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수출·고용 추락, 정책기조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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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수출·고용 추락, 정책기조 전환하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5.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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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시상황' - 체질 강화 계기로
실업쇼크 최악…노사정 合心 특단책을
청년 고용, ‘잃어버린 세대’ 우려
수출 반토막에 나랏빚은 눈덩이
극한 속 제조업, 기업 活力이 근본 해법
文정권 성패…기업 살리기와 규제개혁 관건
'한국형 뉴딜', 구조혁신 안 되면 세금 낭비
국회, `규제혁파법안` 통과로 유종의 미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경제가 미증유의 내우외환 충격을 받고 있다. 수출과 고용 추락 모두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중국발 코로나19가 덮쳤고, 안으로는 반(反)시장·반기업적 정책노선에 시달리고 있다. '패닉'에 접어들었다. 초유의 비상상황이고,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오히려 농후하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방역의 한편으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경제 회복 전략 짜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물밑 경쟁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 수출은 반토막 났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46.3% 급감했다. 수출 감소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출 위기는 전면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쇼크'도 최악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천문학적 재정 투입에도 취업자 급감, 구직 포기자 등 비경제활동인구와 일시 휴직자 폭증, 고용 취약계층의 극심한 타격은 예상을 넘는 ‘고용 붕괴’ 수준이다. 

이래선 안 된다.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 이후가 더 문제다. 방향 전환이 없으면 나라 경제는 추락만이 지속된다. 행정 입법 사법 등 국가 권력을 사실상 장악한 문재인 정부가 된 만큼, 이제는 국가 운명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정책 전환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국경제가 미증유의 내우외환 충격을 받고 있다.ⓒ뉴시스
한국경제가 미증유의 내우외환 충격을 받고 있다.ⓒ뉴시스

실사구시(實事求是)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는 최근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반기업·친노조 편향의 정부 정책 기조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겠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를 밀어붙여 기업들을 나라 밖으로 내몰았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기술 혁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규제 혁명’이 뒤따라야 비로소 구현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도 장밋빛 비전에 비해 구체적 실현 방안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시민들은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정부는 더 상세한 청사진을 내놓고, 여야는 21대 국회 개원을 전후해 ‘코로나19 입법 공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확인된 정책들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탈(脫)원전·친(親)노조 정책기조도 전향적으로 재고해야 할 때다.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은 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가능하다. 지난 3년간 이념성향에 치우쳤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경제정책 기조를 실사구시(實事求是)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규제 개혁과 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그 해답이다. 

수출절벽 시작…실업자 급증 확산 조짐

현재, 실업자 증가 속도는 실로 무섭다. 외환위기로 실업 쓰나미가 덮쳤던 21년 전인 1999년 2월(-65만8천명) 이후 최악이다. 재정 주도의 노인·공공 일자리 수십만개를 고려하면 고용상황은 실제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층이 고용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취업도 안 되고 일자리를 잃으면서 청년들은 소득이 줄어 빚에도 쪼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수출에서부터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수출전선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직격탄을 맞은 품목 대부분이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데다 고용유발 효과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문제는 본격적인 수출절벽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실업자 증가 속도는 지금까지 주로 서비스업에서 양산됐지만, 앞으로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으로 급속히 확산할 조짐이다. 고용사정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조업 일자리까지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분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엔진이 꺼지면 위기는 전방위로 번진다. 자금 여력이 없는 대기업과 협력업체는 파산 문턱을 넘나들게 된다. 그 여파는 일자리 증발, 소득·소비 감소, 성장률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국제무역 질서 선제적 대응을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축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 지난달 무려 1조원에 이르는 실업급여가 고용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갈 정도로 지금은 비상 국면이다. 

청년들이 취직을 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취업시장을 전전하게 되면 그 부정적 영향이 오래간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취직 빙하기였던 1993∼2005년 당시 취업을 하지 못한 1970∼1982년생들은 나이가 들어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출산율도 급격히 낮아졌다. 어느 사회든 청년들의 좌절은 전 계층의 불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코로나 이후 닥칠 새로운 세계 산업질서와 구조 변화에도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우리 기업이다. 추락하는 수출은 기존의 국제무역 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것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수출절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말 잔치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 집행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정부의 대책 청사진을 실천할 로드맵이나 재정운용 밑그림이 없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이 신산업 등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규제완화와 친노조 정책의 포기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책 전환을 늦출수록 우리 경제의 기저질환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민간과 기업이 주체 돼야

허지만,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일자리 대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일깨운다.

