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신드롬] 민주당의 전략적 침묵…증세·노동유연화 ‘대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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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신드롬] 민주당의 전략적 침묵…증세·노동유연화 ‘대략난감’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6.1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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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허구…통합당이 주목한 주머니 '노동유연화'
양대 노총 적으로 만들 노동유연화…민주당의 전략적 침묵은 금이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올린 ‘기본소득제’가 일종의 신드롬을 형성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및 범여권은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올린 ‘기본소득제’가 일종의 신드롬을 형성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및 범여권은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올린 ‘기본소득제’가 일종의 신드롬을 형성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김종인 체제’의 통합당은 기본소득 주제를 선점했다. 당내 ‘정책브레인’으로 꼽히는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당선인 총회에서 “기본소득을 통합당이 먼저 꺼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펼쳤다. 김종인 위원장은 “빵을 먹을 돈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냐”며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못박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일 실시한 전국 18세 이상 500명 여론조사 결과, 기본소득 관련 찬성(48.6%)과 반대(42.8%) 여론은 비등하게 집계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민주당 65%, 정의당 63%, 열린민주당 66% 등 범여권 지지자 과반 수 이상이 찬성 의사를 표했으며, 본인을 ‘진보’라고 정의내린 응답자의 63%가 기본소득에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것이다. 중도층에서는 찬성(48.7%)이 반대(42.3%)보다 다소 앞서 나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복지와 관련된 논제는 민주당이 치고 나갔어야 했다. 통합당에게 선수를 뺏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측에 경제민주화 의제를 빼앗겼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요컨대 정략적 측면만 고려하자면, 민주당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반대에 부딪혀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통합당과 달리, 민주당은 지지층 배반 현상 없이 일부 중도층까지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 대권주자들이 원론적 차원에서 기본소득 관련 입장을 쏟아냈지만, 이재명 지사를 제외하면 찬성 측 의견이나 당론이 없는 모양새다. 범여권으로 꼽히는 정의당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답변을 유보했다.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65%, 정의당 63%, 열린민주당 66% 등 범여권 지지자 과반 수 이상이 찬성 의사를 표했으며, 본인을 ‘진보’라고 정의내린 응답자의 63%가 기본소득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리얼미터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65%, 정의당 63%, 열린민주당 66% 등 범여권 지지자 과반 수 이상이 찬성 의사를 표했으며, 본인을 ‘진보’라고 정의내린 응답자의 63%가 기본소득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리얼미터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허구…통합당이 주목한 주머니는?


왜일까. 말하자면 ‘돈’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돈이 나오는 ‘주머니’의 문제다. 어느 주머니에서 돈을 마련해 와야 하나. 그런데 그 주머니가 ‘우리 편’의 주머니라면? 

민주당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선 186조 원, 50만 원을 주려면 309조 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정부의 총 지출액은 469조 원, 복지에 들어간 예산은 161조 원이다. 1인 최저생계비(약 105만 원) 절반도 되지 않는 월 50만 원을 위해선 복지 총괄 예산은 가뿐히 뛰어넘어 대한민국 1년 치 예산의 60%를 따로 벌어 와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소득 전문가’로 꼽히는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허구’라고 못박았다.

최 교수는 “기본소득 월 50만 원은 국민이 세금을 100% 정도 더 내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세목 신설이나 부자 증세로 충당할 수 없다”면서 “세수가 큰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를 확 올려야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증세 카드’를 들고 나와야 한다는 건데, 대선을 앞둔 정부여당 입장에선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만에 하나 ‘최소한의 증세’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해도, 나머지 부분은 대체 충당할 것인가. 

이쯤에서 보수 진영의 ‘노동유연화’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박형준 전 통합당 선대위원장도 지난 10일 “우파의 기본소득 논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같이 맞물리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기본소득에 접근하는 우리(보수)의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노동시장 개혁이다. 우리가 기본소득을 논의하려면 노동·복지·교육 개혁과 연결되는 안을 제시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보수가 노동유연화를 들고 나오는 순간 민주당은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다. 기본소득과 맞물리는 노동유연화를 ‘결사반대’할 세력은 다름 아닌 민주당의 한 축을 차지하는 노동조합연맹이기 때문이다.ⓒ뉴시스
보수가 노동유연화를 들고 나오는 순간 민주당은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다. 기본소득과 맞물리는 노동유연화를 ‘결사반대’할 세력은 다름 아닌 민주당의 한 축을 차지하는 노동조합연맹이기 때문이다.ⓒ뉴시스

 

양대 노총 적으로 만들 노동유연화…민주당의 침묵은 금?


보수가 노동유연화를 들고 나오는 순간 민주당은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다. 기본소득과 맞물리는 노동유연화를 ‘결사반대’할 세력은 다름 아닌 민주당의 한 축을 차지하는 노동조합연맹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미 수차례 노동유연화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달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21년 만에 한 테이블에 앉아 ‘총고용보장’과 ‘해고금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노총은 국가적 재난 이후 더욱 노동유연화 목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노총 황선자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극복과 사회대전환을 위한 노동조합의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재난 위기 극복을 이유로 규제 완화와 노동유연화 확대라는 자본의 위협적 공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노동유연화는)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계층에 대한 보호를 더욱 약화시켜 노동자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민주당이 ‘전략적 침묵’을 택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노동유연화’를 뒤적거리다가 역풍을 맞고 싶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2011년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지도부 선출권을 갖고 있는 노동부문 정책대의원에 한국노총 출신들을 지명해 왔다. 또한 민주노총은 지난 4·15 총선에서 민중당과 정의당 등 진보 진영의 비례대표 경선 선거인단에 조합원 가입을 독려하는 지침을 내리고, 일부 조합원은 예비후보로 직접 출마하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했던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지난 13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은 강성노조”라며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대기업 공공부문 노조가 돌격대 역할을 해 줬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을 보면, 집권 여당이 자신들의 돌격대를 위해서 감행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보 진영과 노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거다. 

침묵은 금이다. 더군다나 지금같이 이리(증세) 가도 저리(노동유연화) 가도 난감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전략적 침묵은 그들 입장에서 최대한의 금덩이처럼 보일 법하다.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틈만 나면 '입조심'을 당부하는 이유다.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는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4.4%p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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