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스타항공, 상처만 안긴 M&A ‘새드 엔딩’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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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스타항공, 상처만 안긴 M&A ‘새드 엔딩’ 수순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07.0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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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상호 신뢰 훼손 유감” 표명…10영업일 내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구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면 투쟁나서…정부 눈치에 동반부실 딜레마 ‘부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협상이 새드 엔딩으로 끝날 전망이다. 계약 선결 조건 해소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던 양사간 입장차가 결국에는 책임 공방을 돌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 시사오늘 김유종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협상이 새드 엔딩으로 끝날 전망이다. 계약 선결 조건 해소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던 양사 간 입장차가 결국에는 책임 공방을 돌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 시사오늘 김유종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협상이 새드 엔딩으로 끝날 전망이다. 계약 선결 조건 해소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던 양사 간 입장차가 결국에는 책임 공방을 돌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이스타항공으로서는 제주항공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등 배수의 진을 친 격이지만, 정작 회사의 운명을 손에 쥔 제주항공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역효과만 초래했다는 평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양사 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이스타항공의 운항중단 조치를 제주항공의 일방적 지시로 매도하는 등 도움을 주려던 순수한 의도를 왜곡했다"며 "기업 인수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3월 진행됐던 양사 대표 간 회의 녹취록을 근거로 제주항공이 계약 도장도 찍기 전에 구조조정 지시 등 월권행사에 나선 점을 문제삼으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제주항공은 하루 전인 지난 6일에도 이스타항공 측이 양사 협상 내용을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긴 것은 물론 진행 과정마저 왜곡 발표해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내용의 반박 자료를 내고, 이스타항공의 언론플레이를 꼬집고 나선 바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 이미 기재 조기반납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로, 조종사 노조의 주장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양사간 SPA가 체결된 지난 3월 2일보다 앞선 2월 21일 이스타항공의 인력구조조정안을 담은 내부 파일 존재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측에서 결정·추진한 구조조정 계획의 진행 상황을 매수인으로서 확인한 것 뿐"이라며 "제주항공은 이를 강제한 사실이 없고, 주식매매계약 상 해당 권한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전했다. 조종사 노조가 문제 삼은 체불임금(2월) 역시 딜 클로징을 빨리해서 지급하자는 원론적 내용이었을 뿐, 계약 전 책임지겠다는 얘기는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양사간 기업결합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제주항공은 1일 이스타항공에 계약 선결조건을 10영업일 이내에 해결하라는 입장을 전달해 사실상 이번 딜이 파기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6월 말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 관련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제주항공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제주항공의 요구대로라면 이스타항공은 370억 원 규모의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임차 지급보증 건과 지난 2월부터 발생한 250억 원 규모의 임금체불 건을 비롯해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해야 하는 데, 최소 800억 원 대의 현금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헌납했음에도 이스타항공으로서는 필요 현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계약 선결 조건 해소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혀 온 제주항공이 계약 선결 조건 해소 시한을 정했다는 점과 정면 대응에 나섰다는 점은 내부에서도 이번 인수 작업에 대한 회의적 기류가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다만 계약 파기를 먼저 꺼내들기에는 리스크가 상당한 만큼, 이스타항공 스스로가 계약 조건 불이행에 따른 계약 파기 수순을 밟도록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제주항공 역시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의 반발이 집단 움직임으로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이들은 지난 3일 애경 홍대 사옥 앞에서 투쟁을 벌인데 이어 7일 국회 소통관에서도 정리해고 중단 및 제주항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고용 유지와 일자리 정책을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물론, 김현미 국토부 장관마저 직접 나서 M&A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음은 제주항공 입장에서 딜레마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행조건 해소를 요구했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선행조건 이행이 지체되는 동안 양사 모두 재무적인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으로, 동반부실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제주항공은 이스타 측의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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