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광주로 향하는 통합당, 노선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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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광주로 향하는 통합당, 노선 바꾸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5.15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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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유산에 집착했던 보수…민주화로 방향 전환하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 방문을 선택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 방문을 선택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 방문을 선택했습니다. 통합당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최형두·배현진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는 오는 18일 광주로 내려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기념식 하루 전인 17일에는 유승민 의원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통합당의 행보는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시각 차이를 넘어, 보수정당의 방향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입니다. 원내지도부는 물론 유 의원까지 광주로 간 것은 통합당의 ‘노선 변경’을 의미할 수 있고, 통합당의 노선 변경은 정치 지형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거죠.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YS가 이끄는 통일민주당과 군부독재세력의 후예인 민주정의당·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하면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을 뿌리로 합니다. 그런데 군부독재세력과 그에 맞서 투쟁한 민주화세력이 한 배를 타다 보니, 보수정당 안에서는 민정계와 민주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시각차가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사안이 바로 5·18에 대한 인식이었습니다. ‘민주화 투사’ 출신인 YS는 5·18의 명예회복을 위해 힘쓴 지도자였습니다. 그 유명한 ‘23일간의 단식 투쟁’부터가 5·18 3주년에 맞춰 일어난 일이었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5·18을 기념일로 제정하고 민주묘지와 기념공원을 조성하기도 했죠.

그뿐만 아니라 ‘폭동’이나 ‘사태’ 등의 부정적 단어로 불렸던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인물도 YS였고,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됐던 것도 문민정부 때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관련 단체들이 5·18 특별법 제정 20주년을 맞은 2015년 YS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공로패를 차남 현철 씨에게 전달하기도 했을 정도였죠.

반면 민정계는 5·18을 폄훼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민정계는 군부독재세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유산을 물려받은 집단인 까닭입니다. 즉, 5·18에 대한 시각이야말로 보수정당 내부의 권력구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였던 겁니다.

그동안은 통합당 내에서 민정계를 잇는 강성보수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기본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던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등장하면서 강성보수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터져 나온 5·18 관련 망언들은 통합당의 이런 세력구도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성보수를 축으로 치른 2017년 대통령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통합당은 세 번 연속 참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지도부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참석을 결정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과연 통합당은 ‘박정희 신화’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쌓아올리기로 결정한 것일까요. 통합당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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