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태광그룹, 위기의 이호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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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태광그룹, 위기의 이호진 회장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11.1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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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불법농지취득으로 현행 실정법 위반 도마
해임청구소송에 휘말려 CEO 자질 의심받기 까지
큐릭스 인수 비리 의혹에 불어 닥치는 검찰 칼바람

태광(산업)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태광그룹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섬유·화섬 사업에서 금융·방송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 재계 30위권에 안착했지만, 최근 들어 연이어 터지는 각종 불·편법 의혹으로 인해 그룹전체가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말미에 터진 바다이야기 사건을 시작으로 장하성 펀드 공격, 롯데그룹과 우리홈쇼핑 인수 갈등 등 굵직한 사건들이 터졌고 올해 초에는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사건에도 연루되는 등 구설수에 여러 번 오른 상태다. 더욱이 최근에는 태광그룹에서 추진중인 동림CC(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일대)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해당 부지 매입과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농지취득으로 인한 현행 실정법 위반 및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의 총수인 이호진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불·편법을 저지른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이 그동안 쌓아올린 태광그룹의 모토인 ‘화려함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마저 무너지고 있다.

이와 함께 태광그룹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초 케이블 방송 사업자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방송법을 어겨 편법으로 지분을 소유했다는 의혹과 정치권 로비 의혹 등에 대해 현재 검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 회장과 어머니인 태광산업의 이선애 이사는 최근 ‘장하성 펀드’로부터 해임청구소송까지 휘말린 상태다.

이렇듯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동림CC관련 불·편법 의혹과 큐릭스를 둘러싼 검찰의 내사 그리고 장하성 펀드로부터 해임청구소송까지 휘말려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태광그룹과 이 회장 일가를 둘러싼 각종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해쳐 봤다.

 
거침없던 태광그룹, 불·편법으로 내실경영 무너지나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그리고 티브로드 홀딩스 등을 주축으로 한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티브로드 한빛방송 등 4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굴지의 대그룹이다. 태광그룹은 겉의 화려함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재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사옥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서울 중구 장충동 옛 동북고등학교 교사(校舍)를 30년여년 동안 그룹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타 재벌과 달리 초고층 호화 사옥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재계 서열 30위권이면 서울 광화문 한복판이나 강남에 번듯한 빌딩을 사옥으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겉보다 속을 중시하는 태광의 사풍이 여실히 읽혀진다. 이같은 경영철학은 국내 재벌 가운데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그룹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이는 창업주인 故 이임용 회장 때부터 관통하는 ‘내실경영’이 면면히 이어진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내실경영이 최근 들어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듯 보인다.
 

이호진 회장, ‘불법 농지취득 그리고 투기 의혹’

우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동림CC’와 관련한 불?편법 의혹으로 그룹과 총수인 이 회장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다.

이 논란은 지난 2005년 5~9월 사이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개인 명의로 취득한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일대 172만여m²가 지난해인 2008년 5월 그룹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로 소유권이 이전돼 본격적인 '동림CC'로 개발 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은 지난해 5월 26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다음날인 27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소유의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일대 임야를 106억7817만9000원에 매입했다.

동림관광개발은 현재 이호진 회장과 친인척이 전체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로 남산면 일대 172만㎡ 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동림CC' 건설을 진행중이다. 동림관광개발이 골프장 개발을 위해 이 회장 소유의 토지를 매입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설립된 동림관광개발은 사실상 이 회장 개인회사와 다름없고 그동안 사업을 벌이지도 않아 매출이 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설립배경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일고 있다.

이는 태광그룹의 계열사로 태광CC를 운영하고 있는 태광관광개발이 이미 골프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동림관광개발이 사실상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태광관광개발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이 각각 44.96%씩 총 89.92%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반면 동림관광개발은 이 회장이 10만2000주 51%, 부인 신유나씨가 1만주 5%, 아들 현진씨가 7만8000주 39%, 딸 현나씨가 1만주 5% 등 이 회장 일가가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즉, 태광관광개발의 영업이익은 이 회장 일가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반면, 동림관광개발의 경우 향후 골프장 사업 추진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곧장 이 회장 일가의 배당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단 한건의 부동산 거래로 이 회장은 지가 차익이 포함된 107억원의 현금과 함께 향후 동림관광개발을 통해 배당까지 챙길 수 있게 된 셈으로 '이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재산불리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도로 ‘동림CC’ 개발을 위해 이 회장이 지난 2005년 5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사들인 농지가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통해 취득한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 회장은 농지 소유권 이전을 위해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자치단체 관계자는 "해당 필지는 지난 2005년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해당 필지를 취득한 2005년 말부터 지난해 골프장 인·허가가 떨어질 때 까지 전혀 농작은 하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해당 자치단체 관계자는 “동림CC로 개발중인 해당 필지는 지난 2005년 말부터 2008년 3월까지 전혀 농작이 이뤄지지 않아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 그동안 실정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많은 기업들이 골프장을 짓기 위해 불법 또는 편법을 사용해 농지를 매입하고는 있지만 동림CC와 같이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서 불법적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직접 농사를 짓거나 사전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개인이 농지를 취득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농지법 목적에 해당하는 제1조항을 보면 ‘이 법은 농지의 소유·이용 및 보전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하여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및 국토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농지법의 소유 제한인 제6조 1항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태광그룹 총수인 이 회장은 이러한 법률을 무시한 채 국가의 정책인 농지법을 위반하고 농업기반을 흔드는 불·편법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국내 정서상 그리고 올해 초 불거진 불법 쌀 직불금 등의 일련의 사건을 보더라도 이 회장님과 태광그룹의 이번 ‘동림CC'와 관련된 경제 논리는 도덕적 접근으로는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CEO로서 자질을 의심받고 있는 이호진 회장’

