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美-中 무역전쟁 위기와 한국 經濟
[이병도의 時代架橋] 美-中 무역전쟁 위기와 한국 經濟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5.0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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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新냉전’…실사구시가 살 길
수출 통제로 갈등 재점화
'일촉즉발', 무력충돌까지 언급
세계 경제 회복 결정적 악재(惡材)
새 암초, 국내 주력산업 타격 우려
대결심화 속 파장에 대비해야
‘수출 코리아’, 정부·기업 비상한 각오 필요
위기·불확실성 극복 외교·경제 대책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책임론을 두고 정면충돌하기 시작했다. 

두 대국의 자존심과 체면을 건 대립이 심상치 않은 단계로 돌입한 양상이다. ‘제2의 미중 무역 전쟁’ 위기로 옮겨 붙을 기세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수출과 경제에 치열한 타격이 우려된다. 

전쟁의 두 축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로 볼 수 있다. 

심각한 것은 두 강대국의 갈등이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싸움의 전초전이라는 점이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지만, 이번 위기는 결이 다르다. 

불똥이 앞으로 얼마 동안, 얼마만큼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新냉전에 불확실성까지 겹친 판국이다. 세계경제 회복엔 결정적 악재다. 

심지어 양국 간 무력충돌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일각의 경고 보도도 잇따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단순한 냉전을 넘어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 코로나19 확산으로 1989년 톈안먼사태 이후 전 세계 반중(反中) 정서가 최고조에 달해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가속화하고 있다.ⓒ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가속화하고 있다.ⓒ뉴시스

불확실성 확대 전망 

세계경제는 새로운 암초를 만난 국면이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설령 무력충돌까지는 아니라도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발원의 책임을 묻겠다며 중국에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자, 중국도 코로나19 의료장비 수출 연기나 대미 관세 인상 등 ‘보복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나라간에 향후 2단계 무역협상이 불가능하게 되면 경제제재와 수출통제가 뒤섞인 신경제 냉전 상황이 그대로 도래한다. 그만큼 세계경제에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한 해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미중 간 무역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미중이 출구 없는 고래싸움을 다시 벌이면 세계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은 자명하다. 

2차 무역전쟁이 실제 발발하면 지금 예상보다 더 달라지고 더 오래 끌 것이다. 경제전쟁 그다음의 기술전쟁과 금융전쟁까지 미리 계산해야 한다. 

경영환경 최악…종합대책 긴요

‘경제냉전’ 속에서는 실사구시 전략이 살 길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무역전쟁까지 겹친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영환경이다.

한국경제는 이미 내수 침체에다 글로벌 경제 위기, 저유가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다 미중 변수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보복 불똥이 자칫 우리 기업으로 튈 우려가 크다.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해외로 확장한다면 반도체 등 한국 주력산업에는 또 하나의 충격파가 될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초대형 악재가 추가되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미 코로나19로 4월 수출은 전년대비 무려 24%나 급감했고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경제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도록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분산시키는 전략을 펴야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던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한미동맹을 분명히 하면서도 중국과도 가깝게 지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미·중 사이에 끼여 경제가 몇 차례 몸살을 앓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로 인해 그랬고, 미·중 무역갈등 때문에도 그랬다. 더한 상황이 다시 닥쳤다. 현명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할 외교·경제·정치적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고차원적이고 유연한 외교전략을 통해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과 손을 잡아야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수출규제는 신(新)냉전 전주곡

현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연일 부각하고, 중국은 억측이라고 강한 반발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방안으로 중국의 ‘주권 면제’ 박탈을 통한 중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비롯해 중국 채무 일부 무효화, 새로운 무역 정책 도출 등을 거론했다.

중국이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와 관련,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enormous evidence)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중국 CC-TV는 연일 “사악한 폼페이오가 독을 뱉어내며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고 거칠게 반발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조정과 함께 보호주의 득세, 통상분쟁 격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는 그 전주곡일 가능성이 크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했는데, 이제 생산망으로까지 확장함에 따라 경제 신(新)냉전이 본격화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화웨이 견제를 위해 삼성이나 노키아 육성론이 미국에서 제기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할 정도로 마찰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곧 경제냉전 현실 진입 기류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책임을 중국에 물으며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관세부과를 시사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코로나19 관련 의료장비 수출을 연기하거나 관세 인상 등 보복카드를 꺼낼 태세다.

미국이 대중(對中) 관세카드를 꺼낸다면 곧 경제 냉전으로 진입할 기류다. 

미·중 간 1차 합의 타결 3개월이 지난 지금,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어 협정 내용을 지키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압박하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중국이 밖에서 민간용 첨단제품을 수입해 군사적 용도로 전용한 사례가 많았다는 게 미 정부의 인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기존 1단계 무역합의를 폐기하고 나설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다. 중국이 1단계 무역협정에 포함된 미국 상품 2000억달러(약 245조원) 구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공세를 펼친 것이다.