총선 민의는 당정청, 나아가 정치권이 앞장서 코로나 국난을 극복하라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코로나 충격에 닥쳐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개선하는 데 전부를 걸어야 한다.

총선 승리 이후에도 상당수 여권 당선자들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한다. 정책이 반기업·반시장 기조 그대로라면 어떤 성과도 나올 수 없다. 민간 주도의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도 '특별'했던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비전 제시와 국민의 협조 견인에 거의 모든 연설 시간을 할애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경제와 신산업 발전은 민간의 창의와 기업이 주체가 돼야 한다. 

낡은 과거 틀로는 불가능

임기 4년 차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경제정책 평가는 싸늘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 이유로 경제정책을 든 응답자는 불과 1%였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1.2%)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상 글로벌 위기와 함께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정 운영은 시장 활력을 북돋아주려는 경제 활성화 기조와 거꾸로 갔다. 환경과 안전을 명목으로 한 각종 규제, 친노조 일변도, 최저임금과 법인세율 인상 같은 반기업적 조치를 취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은 일자리를 잃었고, 획일적 근로시간까지 강제하면서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 소득이 동시에 하락했다. 일자리 감소와 경기 침체라는 부작용이 현장에서 확인된 정책들을 손보지 않은 채 경제를 2년 안에 정상궤도에 올리긴 어렵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선도형 경제는 낡은 과거의 틀로는 불가능하다. 혁신 의지를 가로막는 시대착오적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친다. 

현실성 없는 정책부터 폐기를

우선, 제도 개혁이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산업이 우수한 인프라, 세계적인 경쟁력이나 발전 잠재력을 갖춘 것은 맞는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갈리는 구(舊)산업과 기득권 세력의 견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 

경제 충격이 계속되고 국민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면 지지율 폭락 등 민심의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경제를 뒷걸음치게 한 소득주도성장·탈원전 같은 경제 정책을 폐기하고, 규제 완화와 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현실에 맞는 경제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노동·사회 분야의 비효율과 기득권, 집단이기주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했다. 여전히 이념적 지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개혁, 규제 개혁 등 구조 개혁 없이 세금만 퍼붓는 '한국형 뉴딜'은 경제 부흥이 아니라 정치 부흥만 이룰 수 있다. 반짝 성장률 숫자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우는 경제를 반전시킬 수는 없다. 

이념과 편견을 바탕으로 수립한 현실성 없는 정책부터 골라내 폐기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 등은 상당한 부작용과 역효과가 이미 확인된 만큼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K 방역’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지지층 반발을 감수하며 밀고 나간 프랑스의 ‘마크롱 실험’ 등 다른 나라의 경제 개혁에서도 배워야 옳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청년 고용 심각...포퓰리즘 정책 수정해야

수출 경고음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바이러스 발병 초기부터 요란하게 울렸다. 실상은 예상보다 더 참혹하다.

포퓰리즘적 재정정책도 수정해야 한다. 재정을 꼭 필요한 곳에 투입해야만 위기에 대응할 힘을 비축할 수 있다. 수출 붕괴에 재정까지 무너지면 재앙은 막을 수 없다.

또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는 좋지만, 고용보험 재원 조달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될 뿐이다.

현 상황은 1982년 국가채무 현황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채무비율 증가로 기록된다. 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경제 기초체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에서 코로나 충격이 덮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실업자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4월 일시 휴직자는 113만명이 증가했는데 무급 휴직자가 대부분이어서 상황이 악화하면 실업자로 바뀔 수 있다. 일시휴직자 증가는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감원 대신 무급·유급 휴직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이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면 실업자가 된다. 다가올 대량실업의 도화선인 셈이다. 

특히, 청년 고용이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인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용·노동 관련 정책들이 대부분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미 취업한 근로자의 지위가 공고해졌지만 청년들에게는 취업이 더욱 ‘좁은 문’이 된 것이다.

2분기(4∼6월) 이후 청년고용 충격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며 그 부정적 영향이 오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수 소비와 제조업 생산, 수출이 급감하면서 신규 채용이 위축돼 많은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노사정 대화 탄력, 새 패러다임 주목 

정부는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실효성 있는 정책 아이디어를 지속해 내놔야 한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위기 극복에서 장기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대책 등을 내놨지만 청년 일자리 대책은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대책에 더 속도를 내야 하고, 지원 내용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혼합해 경제를 버티게 하면서, 한국형 뉴딜을 감행하여 일자리를 방어하고 창출하며, 실업 등에 대처하는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이 최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키로 해 관련 노사정 대화가 탄력을 받게 됐다. 당장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3년 전 문 대통령의 1호 업무 지시는 '일자리 상황점검·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다. 사람이 먼저라는 '일자리대통령 문재인'의 초심을 다시 새길 때다.