이외에도 태광그룹 이 회장은 설상가상으로 ‘장하성 펀드’로부터 대표이사 해임청구소송에 휘말려 CEO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사모펀드인 이 펀드의 정식 명칭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 이하 한국지배구조펀드). 2006년 설정 당시 투자자문을 맡았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이름을 따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장하성펀드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을 상대로 이호진 태광산업·대한화섬 대표이사와 이선애 이사를 해임해 달라는 이사 해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지배구조펀드 측에 따르면 갈등의 원인은 이호진 회장의 잦은 결석이다. 한국지배구조펀드는 “2007년 2월 이후 이선애 이사가 단 한 번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호진 회장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이사회에 각각 단 한 번씩만 참여했다”며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는 유령 이사는 이사회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지배구조펀드는 9월 말 이번 해임 건 처리를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이 거부하자 마지막 방편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지배구조펀드는 두 회사에 대한 장부 열람 소송을 제기한 상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회사에 대한 장부 열람을 진행해 문제가 있는 거래를 확인하면 이를 바로잡을 계획이다.

한국지배구조펀드와 태광의 싸움은 지난 2006년에 시작됐다. 그해 8월, 한국지배구조펀드는 대한화섬 지분 5%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 회장과 회사에 대한 지원성 거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태광은 상장 폐지론을 흘리며 맞불 작전을 폈다. 양측은 한 치 양보 없이 각을 세우며 대립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양 측은 기업 지배구조개선에 전격 합의하면서 싸움은 일단락됐다. 양측의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광은 이 회장이 보유한 천안방송 지분을 태광산업으로 환원 △태광의 유선방송사업(SO) 계열사를 아우르는 지주회사 설립 △2007년 중 대한화섬의 유휴자산에 대한 활용 계획과 사업 계획 발표 △펀드가 추천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 각각 사외이사 1명 선임 등이다. 하지만 태광은 사외이사 선임을 제외한 한국지배구조펀드와 합의했던 중요 부분들은 미적미적 이행을 미루고 있다가, 이 회장의 이사 해임안 소송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검, 태광그룹 큐릭스 인수비리사건…100억원 비자금 포착

그동안 태광그룹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과정 내사에 나섰던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한찬식)는 태광그룹 티브로드가 경쟁사인 큐릭스의 지분을 편법으로 인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을 상대로 한 조직적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 내사해 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티브로드를 중심으로 한 태광그룹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 계열사 간 거래관계와 하도급 업체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티브로드가 A 위장 계열사에 방송 콘텐츠 제작 의뢰를 맡기면서 거래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부당이익을 안겨주고 B 하청업체에 전송선로설비 등을 발주하면서 과다 계상한 공사금액을 지급하고 되돌려받는 방법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비자금 조성과 관리는 태광그룹 흥국생명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C 모 전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C 전 사장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위장 계열사의 사장을 지낸 모 인사와 케이블TV 업체의 제보에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또 티브로드의 비자금 조성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전반에 퍼져있을 가능성이 있다 보고 다른 사업자에게도 의심스러운 자금거래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주요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모두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후문이다.

CJ헬로비전, 씨앤앰, HCN, CMB, 온미디어, GS계열 등과 홈쇼핑 등 주요 케이블TV 업체 사이의 리베이트 수수관행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동시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한찬식)는 태광이 올해 초 케이블 방송 사업자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방송법을 어겨 편법으로 지분을 소유했다는 의혹과 정치권 로비 의혹을 내사 중이다. 태광 계열사인 티브로드는 방송통신위윈회가 큐릭스 인수 승인 여부를 논의하던 3월 말께 청와대 행정관을 유흥업소에서 접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로비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각종 의혹과 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태광그룹의 시련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의 부인인 이선애 씨의 남동생이 야당 유력인사였던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라는 이유로 군사정권 시절 태광은 고강도 세무조사를 수차례 받아야 했다. 그 때마다 고비를 넘기고 그룹이 건재할 수 있었던 점은 재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회자된다.

강도높은 세무조사에서 태광이 건재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은 이임용 회장 때부터 은행 등 외부로부터 거의 돈을 차입하지 않고 내실을 중요시 여기는 경영 때문이었다. 이처럼 태광그룹은 故 이임용 회장의 탄탄한 내실경영으로 그 숱한 시련을 소리도 없이 특유의 뚝심과 돌파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최근 들어 연이어 터지는 각종 불·편법 의혹으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태광그룹을 아들인 이호진 회장은 어떠한 형태로 헤쳐 나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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