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영장 심사 앞둔 ‘사면초가’ 삼성, 글로벌 ‘초격차’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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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영장 심사 앞둔 ‘사면초가’ 삼성, 글로벌 ‘초격차’ 발목 잡히나
  • 김기범 기자
  • 승인 2020.06.0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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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국내외 악재 속 창사 이래 최대 위기… 8일 이 부회장 구속 여부에 촉각
형사소송법 제70조 피의자 구속 사유 규정… “이 부회장 구속 해당 사유 안돼”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 속 삼성과 국가경제 우려 팽배… “검찰 의도에 의구심”
미국 <블룸버그> 등 세계 주요 외신,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 불확실성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기범 기자]

삼성전자 로고 ⓒ 삼성전자
삼성전자 로고 ⓒ 삼성전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오는 8일로 다가왔다.

이러한 가운데 법조계와 재계 일각에선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적지 않은 의구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 회복 문제는 물론, 기업-정부 간 관계 악화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동시에 각종 외신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불확실성 또한 커졌다는 반응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 도주 우려 없고 주거 확실… 구속영장 청구는 경제에도 도움 안돼

먼저 법조계 한쪽에선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장 청구 자체가 검찰의 무리수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70조는 피의자 구속 사유에 대해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 염려가 있는 경우의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구속 사유 심사 시 범죄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주거지가 확실하고 일정하다는 점은 국민 누구라도 인정하는 바다.

일례로 삼성 해고노동자를 대변하는 한 시민단체는 최근 이 부회장 자택을 찾아 그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고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이에 네티즌을 비롯한 대중의 질타를 받고 동영상을 삭제한 바 있다. 이미 이 부회장 주소지는 대중에게 알려질대로 알려질 만큼 명확하다는 의미다.

여기엔 한국 대표기업 총수라는 이 부회장의 현실적 위상도 작용한다. ‘초격차’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최대기업 대표로서,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회복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난 과오와 잘못은 인정했다.

지난달 6일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경영권 승계 의혹과 삼성 노조 설립 건에 대해 사과했다.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추후 자신의 자식에게 삼성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 부회장의 행보는 삼성 경영 정상화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가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로도 비춰졌다. 잇따른 검찰 소환과 재판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은 적극적 현장 경영으로 기업인 본연의 자세는 흐트러뜨리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지난달 대국민 사과 이후 바로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과 함께, 경기도 평택에 18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을 공표했다.

이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128단 낸드플래시, 10나노급 D램 등 최첨단 메모리 제품 양산을 앞두고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에 커다란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은 물론,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초비상 사태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일본발 경고등이 켜진 상황으로 국내 각 기업은 사태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측 움직임에 따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과 낸드 플래시메모리 생산라인 투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투자가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계경제 동향 속에서 점차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겹쳐 국가경제가 걱정된다”며 “그나마 우리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사업마저 흔들리면 엄청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시스
오는 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시스

◇ “범죄 혐의 확실 증거 확보했다”는 검찰… 구속영장 청구 이유 의문

이처럼 재계 일각에선 현재 국내외적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서라도 삼성에 대한 검찰의 지나친 수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7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단순히 경영 정상화 뿐 아니라, 국가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그동안 삼성이 이행해 온 노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국내 대표기업 총수가 도주할 가능성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장 청구에 대한 검찰 의도가 명확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 측 주장대로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다면 증거인멸 우려는 없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검찰은 그동안 해당 사안과 관련, 이미 삼성에 대해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관계자 110여 명에 대해선 430여 회나 소환 조사도 시행했다.

2년 가까이 검찰 수사가 이뤄졌는데, 초기 피의자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나 필요한 구속영장 청구가 지금에서야 일어난다면 충분한 해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구속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사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한편으론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이 큼에도 이번 검찰 조치는 이 부회장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시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해서도 연이어 두 번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작년 5월 김태한 사장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이전 김 사장 구속영장 기각에 비춰볼 때, 이번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는 ‘형평의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 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 삼성전자

◇ 세계 주요 외신,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 앞날 불확실성 커져”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가운데, 이번 사안은 외신들의 관심 또한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특히 삼성과 한국경제 앞날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블룸버그>는 ‘Samsung billionaire's fate at risk despite role in virus fight’에서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을 평하며 “삼성은 한국경제와 국가 정신에 있어 흔치 않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8월 “디스플레이, 반도체, 스마트폰 사업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대법원 결정은 삼성에게 최적의 조건에서도 피하고 싶은 방해 요소”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에게 유용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이 부회장)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5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사에서 “이 부회장 구속 시 삼성그룹 경영 자원이 재판 대책으로 할애 돼 중장기적 전략 수립이 지연되는 등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6일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당시에는 “과감한 투자 전략과 사업구조 전환 등 장기적 경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창업가 총수의 판단이 불가결하다”며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 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동안 이 부회장에 대한 여러 재판과 이에 따른 구속 가능성이 앞으로 삼성 앞날에 결정적 장애 요소가 될 것이라는 외신 전망은 계속 존재했다.

미국 <AP>는 작년 10월 “삼성이 불안정한 반도체 시황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부재는 회사 의사결정 과정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프랑스 <AFP>는 지난 4월 29일 ‘Samsung Electronics profit slips on virus, more falls forecast’라는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삼성은 가장 중요한 결정권자를 잃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같은 달 30일 ‘The Riddle of Samsung: What is weighing on Samsung?’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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