內實 다지는 노력부터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고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것은 코로나 대처 덕분이지 경제 성과를 내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경제 전시 상황'을 재차 강조하면서 한국판 뉴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경제 정책 및 결과에 대한 평가·반성은 없어 실망을 안겨 줬다. 그동안 문제점이 드러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 없었던 것은 유감이다. 

더욱이 남은 2년 임기 동안에도 기존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돼 우려가 크다. 문 대통령의 최근 언급은 사실상 기업인과 시장 상인이 애타게 듣고 싶어 한 시장친화적 정책 기조 변화를 외면하고, 또다시 소주성의 외길을 걷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니었다.

“앞으로 더욱 단단한 각오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이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하기를 바란다. 시간이 걸리는 일일 테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처럼 근본을 바꾸는 제도의 디딤돌을 놓는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하게 만들고 노동시장 유연성도 보장해야 한다. 낡은 제도와 관행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해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할 때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다. 앞서 겪었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깨우쳤던 교훈이다. 세계 경제가 재가동되는 날까지 희망을 갖고 굳건히 버텨내야 한다.  

디지털 온라인 수출 넓혀야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44%에 달하고 주요20개국(G20) 중 네덜란드·독일에 이어 수출의존도가 세 번째로 높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후폭풍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주력 수출산업은 이미 초토화되다시피 했고, 미국·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내수 부진에 이어 수출도 코로나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타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들어 일평균 수출액은 30.2% 줄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승용차는 80.4%, 석유제품은 75.6%, 휴대전화는 35.9% 각각 감소했고,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반도체 수출도 17.8% 뒷걸음질했다. 

세계적인 교역위축 추세로 미뤄 이러한 침체 현상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게 문제다. 길이 막히고, 거래가 끊기는 고립주의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수출기업이 쓰러지면 고용과 내수에 적잖은 파급영향이 미칠 뿐 아니라 연계망이 끊어져 나중에 수출 회복도 더디게 된다. 이들 업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커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 중소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대량 실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K-방역’의 효과를 톡톡히 살려나가는 중이다. 방역 활동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진단키트 등 보건의료 제품 수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결국 코로나 사태가 몰고 오는 커다란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비대면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을 계기로 디지털과 온라인 분야의 수출을 넓혀나가야 한다.

고용, 수동적 대응은 한계

최악의 고용 사태도 극복해 내야 한다. 실업 충격은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집중됐다. IMF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1999년 2월 이래 최악이다. 일시휴직자는 113만명 늘어 두달 연속 100만명 이상 증가폭을 나타냈다.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문 대통령은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면서 취임 당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1호 업무지시를 내렸다.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그 후 현 정부는 3년 동안 일자리 예산으로 6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지금 국민들은 최악의 실업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2018년에 비해 25% 늘어나며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3월에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해 3월에 비해 또다시 40% 이상 급증했는데 이 모두가 코로나 사태 탓만은 아니다. 

민노총·한노총은 해고금지를 요구한다. 정부도 휴직·휴무하는 기업에 직원을 해고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용유지 지원금을 내려보낸다. 이는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게 목표다. 하지만 4월 마이너스 취업자 숫자에서 보듯 이 같은 수동적 대응은 한계가 뚜렷하다. 

능동적 고용정책 창출을

전 국민 고용보험만 해도 문제가 크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절반인 14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들은 고용주가 불확실해 근로자와 고용주가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현 고용보험 체계에 통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취약층까지 고용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관건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능동적 고용정책을 펴길 바란다. 외환위기 때 김대중정부는 벤처 붐을 일으켰다. 거기서 일자리가 나왔다. 더불어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의 씨앗도 그때 뿌려졌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을 최대한 활용,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조만간 민노총도 참석하는 '원포인트 노사정 비상협의체'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법을 지키면 된다.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경우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24조).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은 뜻깊은 성과라 평가할 만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안정 지원법’은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근로 빈곤층과 청년, 자영업자의 생계와 구직에 적잖은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세대’ 고통과 解法

코로나19 쇼크가 청년들에게 남기는 후유증은 평생 갈지도 모를 일이다. ‘IMF세대’에 이어 또다시 ‘코로나세대’가 고통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어서 걱정이다.

