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용산참사'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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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용산참사' 날까?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11.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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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유통 민자역사 추진 알고도 고의적 은폐 의혹
코레일유통(과거 홍익회)이 의정부 역사의 민자운영방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런 사실을 은폐한 채 상가 증축을 야기해 ‘제2의 용산참사’ 발생 우려까지 낳고 있다.

본지가 코레일유통과 (주)아프로마트21(대표 이성태)을 취재한 바에 의하면 지난 1999년 6월 코레일유통은 아프로마트21과 상가 증축 건립공사(지하1층, 지상3층)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의 핵심은 아프로마트21이 증축 상가를 국유재산으로 기부채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10년간 영업보장 및 향후 10년간(2000년 10월 30일~2019년 2월 21일) 재계약 보장 등 20년의 영업권을 약속한다는 것이었다.

의정부역 철도부지 지상에 상가 증축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98년 7월 4일 (주)역사로마트(대표 박만하)가 기부채납 조건으로 국유재산 사용수익허가를 얻으면서부터다.
 
▲ 신세계가 참여하는 의정부 민자역사 공사현장.     © 시사오늘 박지순


공자 진행 중 역사로마트는 부도가 나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임차인 모집 현수막을 게재해 민원이 발생했다. 홍익회는 즉시 ‘본 건물은 철도시설로서 임대 및 분양 등의 목적물이 아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역사로마트에게 약정내용 불이행을 이유로 1999년 5월 12일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1999년 6월 24일 당시 공정률이 58.5%이던 역사로마트는 자금부족을 이유로 포기각서를 제출했고 아프로마트21(당시 우촌유통, 1999년 10월 9일 상호변경)이 역사로마트를 흡수합병하면서 역사로마트의 권리와 의무, 채권과 채무를 모두 승계하기로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1999년 7월 21일 가계약을 맺었고 이에 앞서 같은 해 7월 12일 가계약 조건으로 코레일유통에 2억 5천 만 원을 지급했다. 아프로마트21이 공식적으로 상가 증축 공사를 재개한 것은 같은 해 8월 1일이다.

2000년 3월 4일 기증시설물 사용관리 약정서를 제출한 후 같은 달 7일 아프로마트21은 건물 준공을 완료하고 코레일유통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30일자로 상가 건물을 코레일유통에 기부채납했으며 입점자를 모집 완료해 영업을 개시했다.
 
민자역사 소문 돌며 아프로마트21 사실상 폐업

그러나 영업을 개시하기도 전인 2000년 3월 무렵 코레일이 의정부 역사에 민자운영계획을 확정했다는 소문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되자 아프로마트21과 입점 계약을 맺었던 대다수의 점포가 계약을 해지했다.

민자운영계획은 이후에도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아 2001년 말경에는 이미 입점해 있던 일부 점포들마저 철수했고 입점을 문의하는 업체가 사라져 아프로마트21은 2002년 9월 경에는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되고 말았다.
 
민자역사 개발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도 비슷한 무렵인 2002년 9월 29일이다. 민자역사 사업에는 대기업인 신세계가 참여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13일 의정부역에 현장 확인을 위해 갔을 때 신세계 민자역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의정부역 좌우로 대규모 상가를 짓기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현장 사진촬영을 하자 하도급 건설업체인 K사의 현장소장은 기자에가 다가와 “왜 현장 사무소에 말도 안 하고 사진을 찍느냐”며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현장소장은 “아프로마트21에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다”며 “하도급 업체인 우리에게 피해가 없도록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아프로마트21 상가 건물은 신세계 민자역사 건설 현장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문을 연 상가도 일부 있었지만 손님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 신세계 민자역사가 추진되면서 아프로마트21 상가는 정상적인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 시사오늘 박지순

 
여성용 악세사리를 팔고 있는 한 여성 입점자는 “장사를 하려고 문을 연 것이 아니라 문이라도 열어놔야 보상을 받을 것 같아 가게에 나왔다”며 “어떻게 보상을 받을 지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아프로마트21 “코레일유통이 이중계약 행위”

아프로마트21 이근우 이사는 지난 12일 기자와 만나 민자역사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업에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민자역사 계획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느 누가 계약을 하겠냐”고 말했다.
 
