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이터 경제와 개인 프라이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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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이터 경제와 개인 프라이버시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0.05.15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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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손쉽게 이용·분석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 열려
개인 사생활 관련 논의 부족…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돼
기술혁신 과정에서 기본권 보장 제도와 공론의 장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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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데이터 경제' '기술과 혁신'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전환 시계가 더욱 빨리 움직이고 있다. 혁신적인 변화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기대감이 감돌고 있지만, 동시에 뒤따라 오는 문제도 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다.

한국은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는 개인 프라이버시 제한에 대한 용인범위가 넓은 사회인 듯하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세세한 동선이 전국적으로 공개되는가 하면, 개인의 통신정보, 카드이용내역 등 개인 데이터를 통해 누가 해당지역을 방문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월 데이터3법의 국회 통과로 개인 데이터를 기업들이 손쉽게 이용·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른바 데이터 경제 시대다. 개인 데이터를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가 지난 11일 공식 출범했으며, 분산되어 있는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관리·통제하는 '마이데이터' 산업도 활성화될 조짐이다. 데이터 3법을 통과시킨 국회와 정부는 개인 데이터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가명정보를 이용하기에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중요시 하는 독일 등 여러 유럽국가와 비교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독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의 개인정보 처리문제, 통신 정보 활용 등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코로나 19 대응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능하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통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독일 개인정보호 위원회 측은 "우리는 디지털 기술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디지털 기술로 자유주의적 법치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기술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국은 어떠한가? 유럽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에서 기술 혁신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기본권 제한에 대한 논의는 미비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개인의 사적 정보를 활용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크지 않다. 정부가 국민 개인의 정보를 이용해서라도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면, 기꺼이 사적 정보를 내놓을 수 있다는 마음이다. 

또 데이터3법이 입법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4차산업 혁신과 발전을 위한 방향이라는 긍정적 기대감이 더 높았다. 소수의 시민단체에서만 반대 입장을 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 직후 "인간성의 일부인 개인정보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넘겨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우리 헌법 제 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데이터 3법은 개인의 동의 없이 은밀한 데이터가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고, 데이터 이용의 부작용은 실질적 피해 전에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에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이 때문에 관련 입법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관련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더욱 필요한 분야다.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 디지털을 주축으로 한 한국형 뉴딜 정책은 환영할 만하다. 한국이 디지털 전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효과적 디지털 전환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제도적 변화가 신속하게 이뤄지다보니,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인권 존중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혁신도 좋고, 발전도 좋지만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담당업무 : 은행·저축은행·카드사 출입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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