한 취업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3곳 중 1곳이 연초에 계획했던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했고, 채용 규모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청년층 고용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 청년 고용대란을 해소할 대책은 몇 번째쯤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년 일자리 대책은 장기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취업난이 심한 가운데서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헬스 등 첨단 산업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대학교육과 직업교육을 개혁해 노동시장과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근본적은 답은 결국 기업에 있다. 기업들도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가 채용장려금 대폭 확대 등 청년 채용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 등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노동계도 청년층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해고금지’같은 기득권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주기를 기대한다. 

한국을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업 유턴정책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의료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드리운 수많은 규제와 반기업 정서, 디지털 콘텐츠산업에서 일어나는 비시장적 정책같은 개별적 문제는 물론이고,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최고세율 기준)인 법인세를 놔두고는 혁신은커명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는 것은 허언일 뿐이다. 

‘포스트 코로나’ 정책 과제

이와 관련, 올 1분기 내국인 해외 직접투자와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는 각각 34억6000만달러, 9억9000만달러였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 기업의 투자가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의 3.5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심화한 친노조·반기업 정책이 이를 부채질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잘못된 정책을 놔둔 채 첨단산업 육성을 외치는 것은 기업 발목을 묶고 빨리 달리라고 채찍질하는 격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배치는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법인세 인하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으로 공장을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발등의 불로 떨어진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생을 위해 투자 유인책을 통한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자국을 떠난 기업을 본국에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세율 인하 경쟁을 벌였지만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높아졌다. 최저임금은 3년간 32.8%나 급속하게 인상됐다. 경쟁국에 비해 복귀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도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으로 해외 진출 기업이 되돌아오게 하려면 이를 유인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요즘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국내 첨단 산업들은 줄줄이 해외로 도피하기에 바빴다. 네이버가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원격의료 사업에 진출한 것은 각종 규제로 한국에서의 사업이 불가능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은 경우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11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국내 아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한 것도 국내의 악성 규제들 때문이다. 진정으로 첨단 산업의 세계공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자명하다.

‘反기업 족쇄’부터 풀어야

오늘 한국 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측정해야만 한다. 심각해진 수출 최전방 기업들에서 우선 받은 타격은 관련 계열사, 부품사, 중소기업 등으로 무차별 확산될 수 있다.

기업에 채워진 ‘반기업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친노동 규제를 그대로 두고 기업이 온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에 진배없다. 

지금까지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막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 우위의 경직된 노동시장이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옥죄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들이 현재 위기국면을 버텨야 고용유지도 가능하다. 정부는 기업지원책이 곧 일자리 대책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쇼크 이후 재계에서 규제개혁이나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건의를 하고 있다. 고용쇼크가 확인된 만큼 정부도 고용유지 차원에서라도 건의내용을 경청하고 실행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주문하는 정책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 리쇼어링(본국 회귀) 의지가 있는 기업에는 과감한 세제 혜택을 비롯해 인센티브 지급 등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재정 무너지면 신용등급도 추락 

기업 실적 악화로 세수는 줄고 코로나19 경제충격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은 급증하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도 돌아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현실화하면 국가채무는 올 한 해에만 100조원 넘게 불어날 것이다.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에 줄줄이 악영향을 미친다. 미래 세대에게는 큰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에서는 한시적으로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기회복을 앞당겨야 세수가 늘고 재정 건전성도 지킬 수 있다.  

재정 동원은 일회성이거나 알바성에 그쳐 진통제 역할을 벗어나기 힘들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활력을 위한 기반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산업을 있을 때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최대 버팀목이다. 대기업 주도 산업이란 이유로 정부가 인력 양성, 연구개발 등의 지원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원전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탈원전 정책도 즉각 멈춰야 한다.

노사정 비상한 각오로 힘 모아야

국가 사회적 대화가 긴요하다.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합심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미증유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와 경총,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요구사항을 앞세우기보다, 경제·고용 위기를 동시에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양보하고 협력할지 먼저 제시하기 바란다. 

한국노총이 ‘원 포인트’ 노사정대화에 참여키로 해 양대 노총이 오랜만에 테이블에 함께 앉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민노총 주장대로 해고금지를 법제화하거나 고용보장을 먼저 논의하자고 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노동시간 유연화 등 재계의 주장도 충분히 경청하고 반영돼야 한다.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재계나 노동계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양대 노총이 모처럼 노사정 테이블에 함께 앉는 의미의 무게만큼이나 성과도 거두길 바란다. 코로나 위기가 단기에 끝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대화가 상설적인 노사정 협의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노동계가 어려운 만큼 경영계도 어렵다. 분명한 건 노사 모두 자기 주장만 고집해서는 어떤 합의점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노동계가 최대 과제인 고용 보장을 관철하려면 임금 문제나 노동시간 등에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경영계 또한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믿음을 노동계에 줘야 한다.

