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는 경제기자④] 영화 ‘작전’으로 보는 ‘주식 불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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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는 경제기자④] 영화 ‘작전’으로 보는 ‘주식 불공정거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5.15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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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긍정적 이슈 만들어 주가조작…2018년 돈스코이호 사건    
시세조종 위한 우회상장·통정거래 등장…자본시장법 등으로 처벌
‘미공개정보 이용’, 최근 몇년간 증권가서 종종 발생…‘도덕성 논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경제'는 영화의 좋은 소재 중 하나다. IMF를 다뤘던 '국가부도의 날'이 그랬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빅쇼트'도 호평을 받았다. 또한 주가조작 사기극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빠른 전개와 스토리로 한눈 팔 겨를 없는 영화로 손꼽힌다. 여기에 최근 넷플릭스를 필두로한 OTT의 공세로, 이제 관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영화,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매주 일요일에 만나는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처럼 화려한 언변(言辯)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을 법한 궁금증과 상상을 기사로 소소하게나마 풀어준다면 독자들은 '경제' 소재의 영화를 더욱 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금융·경제를 다룬 영화에 대한 나름의 리뷰를 시작한다. 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며, 다소 진지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기 바란다. <편집자주>

영화 작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영화 작전 스틸컷 ©쇼박스

지난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작전'은 잘 짜여진 영화다. 신인감독의 첫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구성에, 액션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연기는 볼만하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던 탓일까. 영화 초반부의 긴장감과 흥미는 후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래도, '박쥐', '마더' 등 실험적인 영화가 개봉했던 2009년,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잇따라 수상하고 전국관객 153만명을 동원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받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굵직한 사건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배우 故박용하(강현수 역)가 주식에 뛰어들기 위해 길거리에서 카드를 발급받는 장면은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이른바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주인공이 망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닷컴버블'도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나레이션으로 설명하고 있다. 

거짓으로 긍정적 이슈 만들어 주가조작…2018년 돈스코이호 사건    

이 영화는 가상의 기업 '대산토건'이 '수질 개선 박테리아 연구'를 하고 있는 벤처기업 '한결'을 인수하는 과정을 큰 흐름으로 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소위 '작전'이라고 불리는 '주가조작'은 보통 '개미(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주가조작(시세조종)을 '특정 주식의 주가를 조작해 개인투자자들이 조작된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면 사전에 낮은 가격으로 사들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미디어(뉴스)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긍정적인 이슈인 것 처럼 퍼뜨리는데, 이렇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는 증가하고 해당 기업의 주식은 오르게 된다. 이후 작전 세력은 특정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당시 신일그룹이 금괴 150조원 어치가 실려있는 돈스코이호를 발견·인양하겠다고 주장한 사건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특히 인양과정을 담당한 제일제강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수상하게 여긴 금융당국은 상한가 과정에서 주가조작이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고, 결국 다수의 불공정거래 등이 적발돼, 관련자들을 지난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후 관계사의 전 대표는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라임자산운용펀드 자금이 투입된 상장사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해당 회사의 주가를 조작해 이득을 본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세조종행위 관련 우회상장·통정거래 등장…자본시장법 등으로 처벌

또한 이 영화에는 '우회상장'과 '통정거래'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우선,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 합병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장하는 방법으로, 비상장 기업은 간소한 절차나 비용으로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기존 상장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는 신규상장 요건을 회피하거나 부실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문제도 갖고 있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심지어 우회상장 과정에서 합병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방해하고 보유지분을 고가로 매각하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등 여러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사건을 촉발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은 실제 금감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조사한 바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개념은 '통정거래'다. 영화에서는 배우 故박용하(강현수 역)와 김무열(조민형 역), 김준성(라이언 최 역)이 술잔에 각각 술을 더 부으면서 통정거래의 개념을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통정매매란 특정 주식의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 오인케 하기 위해 상대방과 사전에 약속하고 주식을 매매하는 형태를 뜻한다. 당사자들이 사전에 가격과 시간을 미리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것으로, 앞서 살펴본 영화 '돈'에서도 이 방법이 등장했다. 

금융감독원 외부 전경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금융감독원 외부 전경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미공개정보 이용'…자본시장법 위반, 유기징역 또는 벌금 최대 5억원

금감원은 아울러 '미공개정보 이용(내부자거래)'에 대해서도 불공정거래로 규정짓고 있다. 이는 영화 '작전'의 '김무열(조민형 역)'과 영화 '돈' 초반 유지태(번호표 역) 정보를 넘긴 배우 김강현(김대리 역)처럼 회사 내부의 임직원, 주요주주들이 중요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식매매에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회피한 경우를 의미한다.

여러 정보가 쏟아지는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되지만, 역설적으로 업계 내에서는 최근 몇년간 '선행매매'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에는 A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가 기업 리포트를 배포하기 전 지인 명의로 주식을 사둬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지난 12일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문 대표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렇다면 주식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은 어떨까. 우선 자본시장법에는 앞서 언급했던 '시세조종행위'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의 범위와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자본시장에 정통한 모 변호사는 15일 전화통화에서 "주가를 조작하거나 내부 정보를 통해 주식에서 부당이득을 취득할 경우, 행위 시점 전후를 통해 위반 유무를 자세히 따져봐야 하겠다"면서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게 된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5배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손실액을 산정하기 어렵거나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 벌금 상한액은 5억원까지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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