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대책] 갭투자·법인 투기 차단…집값 안정화 효과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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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부동산대책] 갭투자·법인 투기 차단…집값 안정화 효과는 ‘물음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6.1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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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확대·대출 규제 강화·법인 세부담 늘려
공급위축 우려·규제 의미 퇴색…"서울 상승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규제 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를 통해 갭투자를 차단하고, 세 부담을 늘려 법인을 통한 부동산 우회 투기를 막는 게 6·17 부동산대책의 골자다.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라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집값 하락 안정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17일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을 공개하고 △과열지역 투기수요 유입 차단 △정비사업 규제 정비 △법인 활용 투기수요 근절 △12·16 부동산대책과 공급대책 후속조치 추진 등을 꾀해 '과열요인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갭투자와 법인 투기 차단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한 금융 규제로 갭투자를 방지한다. 무주택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9억 원 초과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1년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기존 규제를 강화해 '전(全)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포함)에서 주담대를 받을 시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한다. 1주택자도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전입해야 한다.

또한 현재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한해서만 제한된 전세대출 보증을 개선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는 경우도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에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세대출을 받은 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 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에는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한다. 아울러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2억 원(1주택자)으로 축소해 갭투자로 악용되는 사례를 사전에 막는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세금도 늘어난다. 개인, 법인에 대한 구분 없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던 현행 규제를 강화해 법인 보유 주택은 개인 세율 중 최고세율인 3% 또는 4% 단일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를 폐지해 법인을 활용해 공제액을 확대하는 다주택자들을 견제한다. 또한 현재 법인 보유 주택 양도 시 차익에 대한 추가세율(법인세율 10~25%+'α')도 20%로 인상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규제지역을 사실상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다. 인천 전 지역(강화·옹진 제외), 경기 전 지역(김포·파주·연천 등 접경지 제외)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인천 연수구·남동구·서구, 경기 과천·성남분당·수정·광명·하남·수원·안양·안산단원·구리·군포·의왕·용인수지·기흥·화성(동탄2) 등은 투기과열지구로 삼아 LTV·DTI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현상이 발생한 세종, 대전, 대구(수성), 청주 등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다.

이밖에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거래 시 가격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잠실 MICE 개발사업·용산 통개발 등 주요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들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투기수요에 대한 조사체계 강화 등으로 투기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기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원칙 하에 주택 시장 과열 요인을 차단하고 기존 대책의 후속 조치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며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에 대해 브리핑을하고 있다. 김 장관은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과 관련해 “이번 조치로 경기 인천 대전 청주 중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 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에 대해 브리핑을하고 있다. 김 장관은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과 관련해 “이번 조치로 경기 인천 대전 청주 중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 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업계는 그간 현 정권이 출범 이후 발표했던 부동산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6·17 대책도 강도 높은 규제라고 평가하면서도 집값 하락 안정화를 도모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우선, 공급 위축 우려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사업 조합원들이 '분양신청 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근거로 재건축부담금을 본격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안전진단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수도권, 특히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없이는 공급량을 충분히 늘릴 수 없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공급 위축이 염려되는 대목이다.

또한 사실상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규제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규제가 몇몇 지역에 국한돼야 투기수요 분산을 노릴 수 있는데 전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어느 지역이든 동일한 조건이 됐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전에 발표했던 정부 주도 재건축·재개발 방침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부가 직접 사업을 추진해 공급하겠다는 건데 여기 동조할 조합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급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규제지역도 문제다. 여기도 투기과열지구고, 저기도 조정대상지역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사다리만 걷어찬 것이나 다름이 없다. 대출 규제 무시할 수 있는 현금부자들만 노났다. 특히 서울은 어차피 수요가 많은 곳이다. 당분간 조정기를 거친 후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갭투자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주인 전세대출을 잡으면 갭투자가 근절되겠는가.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탁상공론이다. 세입자들의 전세대출을 막아야 한다. 1주택자 이상 갭투자자는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다"며 "지지율 하락 걱정에 세입자 전세대출이나 개인에 대한 세제 강화 관련 내용은 쏙 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원용 부동산연구소장은 "이번 부동산대책은 3무(無) 대책이다. 그간 집값 상승 원인인 전세가를 낮출 수 있는 '전세가 하락 정책'이 없다. 서민보다 은행 수익률 감소를 걱정하는 것 같다. '임대사업자제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없다. 지금도 임대사업자 등록하면 아무 문제 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 그리고 '3기 신도시 분양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해 선공개해야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 되는데, 문재인 정부가 집값 잡을 의지가 있는지 가장 의문인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일단 수도권 지역 집값 상승의 도화선인 안심전세대출제도를 조정해야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해서 투자자는 대출을 받고,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전세를 놓을 수 있다. 그리고 상호신용금고 등에서는 여전히 기존 집에서 사업자로 75%까지 대출을 준다. 이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며 "이런 문제들을 건들지 않는다면 정부는 결국 집값을 강보합세로 몰면서도 겉으로는 집값 잡는 액션을 취해 지지율을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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