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용 부회장 혐의 소명 부족”…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 검찰 ‘부실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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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재용 부회장 혐의 소명 부족”…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 검찰 ‘부실수사’ 논란
  • 김기범 기자
  • 승인 2020.06.09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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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기각… 검찰 ‘무리수’ 논란
법원 측, 이 부회장 구속 필요성에 대한 검찰 ‘혐의 소명 부족’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 희망 국민 여론도 영향력 크게 작용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가 향후 주요 쟁점으로 부상
<블룸버그>등 “이 부회장, 부정적 인식 해소에 강한 의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기범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9일 새벽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 청구가 9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조계와 재계에선 법원의 이번 영장 청구 기각에 대해 삼성 측이 우선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무리수’라는 비판과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국민적 관심은 삼성 측 변호인단이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와 향방에 집중되고 있다.

 

◇ 법원, 검찰 측 구속영장 청구 기각…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혐의 소명 부족’ 평가

앞서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사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8일 이뤄진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장장 8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번 심사를 맡은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오전 2시경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원정숙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 소명 부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검찰이 비록 20만 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제출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이 반드시 필요할 정도로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구체적으로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년 4개월 만에 재수감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물론, 최지성 전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한 영장도 잇따라 기각됨으로써 검찰은 ‘무리한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검찰은 최 전 부회장을 4차례, 김 전 사장을 8차례 소환조사한 바 있다.

 

◇ 무리한 검찰 구속영장 청구 지적… ‘부실 수사’ 논란 피할 수 없을 듯

검찰은 1년 8개월간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삼성 전현직 임직원 110여 명을 대상으로 430여 회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최 전 부회장과 김 전 사장이 입안했다는 ‘프로젝트G’ 관련 문건을 핵심 증거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증거인멸 가능성’을 내세우며 이 부회장 구속 수사의 불가피성을 내세운 검찰 주장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검찰은) 이미 장기간 수사를 통해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이번 법원 판단은 그간 법조계와 재계가 제기한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 지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을 확보한 듯 했으나 법원에선 검찰 측이 범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한 여지마저 남기게 된 셈이다.

아울러 검찰의 이번 영장청구에 대한 국민 여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8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국민 60% 가량이 이 부회장에 대해 법원 ‘선처’를 바란다는 빅데이터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여파 속에서 삼성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회복을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법원의 결정 직후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9일 새벽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왼쪽)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이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뉴시스
9일 새벽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왼쪽)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이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뉴시스

 

◇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에 국민적 관심 집중

결국 이번 영장 기각은 향후 검찰 보강수사와 함께 삼성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삼성 측은 지난 2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오는 11일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부의심의위에서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내리면 검찰총장은 이를 이행해야 한다.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그러나 수사심의위 존재와 의견을 무시한다면 현재 다소 기세가 꺾인 검찰로선 여론의 질타를 피할 도리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가 검찰 스스로 도입한 자체 개혁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원 판결로 힘을 얻은 삼성은 수사심의위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울 사실관계 소명에 주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 판결 직후 “향후 수사심의위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블룸버그>등 미 주요 매체,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리”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청구 기각은 주요 외신들의 많은 관심을 낳기도 했다.

이날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리”라면서 “이 부회장 부재 시에는 M&A 또는 전략적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삼성에 큰 우려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이 부회장은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 부회장은 5월 이례적으로 과거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년간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연장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검찰 공세가 수년간 이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장세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의 의견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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