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사생아 위성 정당’, 목소리 한번 못 내고 사라지다
[박동규의 세상만사] ‘사생아 위성 정당’, 목소리 한번 못 내고 사라지다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20.05.15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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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선거 제도가 빚은 결과에 그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어”
“다양한 민의, 민주주의 다변화 도모할 진지한 제도 논의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사생아(私生兒)’의 사전적 의미는 법률적으로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란 뜻이다.

한국 정당 사상 초유의 비례대표 전문 위성 정당인 더불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법적으로 각자의 ‘모당(母黨)’인 민주당, 통합당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정당이다. 알아듣기 쉽게 하려고 ‘위성 정당’이라 명명했지만, 형식은 독자적 정당들이었다. 이처럼 법적으로 한 몸이 아닌 상태임에도 실제로는 모당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후보를 내고 당선자를 배출했으니 ‘사생아 정당’이란 말이 틀리진 않을 것이다.

총선 전부터 기형적, 인위적, 일회성 선거용 정당이란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의석수 쟁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편법적으로 민주당과 통합당이 각각 ‘의원 꿔주기’까지 하면서 사생결단의 경쟁을 벌였다.

이런 편법적 위성 정당의 탄생은 소위 정치개혁, 선거제 개혁을 명분으로 정치권이 ‘옥동자’라며 합의 탄생시킨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시작됐다. 사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고, 높은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소선거구제인 지역구 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소수정당’들의 의회 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거대 양당이 탄생시킨 위성정당들로 인해 제3당, 소수정당은 괴멸하고 말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3당과 소수정당들이 그토록 원했던 ‘옥동자’가 아니라 ‘죽음의 독배’가 되고 만 것이다.

이처럼 탄생 과정이 찜찜한 위성 정당들은 불과 총선 한 달 만에 각각 모당에 흡수 통합될 운명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7,8일 권리당원 투표에서 84.1%, 12일에는 중앙위에서 97.7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더불어시민당과의 통합을 결정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 역시 지난 14일 미래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제 개혁의 상징이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탄생한 ‘사생아 위성정당’이 불과 총선 한 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제3당과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을 괴멸시킨 이 엄중한 거대 양당의 편법적 정치행태에 대해 그 누구도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 선의의 뜻(?)으로 이 제도를 만들었겠지만, 결국 편법으로 소수정당과 제3당의 의석수를 약탈(?)해 다당제에 사망 선고를 내리고도 태연한 거대 양당이 밉상스럽다.

국민 여론도 이미 준 연동형 비례제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더뉴스> 의뢰로 지난 4월 17일 전국 성인 18세 이상 500명에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향후 처리 방향'에 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문제점을 ‘개선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44.7%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률 42.5%까지 합하면 사실상 87.2%가 제도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셈이다.

선거제도, 정당정치의 행태는 시대 상황과 정치 환경 등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은 준 연동형 비례제가 변종 선거제도, 기형적 정당정치 행태로, 오히려 국민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진영 대결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강행했다. 따라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다당제와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을 보장하고 다양한 민의를 반영코자 하는 국민들의 여론은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제도를 악용한 편법적 정치행태는 결단코 중단되어야 한다.

아직 선거는 멀리 있다. 비록 양대 진영의 대결적 정쟁의 산물로 탄생한 비례 위성정당이 역사 속에서 소멸되지만, 이제부터라도 ‘민의의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다변화’를 도모하는 선거, 정당제도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진지하게 추진되길 소망해 본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전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전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전 국립중앙청소년 수련관 이사
◽전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전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전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현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현 정치 평론가
◽현 (사)희망래일 ‘70년의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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