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권력의 모습은 똑같다?…반복되는 국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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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권력의 모습은 똑같다?…반복되는 국회 풍경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7.0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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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쥔 자’…일하는 국회‧상임위
‘권력을 뺏긴 자’…부정선거‧칩거정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권력은 죄가 없다. 그저 권력을 거머쥔 이들의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시사오늘 김유종
권력은 죄가 없다. 그저 권력을 거머쥔 이들의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시사오늘 김유종

권력은 죄가 없다. 그저 권력을 거머쥔 이들의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담담히 얘기하던 이들은, 달라진 풍경에 맞춰 당당히도 변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권력을 가졌을 때의 자세다. 높아진 위상과 서는 곳이 달라진 더불어민주당의 풍경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다.

 

‘권력을 쥔 자’…일하는 국회‧상임위 배분


‘일하는 국회’는 특별한 키워드가 아니다.ⓒ뉴시스
‘일하는 국회’는 특별한 키워드가 아니다.ⓒ뉴시스

‘일하는 국회’는 특별한 키워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보수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2008년 한나라당과 단독 180석(현 176석)의 2020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개원과 함께 내세운 정책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153석의 한나라당과 함께 일하는 정부를 내세우며, 국회 상시 개원을 주장했다. 제18대 국회의원 220명을 대상으로 한 <동아일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127명(57.7%)이 상시 개원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중 한나라당은 74.6%가 찬성하고, 제1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은 56.7%가 반대해 입장차를 보였다.

2020년 176석의 민주당이 제1호 당론 법안으로 제안한 일하는 국회법 역시 다르지 않다.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1일 결정된 방침은 △1~7월 매월 임시회 개최 △매월 2‧4주 목요일 오후 2시 본회의 개최 △월 4회 상임위 및 법안소위 개최 △9월 정기국회 전 국정감사 완료 등으로, 상시 국회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동일선상에 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당장 7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급선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시 국회 개정안이 무색하게, 국회는 상임위원장 배분 과정에서 공전해왔다.ⓒ뉴시스
그러나 상시 국회 개정안이 무색하게, 국회는 상임위원장 배분 과정에서 공전해왔다.ⓒ뉴시스

개원과 함께 제안한 상시 국회 개정안이 무색하게도, 국회는 원 구성 협상 중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과정에서 공전해왔다. 특히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협상과 타협은 무너져 내렸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 모습은 2020년 제21대 국회와 다르지 않다.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국정운영의 차질 없는 뒷받침을 위해 법사위 등 8개 상임위와 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야당이 법사위와 정무, 재경위를 맡아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이 같은 논쟁은 이번 국회에서도 똑같이 등장했다. 민주당은 “개혁입법 완수와 일하는 국회를 위해 법사위원장 몫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자, 통합당은 “법사위는 야당을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고 맞섰기 때문이다.

발언의 내용마저 20년 전과 같았지만, 논쟁의 결과만은 차이가 있었다. 2000년 제16대 국회는 여당이 전‧후반기 모두 야당에게 법사위원장의 몫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한편 8년 뒤, 2008년 한나라당은 보수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이유로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야당일 때와는 말이 바뀌었다. 그 근거로 “의석이 153석으로 81석인 민주당의 두 배에 가깝다”며 의석수를 내세웠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법사위 권한을 대폭 제한한 뒤 야당인 통합민주당에게 전‧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줘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권력을 뺏긴 자’…부정선거 논란‧칩거정치


계속되는 의혹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28일 공개시연회를 개최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계속되는 의혹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28일 공개시연회를 개최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2016년, 그리고 보수가 180석의 거대 진보 정당을 맞았던 2020년, 각 진영은 본인들의 참패한 선거를 부정했다.

2017년 방송인 김어준 씨를 필두로 진보 진영에서 2012년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의 주장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에 개표 부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 <더 플랜(The Plan)>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3년 뒤, 보수 참패 이후 민경욱 전 통합당 의원이 유튜버와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이어받았다. 이들 역시 보수가 참패한 21대 총선의 원인으로, 전자 개표기(투표지 분류기) 논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선 음모론에 앞장섰던 김 씨는 보수 진영의 부정선거 논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개표 시스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결국 칩거를 택한 이들에게 타협의 손을 내민 것 역시 권력을 쥔 자들이었다.ⓒ뉴시스
결국 칩거를 택한 이들에게 타협의 손을 내민 것 역시 권력을 쥔 자들이었다.ⓒ뉴시스

힘이 상대적으로 기울어있는 쪽에서 택하는 또 다른 방법에는 ‘칩거 정치’가 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10월 내각제 파동이 발생하자, 김영삼(YS) 당시 민주자유당 최고위원은 마산으로 내려갔다. YS는 “국민 다수와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 확실한데도, 내각제 개헌을 끌고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작정치를 향해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상임위원장 배분에 따른 국회 공전이 계속되자, 칩거를 택한 쪽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통합당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속리산 오대산과 강원도 고성 화암사 등에서 9일 간의 사찰 칩거를 단행했다.

이들의 칩거 정치에 권력을 쥔 자들은 “당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 보면 된다(노태우 전 대통령)”거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니(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냈다. 그러나 결국 이들에게 타협의 손을 내민 것 역시 권력을 쥔 자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김윤환 당시 원내총무를 통해, 민주당은 김태년 원내대표를 통해 다시 그들을 국회 안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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