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양병원 방역대책에서 아쉬운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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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요양병원 방역대책에서 아쉬운 ‘디테일’
  •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 승인 2020.06.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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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후 검사, 위험하고 비용부담 커…대란 막으려면 검사 마치고 입원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2019년 12월에 중국의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COVID 19)에 의한 감염병이 팬데믹(Pandemic)으로 번져나갔다. 중국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무역도 많은 우리나라가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초창기 의학계에서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하도록 권유하였으나 정부에서는 공항에서 검역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의학적으로는 호흡기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기는 하나,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대구 경북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는 했으나,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격적인 진단 검사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의료인, 방역당국, 응급 구조원들을 위시한 온 국민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 코로나 19의 방역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모범국가로 인식 되고 있다. 

그 동안 환자 발생 상황에서 밝혀진 대로 집단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곳은 종교시설과 밀폐된 공간이다. 유흥시설이나 클럽, PC방 등은 물론, 특히 노인들이나 만성질환자들이 모여 있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방역당국에서는 이런 곳에 대해선 특별한 방역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이유근 원장 제공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이유근 원장 제공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도 있듯이 방역대책의 세부 사항에 문제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요양병원에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나므로 많은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제주도에 두 번째 환자가 확진되자마자 방문객을 차단하고, 모든 입원환자들은 입원하기 전에 코로나 19 검사를 받도록 하였으며, 병원 방문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 현관에서 손 소독을 실시한다. 모든 직원들은 병동과 병실에 들어갈 때에 또다시 손 소독을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이해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새로운 지침에는 모든 환자들을 입원시켜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입원하기 전에 검사를 하면 비용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나 입원하면 50%만 부담하게 되니, 밖에서 검사하도록 하는 것에 민원이 생겨서 시정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입원 전에 검사를 하지 않아 코로나 19에 감염된 환자가 입원을 할 경우 바로 다른 환자들에게 전염이 된다. 이것을 막기 위해 처음 입원하는 환자는 격리실에나 1인실에 입원시켜서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해당 환자는 1인실 사용료와 1인 간병비를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간병인(간병사)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방역당국에서는 병원에 근무 중인 간병사가 하면 되지 않겠나 하겠지만, 현재 요양병원 간병사들은 병원 소속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그런 지시를 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간병사 한 사람이 6~8명을 책임지고 있어서 격리실에 있는 환자를 추가로 살펴줄 여력이 없다. 그래서 현재 요양병원에서는 1인실에 입원하는 경우는 각자가 알아서 간병사를 데려오도록 하고 있는데, 코로나 19 검사 때문에 하루 간병을 해 달라고 할 경우 올 사람이 없다. 더구나 간병사 본인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 누가 오겠는가. 또한 이때 발생하는 3~40만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환자들로선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되기 쉽다.

양성반응이 나왔을 때는 더 문제다. 만일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으로 판단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병원 전체를 코호트 격리할 것인가. 우리 병원의 경우 환기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나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일반 건물을 개조하여 병원을 개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환기시설이 매우 취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결정이나 선택에는 근본 목적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책에서 목적은 코로나 19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감염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밖에서 검사하고 음성인 사람만 들어오도록 하여야 한다. 비용 문제에 민원이 생기면, 입원한 환자에게 되돌려주면 된다.

또, 다른 기관에서 검사한 사람도 다시 검사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방역당국에서는 다른 기관에서 검사할 경우 입원하는 사이에 감염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그것은 같은 날에 검사하도록 하면 해결될 거라고 본다. 같은 날 검사할 경우 그 사이에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아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그 사이에 감염될 경우엔 요양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하여도 감염이 일어나고 8시간(검사하고 결과가 나와서 입원하기까지의 시간) 이내에 확진이 밝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전염병의 관리는 국가에서 책임질 공공의료의 영역이다. 이것을 대부분 민간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에다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요양병원은 지금 저수가 정책으로 말미암아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지시대로 검사할 인원이나 장비도 마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격리실은커녕 화장실이 따로 마련된 1인실도 없는 병원들도 있다. 그럼 이런 병원은 신환을 받지 말라는 얘기인지, 아니면 6~8명을 퇴원시키고 입원시키라는 말인지 아리송하다.

경황이 없겠지만,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가 요양병원을 한 번 방문해 실태를 파악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금 더 합리적인 방법이 도출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전하는 요청이다.

더 이상 코로나19 감염 시 사망률이 높은 요양병원에서 집단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감염자가 병원에 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환자가 입원하기 전에 외부에서 검사해야 하는 이유다.

* 위 글은 본지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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