이 이사의 주장에 의하면 아프로마트21은 홍익회의 투자 제의를 받아 의정부역사 상가 증축 공사에 참여했다가 신세계 민자역사 발표로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인데 코레일과 코레일유통은 아프로마트21과의 계약 이전부터 대기업(신세계)과 민자역사개발 협약업무도 추진하는 ‘이중계약’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이중계약행위의 결정적 증거로 코레일과 코레일유통 사이의 내부문건인 ‘아프로마트21 주요 업무추진현황’을 제시했다.
 
이 문건에는 ‘의정부역은 민자역사 건립 추진 대상역(2000년, 2000년에 민자역사를 추진한다는 뜻으로 해석됨-편집자주-)으로 투자위험이 상존함’이라고 기재돼 있고 코레일유통은 이런 분석을 이미 1997년 12월 경 내려놓고 있었다.

이 이사는 이 문건의 입수 시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코레일유통이 아프로마트21을 상대로 수수료 등 미수금 지급명령을 의정부지방법원에 신청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입수했다”고 말했다.
 
‘수수료’란 아프로마트21이 영업이익의 일정비율을 코레일유통에 지급하는 액수를 말하며 일종의 월세 개념이다.
 
코레일유통 “아프로마트 민자역사 계획 알고 있었다” 상반된 주장

민자역사 개발 계획을 사전에 몰랐다는 아프로마트21의 주장에 대해 코레일유통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기자와 만난 코레일유통 경영관리본부 최상기 차장은 아프로마트21 이성태 대표이사가 2000년 3월 4일 제출한 것으로 명기된 ‘각서’를 제시했다.
 
각서에는 기부채납 승인조건으로 ‘의정부역은 2000년도에 민자역사 추진계획이 있으며 동 역사 장기개발계획 기본구상 용역 시 사업성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었는 바 장래 민자역사 또는 종합개발추진 등 우리청 사업계획에 지장될 경우 조건 없이 귀하(아프로마트21) 부담으로 철거 또는 우리청이 지정하는 장소로 이전하여야 함’이라고 돼 있다.

각서가 작성된 2000년 3월 4일에는 아프로마트21측에서 의정부 민자역사 개발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무렵은 아프로마트21이 역사로마트를 인수해 공사를 재개한 이후 시점이다.
 
이에 대해 이성태 대표는 “이미 공사비용으로 6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쏟아 부은 상황에서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홍익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레일유통의 최 차장도 “아프로마트21이 영업개시 후 2~3년 정도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민자역사 계획을 알면서도 (상가 증축에)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민자역사 건축공사는 지난해 시작돼 2011년 완공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과 코레일유통은 민자역사 건축공사의 시작 시기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영업점 개장 후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프로마트21측의 주장이다.
 
이 이사는 “코레일유통이 민자역사 공사가 2008년에 시작된다고 처음부터 밝혔다면 입점 상인들이 동요없이 영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유통 공공성 믿고 투자했다 사기당했다”

이 이사는 “모든 정황을 보면 정부기관이나 다름없는 코레일과 코레일유통이 민간 기업을 상대로 사기행위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로마트21이 의정부 상가 사업에 참여한 이유도 코레일과 코레일유통의 공공성을 신뢰했기 때문인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 의정부 아프로마트21상가 전경.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아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 시사오늘 박지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코레일유통 관계자들이 “우리를 믿고 사업을 추진하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이 이사는 코레일유통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며 아프로마트21측에 역사로마트를 인수, 합병해 공사를 재개하도록 유인한 것은 코레일유통의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했다.
 
즉 코레일유통이 사업자로 선정한 역사로마트가 부실사업자로 판명돼 공사가 중단되자 코레일유통 관계자들의 형사상 및 행정상 책임문제가 대두됐고 이를 희석시키고 무마하기 위해 아프로마트21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코레일유통이 아프로마트21에 2001년 5월 18일자로 보낸 ‘기부채납 취득 및 국유재산 사용허가’문서(문서번호 청재산 41323-1214호)를 기망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 문서는 국유재산 관련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3년의 사용기간을 규정하고 있지만 문서 말미에 본문과 다른 글씨체로 무상사용기간을 ‘2000년 10월 30일부터 2019년 2월 21일’까지로 기재해 놓았다.
 
