으로 왔는데 알고 보니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정리된 사장 후배였다' 등 스타트업, 영세기업,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성토가 여럿 목격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은 최근 대기업을 향해 상생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상생협력과 혁신 생태계 구축 정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썩은 물에 맑은 물을 쏟아 부은들 그 물이 풍기는 악취가 과연 감춰지겠는가. 어느 정도 자정 작용이 이뤄진 뒤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야 그 물에서 풀도 나고 물고기도 헤엄칠 수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의 시대정신이 무엇이 될 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하나로 뭉쳐 서로 협력해 상생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혁신을 통한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쇠퇴의 운명을 맞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적폐 재벌 대기업을 개혁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적폐부터 스스로 청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부에 상생협력을 강조하기 전에 내부의 상생협력부터 이뤄야 한다.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불평하기에 앞서 우수한 인재들이 오고 싶은 근무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 직원들의 노력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을 이뤘다는 권위적 자만심, 내부 견제기능이 없다는 걸 악용해 노동자를 마치 노비처럼 부리는 전근대적 사고, 모두 바꿔야 한다.

아무리 많은 도움의 손길을 받더라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혁신을 꺼리는 중소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위기가 계속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