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투자단어장④] 22조 넘긴 ABS, 왜 발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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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투자단어장④] 22조 넘긴 ABS, 왜 발행할까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5.08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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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화자산 관리·운용·처분 통한 수익·차입금 활용…원리·배당금 지급
하나·우리·신한카드, 해외 ABS발행…회수 불확실성으로 조기상환 위험
ABS 발행 증가 전망…정기예금·카드대금채권·오토론 유동화 수요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최근 ABS 분기별 발행추이(단위 : 조원) ©금융감독원
최근 ABS 분기별 발행추이(단위 : 조원) ©금융감독원

올해 1분기 자산유동화증권(Asset-Backed Securities, 이하 ABS) 발행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1.9% 늘어나면서 발행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동화자산 관리·운용·처분 통한 수익·차입금 활용…원리금·배당금 지급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ABS 발행금액은 2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9조8000억원에 비해 12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도 2조6000억원이 증가했는데, 금감원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이하 MBS) 발행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유동화'란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이하 SPC)인 유동화전문회사(또는 신탁업자)가 자산보유자에게 유동화자산(부동산, 채권 등)을 양도받은 후, 이를 기반으로 ABS를 발행하고 유동화자산의 관리·운용·처분에 의한 수익이나 차입금 등으로 ABS의 원리금 또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행위 등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산보유자들이 현금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동산이나 채권을 통해 ABS를 발행·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SPC인 유동화전문회사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가 만드는 '페이퍼 컴퍼니'를 뜻하며, ABS 발행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설립된다. 

법이 가리키는 '자산보유자'에는 은행을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들이 포함된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주택도시기금을 운용·관리하는 자도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번 ABS의 증가에 영향을 끼친 MBS도 주택도시기금을 운영하는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으로부터 양도받은 주택담보대출채권이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조1000억원이 증가한 17조9000억원이 발행됐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정부가 추진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변경된 예대율 규제 등이 MBS 발행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영업점에 마련된 '서민형 안심전환 대출' 전담창구에 고객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영업점에 마련된 '서민형 안심전환 대출' 전담창구에 고객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하나·우리·신한카드, 해외 ABS발행…조기상환 리스크 발생할 수 있어 

또한 ABS는 은행 및 금융사, 일반 기업들도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3개월간 하나·우리·신한카드 등 카드 3사는 해외 ABS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나카드의 경우, MUFG(Mitsubishi UFJ금융그룹)은행과 HSBC은행의 공동주관으로 3억달러(약 3477억원)규모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카드는 글로벌 은행인 Societe Generale을 단독 투자자로, 2억7000억달러(약 3300억원)규모로 발행했으며, 신한카드는 4억달러(약4872억원)의 ABS를 MUFG은행, DBS은행의 주관으로 발행했다. 

세 카드사 모두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했으며, 하나카드와 신한카드는 평균 만기 3년, 우리카드는 평균만기 3년 6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ABS를 발행했지만, 조기상환 위험에 처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대한항공은 장래매출채권(여객운임)을 기초로 약 6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매출 저하는 물론 투자자도 생기지 않아 자금 조달에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임채권 ABS 신용등급을 A-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하향 사유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신탁원본 회수실적이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했다"면서 "회수실적 저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회복의 시점 및 속도에 관한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ABS원리금 상환의 안정성이 일정수준 저하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ABS에 대한 조기상환 리스크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안정적인 자금조달 방법으로 선호됐던 ABS발행이 매출의 악화로 '악재'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자금난에 봉착한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 본사 전경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우리카드 본사 전경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ABS 발행 증가 전망…정기예금·카드대금채권·오토론 유동화 수요 주목 

ABS 발행의 증가는 올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감원은 ABS에 영향을 끼치는 MBS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발행이 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올해 2분기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한국신용평가 박신욱 연구원도 올해 2월 '2019년 자산유동화증권 시장 분석 및 2020년 전망' 보고서에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우선 "올해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 자산군 별로 환율 등 기타 시장 외생변수, 정부의 정책방향, 유동화 참여기관의 자금조달 수요 등에 따라 발행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강화된 예대율 규제 등으로 국내 은행들의 정기예금 유동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전망이고 커버드본드(금융기관이 자금조달을 위해 주택자금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카드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레버리지비율 규제에 대한 준수 등을 목적으로 하는 카드대금 채권 유동화 및 오토론 유동화에 대한 수요도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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