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김종인發 ‘40대 기수론’, 현실성 있을까
[시사텔링] 김종인發 ‘40대 기수론’, 현실성 있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5.12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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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이철승 있던 1969년…인물난 겪는 통합당 모델로 적합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1969년의 40대 기수론과 2020년의 40대 기수론은 그 내용이 전혀 다르다. ⓒ시사오늘 김유종
1969년의 40대 기수론과 2020년의 40대 기수론은 그 내용이 전혀 다르다. ⓒ시사오늘 김유종

요즘 정치권의 ‘핫 이슈’ 중 하나는 ‘40대 기수론’입니다.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4월 2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게 발단인데요. 이 발언 이후 여의도에서는 ‘40대 기수’ 후보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통합당에서 ‘40대 기수론’이 흘러나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1969년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통합당은 갈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면서 국민에게 전혀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당시 신민당은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을 막지 못해 무기력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유진오가 쓰러지고 ‘사쿠라’라는 비판을 받던 유진산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었죠.

바로 이런 상황에서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승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 신민당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젊고 스타성 있는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국민에게 존재 의미 자체를 의심받던 야당이 박정희 정권의 대안 정당으로 부활한 거죠. 제19대 대선과 제7회 지방선거, 제21대 총선까지 세 차례 연속 참패한 통합당 눈에 1969년 신민당의 ‘40대 기수론’이 들어온 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꺼낸 ‘40대 기수론’이 1969년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1969년 YS의 경우, 40대 초반의 나이에 3선 의원이자 원내총무를 지낸 정치인이었습니다. 3선 개헌 반대 운동을 벌이다가 질산 테러를 당하는 등, 국민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활동도 적지 않았습니다. 40대라고는 하나, 이미 당내 세력을 구축한 중진이자 국민적 인지도를 지니고 있었던 거죠.

이철승도 1969년에는 이미 3선 의원으로서 중진급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고, 재선이었던 DJ 역시 초선 시절부터 최장시간 국회 연설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정계의 주목을 받은 ‘스타 정치인’이었습니다. 이처럼 오랜 정치 경험으로 당내 세력을 갖추고, 국민에게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40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경쟁을 벌이다 보니 ‘40대 기수론’도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통합당에서는 당내 세력은커녕 국민에게 이름이 알려진 40대 정치인조차 찾기가 어렵습니다. 애초에 40대 국회의원 자체가 드물고, 당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한 중진급은 전무한 탓입니다. 1969년 ‘40대 기수론’의 성공 비결이 YS와 DJ, 이철승이라는 ‘인물’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통합당이 ‘40대 기수론’을 꺼내든 것은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1969년 신민당에서 ‘40대 기수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YS와 DJ, 이철승처럼 경험 풍부하고 역량 있는 정치인들의 집합에 ‘40대 기수’라는 라벨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텅 빈 그릇에 ‘40대 기수’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내용물을 찾아 나선 모양새입니다. 50년 전과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다른 김종인發 ‘40대 기수론’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미래통합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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