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정책 손질 들어간 통합당,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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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정책 손질 들어간 통합당, 어떻게 바뀔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6.19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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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참여한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 보니…‘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통합당은 18일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당의 정체성과 정강·정책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라는 것은 급진적 변화를 억제한다는 의미에서 보수”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적응하지 않는 보수는 정치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강·정책을 손질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이 내놓을 새로운 ‘나침반’에 시선이 쏠린다. 정강·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도 큰 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 김종인의 생각


기본적으로 통합당 정강·정책은 김 위원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강·정책개정특위 자체가 비대위의 특별조직 성격을 갖는 만큼,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김종인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는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으로 당의 정강·정책 개정을 담당했던 바 있다.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은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 △공정한 시장경제 △기회균등의 창조형 미래교육 △다양함을 존중하는 소통과 배려의 사회문화 △지속가능한 친환경성장 △한반도 평화와 국익중심의 북방외교 △통일한반도시대의 주도 △국민과 소통하는 신뢰의 정치 구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신뢰정부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제2조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 항목에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해소와 정규직 전환 노력, 근로시간의 적정화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이, 제3조 ‘공정한 시장경제’ 항목에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위해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제5조에는 ‘안전한 일상생활 보장을 위해 공공부문의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이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 적정화 등과 같은 ‘진보적’ 정책들이 정강·정책에 대거 포함된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정강·정책은)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게 양극화인데, 양극화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거대 경제세력이 자제 능력이 있으면 이런 것을 할 필요 없다. 어느 나라도 경제세력이 스스로 자제하기는 힘들다. 제도적 장치로서 경제세력의 횡포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통일·안보와 관련한 제7·제8조에서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평화 위협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보수적 시각이 드러났다. 요컨대, 김 위원장이 전체적인 설계도를 그린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은 진보적 경제정책과 보수적 안보정책이 조화를 이뤘던 셈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정강·정책 개편을 담당한 바 있다. ⓒ뉴시스
김 위원장은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정강·정책 개편을 담당한 바 있다. ⓒ뉴시스

 

2020년 ‘통합당 비대위원장’ 김종인의 생각


전문가들은 통합당의 정강·정책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로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병민 비대위원은 “비정규직 근로자라든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국민의 권리에 정당이 얼마나 깊이 있게 관여하고 관심을 가졌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김 위원장이 정강·정책 제2조에 담았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해소’와 맥을 같이 한다.

김 위원장 본인도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공식화하며 “실질적인 자유를 이 당이 어떻게 구현하고,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해야 하는지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공언했다. 실질적 자유란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의 자유를 달성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 나온 개념으로,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 정강·정책 제1조에 담았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존중’의 ‘완성판’이다.

지난 11일에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교육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있고, 사교육 시장이 커져서 공교육이 무력화되고 있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데, 통합당은 이를 과감하게 지적하고 선제적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사교육 시장으로 무력화된 공교육 살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에서도 교육기회균등 실현과 공교육 강화를 강조했던 바 있다.

통일·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분단 상황에서 비핵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망상이다. 아무리 인내하고 참고 견딘다고 해서 북한의 태도가 결코 변할 리 없다”며 “북한이 우리말을 듣고 비핵화를 할 리 만무하고 하등 (북한에)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비핵화 문제는 북미 간 해결할 것이라는 것을 읽고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이 역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2012년의 인식과 동일하다.

이에 대해 통합당 관계자는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고 난 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신념이나 철학이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원을 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때도 경제적으로는 좌클릭을 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안보적으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집토끼를 잡아두는 전략을 썼다. 이번 정강·정책 개편도 그 정도 범위가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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