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문재인도 윤석열처럼 컸다…밟힐수록 커지는 존재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주간필담] 문재인도 윤석열처럼 컸다…밟힐수록 커지는 존재감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7.05 19:5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지지 불러오는 ‘언더독 효과’…단순 '선악 구도' 만들어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군부와 싸워 이긴 YS와 DJ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YS 반목해 ‘대세론’ 만든 이회창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朴 비판해 대권주자 된 유승민 
文은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밟으려는가…과거 사례 떠올려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역대 정권들은 수많은 ‘윤석열’들을 키워 왔다. 현 정권에 직접적으로 대항했거나 핍박받은 인물들은 모두 대권주자급으로 성장하거나 실제로 대권을 잡았다. ⓒ뉴시스
역대 정권들은 수많은 ‘윤석열’들을 키워 왔다. 현 정권에 직접적으로 대항했거나 핍박받은 인물들은 모두 대권주자급으로 성장하거나 실제로 대권을 잡았다. ⓒ뉴시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도,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이낙연 의원도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일 것이다. 윤 총장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묻는 6월 여론조사에서 후보군에 등장하자마자 10.1%를 기록하며 전체 3위, 야권 후보로서는 1위에 올랐다. 

윤석열의 존재감은 실질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키웠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검언유착 사건과 검찰개혁 법안을 두고 윤 총장과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마치 작용과 반작용 현상처럼, 윤 총장에게 정치적 압박이 가해질수록 그의 지지율은 솟구치는 모습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언더독(underdog effect) 효과’라고도 한다.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권력자(top dog)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상대적 약자, 또는 부당한 희생자에게 지지표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역대 정권들은 수많은 ‘윤석열’들을 키워 왔다. 현 정권에 직접적으로 대항했거나 핍박받은 인물들은 모두 대권주자급으로 성장하거나 실제로 대권을 잡았다.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군부와 싸워 이긴 YS와 DJ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부 독재에 대항했던 김영삼(YS)과 김대중(DJ)은 차례로 대권을 잡았다. ⓒ뉴시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부 독재에 대항했던 김영삼(YS)과 김대중(DJ)은 차례로 대권을 잡았다. ⓒ뉴시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부 독재에 대항했던 김영삼(YS)과 김대중(DJ)은 차례로 대권을 잡았다. 

DJ는 박정희 정권의 최대 피해자였다. ‘색깔론’으로 공격받은 것은 예사였고, 중앙정보부로 인해 1973년 일본 동경에서 납치돼 129시간 만에 풀려났다. YS 역시 1969년 ‘3선 개헌’을 반대하다 초산 테러를 당했다. 그는 유신 시절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어록을 남겨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에 불을 지폈다.

전두환 정권 시절, YS는 가택에 연금된 뒤 정계은퇴를 강요받았고 이에 저항하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했다. DJ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동자이자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는 등 갖은 고초를 당했다.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YS 반목해 ‘대세론’ 만든 이회창


이회창 총리는 YS 상도동계와의 갈등 끝에 내부 압박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후 이 총리는 15대 총선 당선을 시작으로 ‘대세론’을 형성하며 두 차례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 ⓒ뉴시스
이회창 총리는 YS 상도동계와의 갈등 끝에 내부 압박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후 이 총리는 15대 총선 당선을 시작으로 ‘대세론’을 형성하며 두 차례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 ⓒ뉴시스

YS가 대권을 잡자, 국무총리에 임명된 이회창은 상도동계의 핵심 최형우 내무부장관과 갈등을 빚었다. 최 장관은 한때 신한국당 내 대의원 중 3분의 2이상 지지를 확보했던 상도동계의 수장이었다.

