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하는 국회’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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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하는 국회’와 민주주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6.16 2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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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역할은 국민 목소리 듣는 것…일사불란은 비민주의 증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손에 넣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손에 넣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손에 넣었습니다. 민주당은 15일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등 총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습니다. “법사위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돼야 한다”는 미래통합당의 반발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묻혔습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가져가는 건 비효율을 초래합니다.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최종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인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다면, 법안 통과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개혁 입법’에 온 힘을 쏟겠다는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국회가 다시 한 번 공전(空轉)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반면 민주당이 법사위를 장악하면, 정부여당이 원하는 법안은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일사불란(一絲不亂)하고 신속하게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거죠. 아마 민주당이 관행을 깨면서까지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건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법안 처리’가 ‘일 잘 하는 국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걸림돌’ 없는 국회가 정말 좋은 국회일까요. 과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를 싸우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본질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문명화해 놓은 것이 정치기 때문이다. 총칼을 휘두르는 대신 표를 던지고 말로 하게 만든 것이 정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정치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대화와 타협, 설득으로 해결하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 국회입니다. 권위주의 시대처럼 절대자 한 명의 뜻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할 말 있는 너희 모두가 여기 들어와서 싸우라’고 판을 깔아 놓은 거죠. 이러니 일상적으로 다툼이 벌어지고, 다른 목소리도 터져 나옵니다. 당연히 효율적이지 않고, 지켜보기 답답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 양보하며, 공존할 길을 모색하는 과정입니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그런데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대화와 타협을 생략한 채 ‘다수결의 원칙’만 내세우면 어떻게 될까요. 효율적일지언정, 소수의 목소리는 무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개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무너져 내리는 거죠.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법안 통과’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 아닐까요. 함께 가기보다는 빨리 가려는 민주당의 결정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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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자 일해 2020-06-17 04:52:08
결석하고 깽판부리고 놀아도 국민혈세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자는 오직 국회의원뿐..
언제까지 일하지 않고 놈팽이 짓만 계속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