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키코 배상 또 연기 요청…금감원 권고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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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키코 배상 또 연기 요청…금감원 권고 거부?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0.05.07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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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 ⓒ뉴시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 ⓒ뉴시스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 판매에 대한 분쟁조정안에 대한 수용을 또 다시 미뤘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키코 피해 업체 배상을 권고 결정을 내린 이후, 5번째 연기 요청이다. 연이은 연기 요청에 사실상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6일 신한·하나·대구은행 등은 금감원에 외환파생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을 빚은 '키코사태'의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 연기를 요청했다. 배상 연기의 공식적인 이유는 지난 3월 사외이사가 바뀌고,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키코 배상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배상 시한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당시 결정에 따라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6개 은행 중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키코 분쟁 조정을 수용하고, 배상금 지급까지 모두 마쳤다. 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권고안을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남은 3개 은행(신한·하나·대구은행) 등은 배상연기 요청을 하면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키코 분쟁조정안은 '권고안'에 그치기 때문에, 개별 은행들이 금감원의 배상액 결정을 거부하더라도 강제하거나 제재를 주지 못한다. 또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시효(10년)가 끝난 사안이기에,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키코 피해기업에 배상을 하게 되면, 배임죄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피해기업에 손해액을 지급할 수 있는 법상 소멸시효가 10년인데, 키코 사태는 이미 그 기간을 넘겼다. 몇몇 은행은 법적 근거가 없는 배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인 형법상 '배임죄'를 근거로 지급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일례로 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업무상 배임 혐의가 발생할 우려를 들어 금감원의 권고안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씨티은행의 경우 피해기업 배상 대상인 일성하이스코를 과거에 지원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일성하이스코가 회생절차를 밟을 당시, 씨티은행은 권고액인 6억원을 초과하는 규모로 채권을 감면해 줬다.

이와 관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사회에서 따져 (경영상 득실을) 판단하면 되는데, 경영 판단도 없이 배임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면서, "이사들의 어떤 이기적인 것과 관계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한편, 키코사태는 지난 2007~2008년 수출기업들이 외환파생상품인 키코 상품에 가입해 큰 손해를 입은 사건이다. 이 상품은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환율이 급등하면 고객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달러가 폭등하면서, 키코 계약을 한 기업들은 3조 3528억원(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추산)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당시 은행들은 기업들에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팔았고,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 배상 권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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