이에 YS가 청와대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 총리를 제외하자,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이 총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회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YS와 이 총리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이 총리는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진사퇴했다.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이회창은 15대 총선 당선을 시작으로 ‘대세론’을 형성하며 두 차례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朴 비판해 대권주자 된 유승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의 '보복 공천 탈락'에도 무소속으로 대구서 당선됐다. 그는 ‘탄핵 사태’ 이후 지금까지 보수 정당의 개혁보수 중심에 서서 ‘유승민계’를 이끌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보복 공천 탈락'에도 무소속으로 대구서 당선됐다. 그는 ‘탄핵 사태’ 이후 지금까지 보수 정당의 개혁보수 중심에 서서 ‘유승민계’를 이끌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당선된 후 원내대표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정책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이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분노한 박 대통령은 후에 유 원내대표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를 천명하면서 그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나, 청와대와 친박계는 끝내 그에게 원내대표직 사퇴를 압박했고 20대 총선 공천에선 그와 친유승민계 의원들을 배제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공천 탈락 이후 무소속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서 당선됐으며, ‘탄핵 사태’ 이후 지금까지 보수 정당의 개혁보수 중심에 서서 ‘유승민계’를 이끌고 있다. 

 

문재인은 역대 대통령들의 실수를 반복하려는가


‘언더독 포지셔닝’의 가장 큰 승자는 차례로 대권을 잡은 ‘양김’도, 목전에서 실패한 이회창도, 기회를 노리고 있는 유승민도 아니었다. 바로 현재 윤석열과 충돌하며 윤 총장의 주가를 상승시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다.ⓒ뉴시스
‘언더독 포지셔닝’의 가장 큰 승자는 차례로 대권을 잡은 ‘양김’도, 목전에서 실패한 이회창도, 기회를 노리고 있는 유승민도 아니었다. 바로 현재 윤석열과 충돌하며 윤 총장의 주가를 상승시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다.ⓒ뉴시스

국민들은 왜 ‘언더독’을 사랑할까? 지난해 발표된 연세경영연구 실험에 따르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소비자가 ‘언더독 포지셔닝’ 광고에 더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회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정치적 약자일수록 감정적 연대가 생겨 ‘약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응원한다는 뜻이다. 

일단 강자 대 약자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일은 쉬워진다. 거대 권력은 악(惡)으로, 그와 대척점에 선 자는 선(善)으로 매몰된다. 현직 대통령은 악역이 되고, 핍박받는 저항자는 무고한 순교자가 된다. 순식간에 정권교체는 악을 척결하고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되돌리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임무가 된다. 

이러한 ‘언더독 포지셔닝’의 가장 큰 승자는 차례로 대권을 잡은 ‘양김’도, 목전에서 실패한 이회창도, 기회를 노리고 있는 유승민도 아니었다. 바로 현재 윤석열 총장과 충돌하면서 그의 주가를 상승시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

친노(親盧)는 참여정부 말기 스스로 ‘폐족’이라고 할 정도로 몰락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2010년 6·2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부활했다. 2009년 5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을 택하자 친노 진영은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가 정치 보복으로 무리한 표적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욕설이 쏟아졌다. ‘나꼼수‘를 비롯한 일부 진보 논객들은 국민들의 동정론을 이용해 이 전 대통령을 악으로 낙인찍는 데 앞장섰다. 

이러한 흐름 위에서, 2010년 지방선거 때 안희정·이광재·김두관 ‘친노 트로이카’는 각각 충남·강원·경남 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들은 총선 직전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민주당과 통합을 이뤄냈고, 다시 친노가 당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치 신인’ 문재인 변호사가 순식간에 대선 주자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결국 ‘문재인 변호사’는 한때 ‘윤석열’과 같은 ‘언더독’이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권력을 잡자마자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역사가 말해주듯, 대통령이 누군가를 찍어내릴수록 그의 대망론만 키울 뿐이다. 윤석열이 ‘제2의 문재인’이 되질 않길 바란다면, 정부 여당은 그저 방관만 하면 된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시그널인지, 일부의 ‘과잉 충성’ 때문인지 이미 윤 총장은 집중 사격을 받고 그 역효과로 대권 궤도에 오르고 말았다.

언더독의 역사는 또 반복되는가. 야권의 견제와 여권의 집중 공세가 이어지는 한, 이 굴레는 쉽게 끊기질 않을 듯하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월 22~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37명(응답률 4.1%)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병행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로 진행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기준 2020-07-06 16:26:45
논리있게 잘 쓰셨네요

이삼균 2020-07-06 14:34:12
글이,,,,아주 깔끔하고,,읽기가 편하네요,,,,,^^,,,

ㅇㅇ 2020-07-06 14:15:45
팩폭 묵직하네 저격당하고 집가서 울면서 일기장에 쓸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