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호남] YS처럼…“닫힌 문은 5‧18 공감에서 비로소 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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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호남] YS처럼…“닫힌 문은 5‧18 공감에서 비로소 열릴 것”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5.1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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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문 열어준 보수 정치인…김영삼, 이정현, 정운천
이정현 “호남의 상처는 감싸는 것이지 들쑤시는 게 아냐”
정운천 “통합‧한국당 통합 조건, 5‧18과 호남 배려 검토”
통합당 청년 비대위, 5‧18 기념식 참석 논의 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보수는 여태껏 ‘호남’이라는 문을 외면해왔다.ⓒ시사오늘 김유종
보수는 여태껏 ‘호남’이라는 문을 외면해왔다.ⓒ시사오늘 김유종

보수가 자의든 타의든 닫은 문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호남’이라는 문이다. 문은 두드려야 열린다 했다. 하지만 보수는 문을 두드리기는커녕, 호남이란 문 앞에 똑바로 서는 것조차 주저해왔다. 대신 그들이 택한 건 먼발치에서 문을 향해 돌을 던지는 일이었다.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종명)”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김순례)”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돼.(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2월에 열린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 초청된 사람은 “광주 민주화 운동 참가자들은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공작원(광수)”이라 앞장서 주장해온 지만원씨다. 9월 명예훼손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은 지씨는 게시물(광수 시리즈)을 삭제했지만, 그의 주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 지금도 광수 시리즈의 5‧18 왜곡‧폄하 내용이 재생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호남이 문 열어준 보수 정치인…김영삼, 이정현, 정운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부단히 두드려 호남이 문을 열어준 보수 정치인들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5‧18이란 호남의 상처를 보듬었던 정치인이었다.ⓒ김영삼 자서전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5‧18이란 호남의 상처를 보듬었던 정치인이었다.ⓒ김영삼 자서전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5‧18이란 호남의 상처를 보듬었던 정치인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시절 광주 사태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처음 명명하고,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또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재판장에 세우고, 5‧18 특별법을 제정한 것도 그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1983년 5‧18 3주기에 전두환 정권에 맞선 23일간의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1984년 5‧18 4주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를 만들 만큼, 5‧18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보수 정치인이었다.

김덕룡 민추협 이사장 및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은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부 보수들의 5‧18 왜곡‧폄하 관련해 “이번 총선이 억지 주장(왜곡)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건 아니다' 라고 평가한 것”이라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더 이상 어떤 정치세력에서도 5‧18을 더 폄하하거나 억지주장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전남 순천시에서 19대‧20대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전남 순천시에서 19대‧20대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전남 순천시에서 19대‧20대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시 이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각각 49.4%, 44.5%의 득표율로 호남 보수가 됐다. 

그는 지난 2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한 번도 보수는 ‘우리가 뭐가 문제지?’를 정식으로 진단해본 적 없다”며 “그 진단을 했다면 호남을 저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지적했다. 특히 그는 보수를 망친 주범으로 “호남을 비하하고, 호남지역 특유의 사안이나 정서에 얄밉게 힐난하고 비판해온 사람들”을 지목했다. 

그는 “아주 극소수의 몇 사람들이 자기 지역(영남)에서 ‘그때 시원하게 말 잘했다’는 한 마디 들으려고 나머지 보수를 고립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 때문에 수도권에서 보수의 입지를 좁히고, 호남에서 한 석 얻기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수 지지자들을 향해 “호남인들의 마음 상처는 감싸는 것이지 들쑤시는 것이 아니”라고 당부했다.

미래한국당 정운천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호남의 문을 연 보수 정치인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미래한국당 정운천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호남의 문을 연 보수 정치인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미래한국당 정운천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호남의 문을 연 보수 정치인이다. 정 의원은 2016년 전북 전주시을에서 37.5%로 당선된 이후, 이번 총선에서 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는 5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당과 통합하는 전제 조건으로 ‘5‧18과 호남을 어떻게 배려할 것이냐’를 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전했다. 그는 보수의 호남 홀대론을 바꾸기 위해 한국당에서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었다. 

실제로 이번 4‧15 총선에서 통합당은 호남 의석을 단 한 석도 얻지 못했으나, 한국당에서만 호남 출신 당선인이 정 의원을 포함해 5명이 배출됐다. 이는 보수 정당에서 여태 호남 비례대표 의원 배출이 한 명에 그친 것과는 달라진 변화다.

 

 

 

호남의 문 두드린 보수 청년들…천하람, 황규원


7만 8480표(소병철) 대 4058표(천하람) 
6만 2065표(김원이) 대 2554표(황규원) 

순진했던 탓일까. 어쩌면 무모한 청년의 패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선배들이 외면해온 호남의 문을 두드린 대가는 혹독했다. 그러나 이들의 두드림은 전라남도 순천시갑의 4058명, 목포시의 2554명의 문을 열었다. 이는 통합당 천하람 후보(전남 순천갑‧1986년생)와 황규원 후보(전남 목포‧1982년생)의 이야기다.

통합당은 선거 한 달 전에도 호남 전 지역 후보를 모집했다.ⓒ미래통합당 홈페이지 공지 갈무리
통합당은 선거 한 달 전에도 호남 전 지역 후보를 모집했다.ⓒ미래통합당 홈페이지 공지 갈무리

호남은 광주 8곳, 전남과 전북이 각각 10곳으로, 총 28개 지역구로 이뤄져 있다. 이중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12개(광주 2곳, 전남 6곳, 전북 4곳) 지역구에만 후보를 냈다. 타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공천 경쟁과는 달리, 호남 전 지역은 선거 한 달 전에도 후보를 모집해야만 했다. 이로써 남은 호남의 16개 지역구는 통합당 후보 없이 선거가 치러져, 1개의 무소속 당선 지역구를 제외한 나머지 27개 의석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에게 돌아갔다.

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속된 천하람(좌측), 김재섭(가운데), 조성은(우측) 위원 등이 5‧18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속된 천하람(좌측), 김재섭(가운데), 조성은(우측) 위원 등이 5‧18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구 출신으로 호남에서 출마한 천하람 후보는, 낙선 직후 “희망을 봤다”며 “결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예이자, 5‧18로 지킨 자유를 수호하는 보수가 되겠다”고 당부한 그는, 올해 5‧18 기념식 참석도 약속했다. 이 자리에 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속된 천하람, 김재섭, 조성은 위원 등이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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