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낙연 대세론,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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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낙연 대세론, 아직 멀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7.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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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와 ‘방어’로 대권후보 된 이낙연…진짜 시험대는 ‘의견 피력’해야 하는 지금부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대권 시험대는 지금부터라는 말이 나온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대권 시험대는 지금부터라는 말이 나온다. ⓒ뉴시스

“이낙연 의원 같은 분들은 본격적으로 선거가 시작되면 고전할 수밖에 없어요. 스타일이 그래요.”

2일 국회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한 실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의원은 1일 한 강연에서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은 순간 중 하나는 ‘소녀에서 엄마로 거듭나는 순간’”이라며 “남자는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해서 나이를 먹어도 철이 없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낙연 의원이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게 (국무)총리 시절입니다. 국정 관리도 안정적으로 했고,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 공세를 잘 받아 넘긴 것도 이미지에 도움이 됐고요. 워낙 방어를 잘 하는 분이니까요.”

이 의원은 우리 나이로 66세였던 2017년 대선 때까지도 대권 후보군으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유력 대권주자로 성장한 것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후다. 4선 국회의원에 전남도지사까지 지냈지만, 이 의원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면서였다.

“문제는 총리와 대권주자가 해야 할 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거죠. 총리는 방어를 잘 하면 됩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 야당이나 언론이 공격을 할 때 그것만 잘 받아치면 돼요. 휘하 공무원들 관리 잘 하고요. 그래서 이 의원이 떴던 거죠. 어떤 분은 이 의원보고 ‘원론맨’이라고 하더라고요. 원론적인 말만 하면서 실수 안 하고 이미지 관리를 잘 한다고요.”

이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원론 위주의 잘 정돈된 발언으로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미꾸라지처럼 핵심을 피해나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박형준 선거대책위원장은 “이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손에 잡히지 않고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는 기름 바른 공 같다”고 날을 세웠다.

“그런데 대권 후보는 원론적인 말만 할 수가 없잖아요.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밝혀야 되니까요. 이러면 보통 두 가지 문제가 생기죠. 일단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옵니다. 남의 말을 받아치는 건 잘하면 이득이고 못해도 본전이지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건 잘해야 본전 못하면 손해거든요. 어제 같은 발언이 그런 거죠.

다른 하나는 딱히 모난 게 없다는 이유, 그런 이미지 때문에 이 의원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빠져나간다는 겁니다. 대권 후보가 되면 찬성이냐 반대냐를 강요받는 일이 허다한데, 어느 한쪽을 고르면 다른 한쪽이 빠져나가게 돼있어요. 반기문 전 총장이 딱 그 케이스잖아요. 정치권에 들어와서 보수 쪽 스탠스를 드러내니까 지지율이 싹 빠져버렸죠. 이렇게 다 빠져나가고 나서 남아 있는 지지율이 진짜 지지율인데, 아직 이 의원은 그런 과정이 시작도 안 된 거죠.”

실제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정치 입문 전후로 정치 현안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다만 이 의원은 전남에서 4선을 하고 전남도지사를 지낸 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당선증을 받은 ‘정치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반 전 총장과는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내는 동안 충분히 검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국회의원 후보나 도지사 후보와 대권 후보는 전혀 달라요. 국회의원 후보나 도지사 후보한테 기본소득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는 않잖아요. 총리도 마찬가지고. 지금 이 의원이 기본소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 국민이 있습니까? 의견이 반반 나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 의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근데 대권 후보는 이런 문제에 다 대답해야 돼요. 그러면 찬성하는 50%나 반대하는 50% 중에 어느 한 쪽 표는 우수수 빠져나가는 거죠. 이러고 나면 언론에서 어느 지역 출신이니 이념이 어떻니 하면서 물어뜯는 거고. 이건 이 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이 한 번도 못 겪어본 거예요. 그래서 대권에 나가본 정치인을 높이 치는 거죠.

오히려 진짜 검증이 잘 된 대권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스탠스가 확실한 사람이에요.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는 국민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이 분이 대권 후보 2위라는 건 엄청난 거죠. 물론 확장성에는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 선거를 시작해도 시행착오는 없을 사람이죠. 검증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이재명 지사 쪽이 이낙연 의원보다 더 잘 검증된 후보라고 봐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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