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못넘은 한국닛산…철수 결정에 수입차 업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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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못넘은 한국닛산…철수 결정에 수입차 업계 “안타깝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05.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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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한국닛산이 지난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래 16년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 뉴시스
한국닛산이 지난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래 16년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 뉴시스

닛산의 한국 철수 결정을 두고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반일감정에 기인한 날선 비난과 더불어 고객 불편을 우려하는 시선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입차 시장 활성화에 기여해 온 브랜드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 28일 지난해 결산(2019년 4월~2020년3월) 실적 발표와 함께 글로벌 사업 재편 계획 일환으로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 순손실이 7조7185억 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 등 주력 시장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같은날 한국닛산도 글로벌 본사가 오는 12월 말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한국닛산은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을 지속하고자 노력했음에도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와 국내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해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임을 부연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지난해 9월 철수설 이래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려왔던 한국닛산의 사업 정리가 공식화되자,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면서도 내심 아쉽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지속된 적자 누적과 코로나19 사태,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판매 급감 탓에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시장 활성화에 함께 기여해 온 플레이어의 퇴장은 소비자 불편 및 선택 폭 축소와 어려운 시기 속 고용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지난해 철수설이 나돌 때에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해당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시간 문제로 보고 있었다"며 "닛산 자체적으로 좋은 차량들을 많이 내놓지 못해 경영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었고, 더욱이 국내에서는 사업 적자에 불매운동으로 인한 판매 급감 등이 이어져 달리 방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도 "경쟁자이자 동업자로서 함께 해 온 브랜드가 이탈한다고 하니 조금 허탈하다"며 "한국닛산과 관련된 사람들도 적지 않을텐데,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운 시국 속 일자리를 잃게 돼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닛산의 철수를 두고 고객들 사이에서는 차량 감가상각에 따른 손해와 향후 유지 관리 상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 종료를 결정한 마당에 향후 지속적인 서비스 품질 유지를 기대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닛산 동호회를 운영하는 한 포털사이트의 카페 운영자는 "메이커 철수에 따라 차량 감가상각 폭이 커져 당장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됐다"며 "부품 수급 및 정비 측면에서도 그나마 수도권은 낫겠지만 지금보다 더욱 인프라가 열악해질 경우 지방에 거주하는 차주들의 불편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의 불매운동이 닛산이 철수 결정을 앞두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됐다"며 "사실상 시장 유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철수를 부추긴 부수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닛산 측은 공식 영업이 종료되더라도 기존 고객들을 위한 A/S 서비스가 오는 2028년까지 8년간 제공될 예정임을 분명히 했다.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서도 국내 법규에 의거해 향후 8년간 A/S 서비스와 예비부품 공급을 지속 제공할 계획과 더불어 기존 무상 보증(닛산 3년)은 동일하게 유지됨을 알렸다. 리콜 사안 발생 시에는 정부 기관과 협력해 이를 처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본차 업계는 한국닛산 철수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가게 됐다. 코로나19와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차들의 올해 1분기 합산 판매량이 5000대를 넘지 못해 지난 2009년 이래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말미암아 소비 심리마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닛산의 이번 철수 결정이 안타깝다"면서도 "남은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비우적인 시장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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