노사정이 힘을 모아 특단책을 도출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것이 화급하다. 노사정 따로 없이 비상한 각오로 힘을 모아야할 때다.

구체적 실행 계획이 관건 

문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의 최우선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세계 공장’은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방역활동 모범국이라는 점 등을 내세웠을 뿐 기업 유치를 위한 방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규제 혁파나 노동개혁 방안 등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의료, 디지털 콘텐츠산업 등이 문 대통령이 상정하는 한국판 디지털 뉴딜의 핵심이다.

그러나 디지털 뉴딜이 작동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거리낌 없이 시도되고 기업가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혁신의 장애물인 규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성장과 안전망을 모두 잡겠다는 목표는 구체적 실행 계획이 없이 말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 야심차게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 정책이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을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전 국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대통령의 전 국민 고용보험 공론화는 ‘재정 사정이야 어떻든 복지는 늘려야 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국민에게 줄 소지가 크다. 대통령이라면 이번 지출이 일시적이며, 위기가 종료되면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거나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 역할, 역대 어느 국회보다 중요

문제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 각오만으로는 국난극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회도 중요하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경제난 극복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이달 말 출범하는 제21대 국회의 역할은 그래서 역대 어느 국회보다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대한상의가 조속한 통과를 요구한 법안들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산업지원 및 시장조성과 관련된 개정안들이다. 한국판 뉴딜을 위해 필요한 법안들도 상당수다. 위기극복에 필수적인 규정을 담고 있다. 20대 국회는 유종의 미(美) 보이길 기대한다.

상의는 기업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지원을 규정한 임시투자세액공제 관련 법안 통과도 요구했다. R&D 세액공제율은 지난 10년간 거의 반토막 났다. 주요 경쟁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위축된 기업 투자와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세제지원이 절실하다.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고용 안전망 강화는 갈 길이 멀다. 현재 고용보험 대상은 취업자의 절반 수준이다. 노동자의 고용보험 확대가 21대 국회의 최우선 입법 과제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문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뭘로 채울지 고민 중이다.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면 답이 보인다. 그것은 혁신적인 서비스산업 육성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수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함께 전 국민 고용보험의 첫걸음으로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을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야 정치권은 취약계층 보호와 실업대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실기하지 않도록 신속한 입법으로 뒷받침하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은 친기업적이거나 비환경친화적 의제에 생래적인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정부와 호흡을 맞추길 바란다.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에는 전국단위 선거도 없으니 오로지 국민경제를 위한 입법과 의안 심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중차대한 국난극복 의제와 관련해 재정건전성 분야 등 필요한 부분에는 감시견 역할을 마땅히 수행해야 하겠지만, 큰 틀에선 당파성을 뛰어넘는 협력적 자세를 견지하길 바란다.

'제도 혁신' 함께 이뤄져야

장단기 풀어야 할 규제, 산업구조개혁 방향도 다시 고민하는 게 맞다. 1960, 1970년대 기적의 수출성장을 일궈냈던 것도 정부의 그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동원과 함께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난 12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민간 주도의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가 대한상공회의소에 개설됐는데 100여건의 신청이 몰렸다는 소식이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의 개발과 상품화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 또는 면제하는 제도로 이미 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는데도, 민간 지원센터에 이렇게 많은 신청이 몰렸다는 것은 규제의 벽이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세금으로 경제를 뒷받침하고 민생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더 큰 걱정은 위기가 커지는데, 재정이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여권 일부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최근 세수까지 펑크가 나는 상황에서 현금복지에만 치중한다면 재정파탄으로 갈 수밖에 없다. 

30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마지노선인 40%를 넘어 45%선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국가채무비율이 46%에 이르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재정이 무너지면 위기 대응 능력을 상실하고, 나라경제는 위태로워진다.

당국자들은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국가재정법 16조 규정을 다시 읽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경제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물결에 올라타 디지털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산업에 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 규제 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전대미문의 경제 상황에서 고용 유지·창출 노력에 노사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노사 양측의 상생을 향한 접점 찾기 노력이 특히 요구된다. 권리와 함께 책임과 고통 분담도 함께 생각해야 할 때다.

경제적 타격이 집중될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과, 섬세한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부한다. 보여주기식 단기 성과에 조급해하지 말고 늦더라도 체감될 민생 개선을 이끌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길 바란다.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이들까지 아우르는 ‘모든 국민을 위한 정부’가 돼야 한다. 절체절명의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천금의 기회로 바꾸는 일에 청와대를 위시해 행정부, 국회, 각 경제주체를 아우르는 모든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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