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한항공 자구노력에 찬물 끼얹는 서울시?…노조, 강경 투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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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한항공 자구노력에 찬물 끼얹는 서울시?…노조, 강경 투쟁 예고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06.11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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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 철회 요구…제값 받을 수 있는 자유경쟁 입찰 보장해야
“동냥 못해줄 망정 쪽박깨는 박원순 시장 규탄한다” 한 목소리…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 ‘골머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송현동 부지의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송현동 부지의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를 4671억 원에 사들여 공원화하겠다는 계획과 관련해, 노동조합이 발끈하고 나섰다. 시장의 자유경쟁 입찰을 방해하는 처사임은 물론 시세보다 못미치는 가격으로 회사의 경영정상화 노력과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는 11일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송현동 부지의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행보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노조원 50여 명은 "동냥은 못해줄 망정 쪽박 깨는 박원순 시장 규탄한다", "서울시는 헐값 매입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마감했으나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 규제가 뒤따르기는 하지만 입지적 이점이 뛰어난 만큼 자산 가치가 최대 6000~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당초 해당 부지는 서울 중심인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데다 부지 면적만 3만6642㎡에 달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서울시가 4761억 원의 보상비를 책정하고 공원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로 인해 송현동 부지 매각이 어려워져 2만여 명의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우려가 더욱 높아지게 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서울시의 무책임한 탁상행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데, 서울시는 오히려 민간기업의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자구 노력을 방해하려 한다"며 "고용유지 지원금을 풀어가며 일자리를 지키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도 반하는 서울시의 행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족쇄를 풀어 합리적 가격에 매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와 고용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노조원들이 항의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한항공 노조원들이 항의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강성수 대한항공 노동조합 정책국장도 이 자리에서 "5~6곳이 송현동 부지 입찰에 관심을 표했지만, 서울시의 발표로 인해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서울시가 공권력 남용으로 사유 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노조는 서울시가 책정한 보상비부터가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세에도 못 미치는 데 금액인 데다 이마저 2년에 나눠 지불돼 하루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시울시로 인해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발될 경우 회사의 핵심사업부인 정비MRO와 기내식 사업부문을 팔아야 할 수도 있어 고용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며 "3000여명이 근무하는 해당 사업부의 매각은 당장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인이자, 향후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최대영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대한항공 2만여 노동자의 생존권과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서울시의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의 입장 변화가 없을 시에는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통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와의 불화를 우려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난항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비친 것으로 미뤄 볼 때, 서울시의 계획 철회 또는 보상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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