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국공 사태 일주일, 그 많던 청년 정치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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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국공 사태 일주일, 그 많던 청년 정치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6.29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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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사회적 갈등에도 보이지 않는 청년 정치인…청년 정치인 가치 증명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 등을 직고용하기로 결정하자,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와대와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인국공 사태는 말 그대로 ‘사태’가 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옳은 일인지, 그 방식은 어떠해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은 깊고 긴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다만 이번 일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불과 두 달여 전, ‘청년들의 생각을 대변하겠다’며 국회에 들어간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국공 사태는 청년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공정성 의문을 제기한 사건이다. 청와대는 “청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청년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시혜를 베풀 듯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동자와 사용자 간, 심지어 세대와 세대 간의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불공정’이라는 청년들의 울분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청년 정치인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청년들에게 알리려는 청년 정치인도 찾을 수 없다.

이러니 청년의 사정을 알 리 없는 기성 정치인들은 “조금 더 배웠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거나 “그렇게 대단하다 생각하는 청년들의 바람이 연봉 3500만 원짜리 주는 보안검색이냐”는 등의 발언으로 기름을 들이붓고, 청년들은 ‘현실을 모르는’ 이들의 주장을 보면서 정부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만 키워나간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V)’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에게 한국 사회의 사회통합 수준을 평가하도록 한 결과 응답자의 51.7%가 세대 갈등을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황금기’를 살아온 586세대가 청년들의 고달픈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세대 간의 가교’ 역할을 기대하며 13명의 2030세대 정치인들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586세대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지금의 시대 흐름을 정치권에 전달하라는 의미였다. 반대로 거시적인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에게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설득해 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청년과 정치권의 ‘갈등 조절’이 절실한 이 때, 청년 정치인들을 하나 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지만, 그 역시 정부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정치의 근본적 책무를 다하려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국회에 더 많은 청년 정치인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과소대표되는 2030세대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인국공 사태야말로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만약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청년 정치인 무용론’을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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