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수정 “성폭력 핵심은 동의여부…의제 강간 연령 상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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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수정 “성폭력 핵심은 동의여부…의제 강간 연령 상향해야”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6.2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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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온국민 공부방 제3강
비동의 간음죄 넘어, 동의가 왜 중요한가?
안철수 “여성과 아동의 안전, 국민의당 대표 정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4일 세 번째 강연자로, ‘비동의 간음죄 넘어, 동의가 왜 중요한가?’란 주제로 강연했다.ⓒ뉴시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4일 세 번째 강연자로, ‘비동의 간음죄 넘어, 동의가 왜 중요한가?’란 주제로 강연했다.ⓒ뉴시스

“왜 성을 판 사람은 처벌하지 않나요.”
“국가는 국민의 성욕 해소에 책임이 없나요.”

지난 1월 N번방이 세상에 알려졌을 무렵, 이수정 교수의 메일함을 가득 채운 내용이었다. 이는 성범죄 사건이 가해자 편에서 해석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성(性)은 사고파는 게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가 당연하지 않은 것이 돼버린 2020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안철수 당대표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젓고, 권은희 원내대표가 국가법령정보센터 앱을 통해 간간이 법조문을 확인하던 공간. 이곳에서 24일 오전 국민의당 ‘온(on)국민 공부방’ 세미나가 열렸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세 번째 강연자로, ‘비동의 간음죄 넘어, 동의가 왜 중요한가?’란 주제로 강연했다.

 

성폭행의 핵심은 ‘동의’


이 교수는 “성폭행의 핵심은 동의”라고 거듭 강조했다.ⓒ뉴시스
이 교수는 “성폭행의 핵심은 동의”라고 거듭 강조했다.ⓒ뉴시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강간죄 성립요건은 폭력과 협박이 있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는 곧 폭력‧협박을 입증할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국‧스웨덴‧독일‧미국 캘리포니아 등은 강간죄를 동의 여부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는 “성폭행의 핵심은 동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동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동의를 구한 절차 여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이뤄진 의사 여부 등을 요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동의 능력이 상실된 경우가 있는데, △강제/협박 △유혹/속임수 △육체적 폭력 △언어적 협박 △잠들거나 무의식 상태 △지적 장애 등이 그 경우다. 

이 교수는 “칼을 목에 직접 들이대는 것만이 협박이 아니”라며 “N번방 사건처럼 개인정보가 다 알려진 상태에서 ‘퇴근길을 조심해야 한다’는 문자 역시 동의 능력을 상실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버닝썬 사건과 관련 “버닝썬 사건에서 피해자가 등장하지 않은 건 멍든 자국 같은 흔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약물에 따른 무의식 상태에서 성범죄가 있었으나, 약물 여부가 확인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터무니없이 낮은 한국의 ‘의제 강간 연령’


한국은 의제 강간 연령이 만 13세 미만으로, 일본과 함께 가장 낮다. 의제 강간 연령은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나이를 의미한다. 반면 독일‧프랑스‧스웨덴 등은 만 15세 미만, 미국 다수 주와 영국‧캐나다 당은 만 16세 미만이다.

이 교수는 “의제 강간 연령은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라며 “선진국일수록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학자 피아제(Piaget)의 아동 인지발달이론을 통해 왜 만 15~16세를 기준으로 삼았는지 설명했다.

그는 “아동의 인지능력은 연령에 따라 질적 차이를 보인다”며 “12세까지 구체적 조작단계로, 아이는 사고과정에 논리가 나타나는 등 원시적인 인지 능력이 발달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은 구체적 조작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피아제의 4번째 발달단계인 형식적 조작단계를 습득하기 시작하는 건 12세 이후의 일이다. 그는 “선진국들이 만 15~16세로 한 건, 형식적 추론능력을 습득하는 시기가 바로 그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로 중학생이 많은 이유도 이 능력이 발달하기 전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의제 강간 연령을 높여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인간수업>,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을 처벌하라는 말에 앞서 어른들, 기성세대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걸 염두해달라”고 당부했다.ⓒ뉴시스
이 교수는 “아이들을 처벌하라는 말에 앞서 어른들, 기성세대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걸 염두해달라”고 당부했다.ⓒ뉴시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의 이야기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교수는 “가출 청소년들은 보호관찰을 받을 수 있지만, 보호처분 청소년 중 조건 만남에 나선 아이들은 피해 청소년이 된다”며 “보호처분 청소년은 법무부에서 관리하지만 성폭력 피해 청소년은 여성가족부에서 처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무부와는 달리 강제권이 없는 여가부는 아이들이 센터로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랜덤 채팅 어플 없이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없는 가출 청소년은 다시 성매매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돌아갈 가정은 해체돼있고, 학업은 중단한지 오래라 제도권 교육 밖에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IMF 이후 7~8년이 지나면 비행 청소년들의 사건 사고가 늘어난다”며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 위기에 따른 타격을 입은 가정의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으로 빠져들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성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10대 후반에 출산, 낙태의 경험과 함께 부모가 되면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며 악순환을 언급했다.

또한 그는 “가출한 여성은 처음엔 혼자였다가 여자들끼리 모이고, 그 다음에는 오빠들이 들어와 일종의 가출 패밀리가 형성된다”며 청소년 또래 포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학교 폭력보다 더 심각한 건 학업중단 이후 제도권 밖에서 벌어지는 폭행”이라며 “형사 처벌을 낮춘다고 길바닥 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삶이 바뀌겠냐”며 회의감을 표했다. 

끝으로 그는 “아이들을 처벌하라는 말에 앞서 어른들, 기성세대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걸 염두해달라”고 당부하며, “본인의 회사가 불법적으로 이득을 내는지, 합법적으로 이득을 내는지도 모르는 곳은 기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안철수 당대표는 “여성과 아동의 안전은 우리 국민의당이 창당 때부터 꾸준히, 어느 당보다도 앞서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적인 정책분야”라고 말했다.ⓒ뉴시스
이날 안철수 당대표는 “여성과 아동의 안전은 우리 국민의당이 창당 때부터 꾸준히, 어느 당보다도 앞서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적인 정책분야”라고 말했다.ⓒ뉴시스

한편 이날 안철수 당대표는 “여성과 아동의 안전은 우리 국민의당이 창당 때부터 꾸준히, 어느 당보다도 앞서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적인 정책분야”라며 “오늘의 공부도 이 같은 국민의당의 일관된 기조와 정책 추진에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2월 5가지 여성 안전과 6가지 아동‧청소년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여성의 안전과 관련해 △스토커 방지법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 △명시적 동의의사 원칙에 따른 성범죄 엄벌하도록 형법 개정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설치 및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법 개정 △여성폭력 예방 및 지원체계 강화 등의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또 아동 및 청소년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아동주치의 제도 도입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성범죄 방지 제도의 선진국 개선 및 최대 무기징역 처벌 △그루밍 방지조항 신설 △함정수사 허용하는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 허용 △치료감호법 개정 통한 조두순 방지법 추진 등 6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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