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모펀드 쇼크,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기자수첩] 사모펀드 쇼크,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7.02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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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우교 기자)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등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등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올해 초,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이른바 '라임사태'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털어놨다.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이후, 실제로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훨씬 높아졌다. 그동안 증권사로서는 당연히 수요가 높은 쪽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수요의 증가에 따라 최대의 이익을 고민해야하는 것은 기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했고, 회사도 성장해야했으니까. 다만, 최근 '라임 사태'가 장기화되고 유사한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이같은 증권사들의 처지는 어느새 변명의 도구가 돼버렸다. 

잘 알려져 있듯,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자본시장법' 및 하위법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사모펀드 규율 체계를 완화해 투자자의 다양한 성향에 맞는 상품들을 등장시키고, 시장에 자본이 공급되게끔 만드는게 주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무차별적인 완화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근간을 흔들었다. 경쟁과 혁신을 촉진한다고 했지만, 자격이 부족한 일부 운용사들이 시장에 진입했고,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번 '사모펀드 쇼크'의 뿌리는 여기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줄기는 잘 자라났을까. 안타깝게도, 일부 운용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앞서 언급한 증권사들의 '생리'가 붙어 이상한 모양이 돼버렸다. 높아지는 수요를 지속가능한 '수익원'으로 만들기엔 증권사들이 갖고 있었던 판매 방식의 허점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에서 논란이 됐던 한 PB의 발언은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PB는 문제가 됐던 펀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원금보장'이나 '펀드를 기획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소속 증권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부인을 했지만, 해당 발언의 진위여부를 차치하더라도 펀드 가입 과정에서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부정확한 표현이 사용됐고, 투자자들은 이 설명을 믿고 적지 않은 금액을 맡겼다.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앞에서 치러진 한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 판매사(증권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이슈를 묻는 타 매체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물론 금감원의 관리·감독 부실을 비판하는게 기자회견의 큰 흐름이었다. 하지만, 과거 '라임 사태'를 포함해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판매 과정에 대한 시원스러운 답변을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흐름을 깬 해당 기자의 의도를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투자에 따른 위험은 투자자 본인의 몫이라고 하지만, 판단이 서는 과정에 부정확한 표현과 허점있는 판매방식이 개입했다면, 이는 이번 사태를 키우고 있는 또 하나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곳은 또 있다. 판매사(증권사)들은 지난 2015년 이후 운용사의 권한은 더욱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처럼 실체도 불분명한 자산을 편입하고, 문서를 위조하더라도 현행법 상 판매사들은 알 수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니까, 구조(사모펀드 규제 완화)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인데, 이러한 목소리를 국회나 금융당국에 전달해야할 책임이 있는 금융투자협회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해온 것일까. 

또한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순환을 관리·감독해야할 본연의 업무에 무책임했다. 그동안 썩은 뿌리는 자라나 줄기가 됐고 대규모 환매중단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에 대한 전면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에 따르면, 크게 △사모펀드 △P2P대출 △유사금융업자의 불법행위 △불법사금융 및 보이스피싱을 살펴본다고 하는데, 이번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과, 감사원의 금융당국(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감사도 철저히 이뤄지길 바란다. 

최근 '사모펀드 쇼크'의 원인은 무책임한 규제완화를 자행했던 지난 정부, 관리와 책임에 소홀했던 이번 정부, 그 중심에 있었던 금융당국과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협회, 그리고 투자자를 존중하지 못한 판매사(증권사)등에게 있다. 지난 5년간 잘못된 규제를 바꾸고, 투자자의 믿음에 답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은 서로의 책임을 미루고 방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번 사태의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보겠지만, 지금은 각 원인들의 실책을 동시에 살펴보는 체계가 당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카드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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