초대형 악재로 2·4분기 기업환경 악화

현실은 엄혹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관행과 통념, 전통적 위기관리 매뉴얼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아가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중국 때리기를 본격화할 경우 코로나 사태로 이미 수출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타격을 입은 한국으로서는 또 하나의 초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본격적인 한국의 수출 부진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코로나 확산이 멈추더라도 수출길이 안 열리면 경제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 폭이 늘어나면 내수는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겠지만 미국, 유럽, 중국, 아세안 등 주요 수출 대상국들이 코로나의 한복판에 있거나 후유증이 커 버팀목인 수출은 언제 살아날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간 관세 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 있는 것은 매우 큰 위험 요소다.

기업 10곳 중 4곳이 1·4분기에 깜짝실적을 기록할 만큼 선방했지만, 2·4분기에는 기업 환경이 그 만큼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패권 줄다리기

세계가 다시 갈라지고 있는 탓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은 “코로나19가 지난해 11월 발생했음에도 중국이 은폐해 사태가 커졌다”고 맹비난했다. 

중국은 반대로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퍼뜨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급기야 각국은 중국을 상대로 총액이 무려 26조 달러(3경20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결사항전의 태도로 맞서고 있다. 중국은 “어리석은 소송으로 조롱을 자초한다”고 평가절하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폼페이오 장관의 코로나19의 중국 발원설 주장에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증거도 없이 미국이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무역전쟁을 벌이며 격하게 맞섰다. 글로벌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견제하려는 미국의 줄다리기였다. 

현재 말이 오가는 모양새를 보면 양국 간 설전으로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력충돌은 아니라 해도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대규모 미국 제품 구매 등 합의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정치적 이해로 허물어진 1차 합의 

정치적 배경도 주목된다.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제기된 코로나 늑장 대응 같은 비판을 ‘중국 책임론’으로 가리려고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코로나 초기 대응 실패로 실추된 리더십을 만회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두 강대국 모두 힘 겨루기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덕에 겨우 도달한 미·중 간 1차 합의는 다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허물어진다. 미국은 중국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 관세를 물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도 중국에 책임을 묻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연거푸 취하자 미국은 “WHO 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은 주식시장이 꺼진 틈을 타 서구의 유망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려 함으로써 미국과 유럽 각국의 심기를 자극했다. 

미 행정부는 이미 첨단기술 품목을 중국에 수출할 때 ‘군용(軍用) 허가’를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출 규제조치를 내놨다. 수출 전에 국가안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군용상품 리스트에 반도체 통신장비 등 첨단제품을 추가한 데다, ‘군용’의 정의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 국가는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이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보복조치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러시아산 소고기 1차 물량을 수입하는 등 중러 간 결속을 과시하며 미국에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은 중국 책임론을 따지자고 동맹국들에 요청하는 한편 중국에 의존하던 공급망 탈피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 내 생산기지를 미국이나 제3국으로 옮기는 미국 회사에 세금 혜택을 주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과 새로운 ‘생산 동맹’을 맺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출 통제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1단계 미·중 무역합의에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제3국 기업이 미국 밖에서 중국에 수출을 하더라도 미국 지식재산권이 포함된 경우 수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 불확실성 

이번에 무역전쟁 재발 가능성에 직접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1조 달러(약 1200조 원)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고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 불안감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1조 원어치나 팔고 나갔다.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고 있고, 경제 활동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온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자칫 경제 봉쇄가 길어지고 환율·무역갈등까지 벌어지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수출전선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출이 살아난다는 신호는 찾기 힘들다.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미·중 관계 거대 변수 주목해야

해외에서 버는 돈이 훨씬 많은 '수출 코리아'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수출이 대폭 줄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19가 직접적 원인이다. 2∼3월엔 대중국 수출이 부진했으나 4월엔 미국·유럽·아세안 등 전 지역 수출이 크게 줄었다.

올 4월 실적은 작년 4월에 비해 23%나 급감했고, 무역수지는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를 나타냈다. 

이것도 경제 하강의 시작일 뿐이다. 팬데믹으로 국경폐쇄와 이동제한 등의 '대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와 서비스업에 집중됐던 충격이 생산과 수출, 제조업, 투자 쪽으로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로서는 코로나19 진정 이후에 미·중 관계가 거대 변수가 된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 등 경제적 목적 외에 중국 견제라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할 것이다. 생산활동 복귀가 상당 부분 이뤄진 우리나라는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전략적 선택을 강요당할지 모른다. 

긴박한 상황이므로 정부는 기업 규제 완화의 대상과 폭을 과감하게 넓히고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노동 분야의 개혁은 더욱 절실하다. 최근 8년간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2.67% 증가하는 데 그쳐 종전 8년의 4.6%에서 수직 낙하했다. 

민관 유기적 대응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로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업종별·시장별 세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시나리오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 유리한 업종과 중국 시장을 활용해야 하는 업종이 있는 만큼 민관이 유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까지는 미중 간 갈등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출선 다변화나 내수진작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까지 이슈화할 미·중 패권 경쟁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변수와 함께 역세계화 등 패러다임에도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중국 배제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의회의 반중 기류는 초당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대중 무역의존도를 낮추며 친중 편향 정책도 재조정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기준 삼아야

정부나 재계 모두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절실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한국 입지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미국 중심의 안보·경제·가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이외의 대안은 없다. 

