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유승민계의 민경욱 죽이기? … 헤게모니 쟁탈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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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유승민계의 민경욱 죽이기? … 헤게모니 쟁탈전인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5.31 20: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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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의혹 VS 음모론 갑론을박… 왜?
“당 주도권 쥐려는 권력 다툼 일환일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정치에 대한 이썰 저썰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부정선거 의혹 공방을 놓고
미래통합당내 불거진 분열 배경에 관심

 

"부정선거" vs "근거 없는 음모론"


총선 후 미래통합당을 봅니다. 한쪽에서는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증거보전 신청 후 본안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다 떨어진 민경욱 전 의원입니다. 민 전 의원은 이번 선거는 외부와의 통신을 이용해 전자개표기 등이 조작된 부정선거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투표지 분류기는 오프라인 상태로 운영되며 외부와의 연결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중이어서 공방전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맨 위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민경욱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 유경준 의원ⓒ뉴시스
맨 위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민경욱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 유경준 의원ⓒ뉴시스

당내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선거 주장은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 전 의원을 겨냥해 “낙선 이후 힘든 시기에 달콤한 선거 조작론에 끌린 소수 종교에게 포교된 피해자 정도(에서) 이제는 본인이 행동대장이 되셨다”며 “친박, 친이 이전에 주체적인 사고를 못하고 유튜버에게 낚이는 정치인은 국민들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통계청장 출신의 유경준 의원도 근거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민 전 의원이 ‘4·15 총선은 부정선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부정선거 탐지 전문가 월터 미베인 교수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에 대해 ‘통계 오류에 의한 잘못된 분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베인 교수가 “사전투표율을 잘못 계산하는 등 몇 가지 오류를 저질렀다”며 “오류를 바로잡고 계산하면 부정선거 아닌 확률은 98.4%가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당내에서 출당시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서 중국 공산당 해커 개입 의혹을 주장한 민 전 의원에 대해 “통합당이 괴담 정당으로 희화화되고 있다”며 “당에서 민경욱을 출당시키지 않으면 윤미향 출당을 요구할 자격도 사라진다”고 요구했습니다. 하 의원은 3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민 전 의원이 중국 공산당 해커 개입설의 근거로 삼는 팔로우더파티(FOLLOW THE PARTY, 당과 함께 간다)라는 암호가 발견됐다고 한 것에 대해 “(한 네티즌이) 조작하고 창조해낸 장난에 불과하다”며 “국제 사기이자,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 망신”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과도한 공세" …비판적 시각도


일련의 십자포화에 대해 민 전 의원은 말을 섞지 않겠다면서도 가만있지는 않는 모양새입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  유 의원에 대해서는 “미베인 교수가 벌써 정리한 수치를 왜 뒤늦게 언급하느냐”,  하 의원에 대해서는 “(하 의원이)비공개 회의에서 나를 지금 당에서 퇴출하지 않으면 내가 오는 전당대회에서 뭐로 당선된다고 말했는지나 시원하게 밝히시게”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런가 하면 보수 진영 안팎에서는 민 전 의원을 둘러싼 당내 공세에 대해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민 전 의원과 함께 증거보전 신청에 합류한 같은 당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서 “확인하기도 전에 괴담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단정해버리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적폐몰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확인 검증을 통해 국민들이 납득을 하면 대한민국의 신뢰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실한 제도를 개선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검사 출신의 박인환 전 건국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지난 28일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민 전 의원이) 제기하는 의혹들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론하고 공격하면 이해가 가겠지만 그 역할을 같은 당 일부가 대신하고 있는 격이 보기 불편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부정선거 의혹 제기 및 소송은 사법체계 안에서 보장받고, 절차상 전개할 수 있는 국민 권리”라며 “목소리를 내는 것도 못하게 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해석해야”


한편으로는 부정선거 vs 음모론 등 통합당 내 분열이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을 두고 ‘권력 투쟁의 단면’이라는 해석도 전해집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31일 통화에서 “당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권력 다툼일 수 있다”그 예로 71년 터진 5·6파동(진산 파동)등에 대해 전했습니다.

돌아보면, 그 해(71년)는 4월 7대 대선이, 5월 8대 총선이 있었습니다.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철승 등과 연합해 YS(김영삼)를 꺾은 DJ(김대중)는 본선에 진출했고, 비록 박정희 정권에 졌지만 높은 인기를 얻어갈 때였습니다. 당시 신민당 당수는 민주당 구파인 유진산 총재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DJ 등 당원들은 당수가 비례대표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유진산은 5월 6일 전국구 후보로 등록하는 대신, 기존 지역구인 영등포갑은 박정훈이라는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그러자 ‘유진산이 돈을 받고 공천권을 팔아먹었다’며 DJ를 지지하는 청년들 중심으로 반발이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DJ는 유 총재를 제명하고 자신이 권한대행을 맡는 수습 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정 평론가는 “공천 장사 논란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비주류였던 DJ가 당을 장악하기 위해 최대 계파인 유진산을 사쿠라로 공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진산에게 비례대표 출마를 얘기한 한 쪽은 다름 아닌 DJ계였다. 그런데 정작 전국구 후보로 나가니 지역구를 팔아먹었다고 공격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통합당 내 논쟁도 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쉽다는 견해입니다. 정 평론가는 “최근 민 전 의원을 향해 날 선 비판을 가하는 주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유승민계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즉 “합리적 중도온건보수 이미지를 어필해 잔존하는 친박(박근혜), 친황(황교안) 세력을 제치고 당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행보로 비친다”며 “유 전 대표가 발 빠르게 대권 도전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시각입니다.

그러지 않고는 “선관위도 부분적 실수를 인정한 사안이 있음에도 여당이 아닌 같은 당에서 민 전 의원을 향해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판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건전한 대안제시를 하고 당 내 극우 색채를 빼야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과거 71년 5‧6파동 당시 대여투쟁 대신 당권 싸움에 치중해 상대를 맹목적 비판대상으로 규정하는 정치적 도그마에 빠진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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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2020-06-01 15:37:15
좋은 글입니다. 덧붙여 부정선거 관점에서도 좋은 취재와 글을 부탁드립니다.

이정락 2020-05-31 23:23:47
예리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