정부는 통상압력 고조 등 코로나 이후 새롭게 부상하는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미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기업으로서도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경제정책 방향이 더없이 중요하다. 올바른 정책이란 바로 친(親)기업 정책이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노동유연성 등을 확보하는 것이 최악의 실적 '쓰나미'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정책은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정략적 계산을 앞세우거나 이익단체들의 눈치를 보면 경제정책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오직 기업 경쟁력 강화를 기준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형 뉴딜이 성공하려면 4차 산업을 비롯한 전 산업의 각종 규제들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내수시장을 튼실하게 키워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신과 기술인력 양성은 필수다. 또 40%에 달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인도·유럽 등으로 다각화해야 한다. 

재계가 요청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환경 관련 규제의 한시적 폐지도 필요하다. 특히 원격진료와 로봇 등 ‘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규제는 한시가 아니라 영구적으로 폐지돼야 한다. 

한국은 자유시장경제 국가로는 가장 앞서 코로나 위기에 전면 노출됐지만, 극복 역시 가장 빨리 이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코로나 비상 대응 과정에서 한국의 정보기술(IT) 경쟁력이 세계에 더욱 각인됐고, 진단 키트 등 바이오 산업 역량도 최고 수준임이 입증됐다. 올바른 방향의 경제 정책만 시행하면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그러나, 눈앞에 닥친 실업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면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라는 찬사도 허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업 충격은 덜면서 수급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성장과 선순환하는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어쩌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재정에 의존해 단순히 일자리를 지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허약해진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제 흐름이나 시대 변화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불안 요소가 많다. 그럴수록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당장은 적극적 소비 촉진을 통해 내수 경기를 살리고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의 사기를 북돋우는 작업이다. 길게는 보호무역 색채가 더욱 강해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출 환경에 맞춰 내수 비중을 높이고 수출 시장을 중국과 미국 중심에서 동남아 인도 유럽 등으로 다각화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국민을 수수방관할 수도 없다. 우리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제 이재민을 구해야 하고 그러려면 장기적 안목에 기반한 전략이 있어야만 한다. 가능하다면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복지 시스템으로의 리모델링을 시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을 내각에 지시했다. 국가적 지혜를 결집해 고통의 터널을 뚫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역사적 경기 부양책을 내놓길 고대한다. 

G2, 글로벌 경제회복 공조 시급

G2 국가를 자임하는 미·중의 코로나19 갈등은 무책임하다. 각국의 노력에도 2차 대유행이 올 가능성은 높고, 그사이 인류는 공포 속에 불안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미·중 충돌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 정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미·중은 갈등 조장 행위를 멈추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지금은 방역은 물론 경제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글로벌 공조가 필요한 시기다. 여기에 미·중 마찰이 더해지면 자칫 자유무역 속에서 성장한 세계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두 강대국의 책임이 실로 크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빨리 개발해 공평하게 분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중국 발원설을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확보한 증거를 공개해서 입증해야 한다. 중국도 코로나19 의료장비 수출 연기나 대미 관세 인상이라는 ‘이에는 이’식의 대항보다는 우한 발원설은 물론 최초 발병 시기 은폐 의혹 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세계로 번지는 반중국 정서를 막는 길이다.

세계는 두 나라가 손잡고 정보를 공개하며 글로벌 경제 회복에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은 코로나19에 따른 대중의 분노를 중국으로 돌리는 것”이라면, 자신의 재선을 위해 세계 경제를 희생양 삼는 모험은 그만둬야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시종일관 코로나 국제 공조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유감스럽다. 세계보건기구 지원 중단을 선언한 건 하나의 사례다. 세계 40개국과 독지가들이 ‘코로나19 온라인 회의’를 열어 백신·치료제 개발에 82억달러(약 10조원)를 모금했지만, 미국은 불참했다.

중국 정부도 감정 섞인 반박만 할 일은 아니다. 전 세계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한다. 그간 중국 정부가 발원지부터 최초 감염자 발생 시점, 확진자 통계 등 코로나19 정보를 왜곡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양국의 협력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코로나 종식 전까지는 세계의 경제불안을 가중시키는 대결과 마찰을 중단해야 한다.

산업·통상 환경 변화 대책에 만전을

세계가 팬데믹 극복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미중 갈등을 예의 주시하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동원한 대책은 '긴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바이러스가 초래한 미증유의 국난을 전화위복으로 돌리기 위한 공격적 방책을 찾아야 한다. 재정이라는 한쪽 날개로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민간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수출이 장기간 위축되면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과감하고 세밀한 지원으로 기업을 뒷바라지해야 한다. 

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경제가 유례를 찾기 힘든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사과를 계기로 노사 화합과 상생 경영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비대면(언택트:Untact) 비즈니스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탈(脫) 세계화, 보호무역의 심화 등 급변할 글로벌 산업·통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대책이 무엇보다 긴요함을 강조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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