“거짓 신뢰 심으려 문서 위조도 한 것으로 의심돼”

이 이사는 “코레일유통이 원본을 보내지 않고 사본을 팩스로 보낸 것부터 문서위조의 의심을 사게 하며 코레일유통이 무슨 권한으로 무상사용기간을 임의로 설정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가건물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짓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코레일유통이 고의적으로 문서를 위조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코레일유통(당시 홍익회 청량리지역본부장 김종후)에서 2001년 5월 28일 특수관리영업장 관리약정계약 작성 시 이성태 대표가 연대보증인(영업 수수료 납부를 보증하는 보증인으로 100만 원 이상의 재산세를 내야 자격이 인정됨)을 세워야 하는데 세우지 못하자 김 본부장이 신원불상자를 보증인으로 세워 계약을 무리하게 강행한 사실도 형식적 요건만을 갖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코레일유통의 부당한 행위라고 이 이사는 주장하고 있다.
 
연대보증인 인적사항란의 자필 글씨체가 모두 한 사람이 쓴 것이어서 이 이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이사는 “아프로마트21이 건물을 증축한 후 코레일유통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계약서와 각서를 수정시킨 것도 일단 아프로마트21을 사업에 끌어들인 후 문서상으로 형식을 갖춰 뒤탈을 없애려는 코레일유통의 고육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아프로마트21은 코레일유통으로부터 세 건의 소송을 제기당했다. 2005년 12월 수수료 등 미수금 지급명령이 신청돼 이듬해 11월 7억 4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이에 대응해 아프로마트21은 42억 7천만 원의 건축 손실금 지급청구를 반소로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미수금 지급명령에 대해서는, 상가건물의 사용수익허가를 관리청(코레일)의 승인을 얻어 변경할 수 있는데도 전전대(재임대하는 행위)는 안 된다며 상가 입점자 재계약 및 모집을 못하게 해 놓고 수수료를 내라고 하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 아프로마트21의 입장이다.
 
건물 명도 판결 나면 입주자 결사 저항할 듯

판결 결과에 대해 이 이사는 “계약에 관여한 코레일유통 관계자들이 모두 퇴직하거나 전직해 문서 자료만을 근거로 판결을 하다 보니 불리한 판결이 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레일유통이 제기한 건물명도소송은 다음 달 2일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본래 11월에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담당 판사가 코레일유통과 아프로마트21의 합의를 권유하며 시간을 줬다고 한다.
 
이 이사는 “코레일유통은 건물명도소송에서 승소한 후 건물의 감정가인 18억 원만을 보상하고 아프로마트21 상인들을 몰아낼 각본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감정가 18억 원은 상권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건물만의 값어치를 산정한 것으로 입점 상인들의 보증금을 돌려줄 액수도 못 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 이사는 “코레일유통이 강압적으로 아프로마트21을 몰아내려 할 경우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산 사태의 경우 단순한 입점 상인들이었지만 아프로마트21은 엄청난 돈을 들여 상가를 직접 지어 기부채납 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은 용산과 비교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의정부 신세계 민자역사 건립으로 야기된 ‘아프로마트21사태’는 아프로마트21에 대해 어떤 보상이 이뤄지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아프로마트21일 측은 역사로마트로부터 인수한 채무 약 18억 원과 상가 증축비용 등 대략 60억 원의 직접 손해를 봤고 영업을 제대로 못해 발생한 영업 손실은 직접 손해를 훨씬 뛰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가 코레일유통에 찾아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코레일유통은 ‘코레일유통, 아프로마트21 이성태 대표, 아프로마트21 입주자 대표’의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내부조정 후 신세계측과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안을 내놓고 있다.
 
▲ 출입이 금지된 신세계 민자역사 건설현장. 신세계 측은 아프로마트21 보상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시사오늘 박지순

 
코레일유통 “신세계가 보상하기로”, 신세계 “전혀 책임질 사안 아니다”

그러나 아프로마트21이 지난해 10월과 올 7월 코레일유통 영등포 본사 정문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자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신세계와 계약 당시 신세계가 모든 민원을 해결하기로 약속했으므로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세계측 입장은 전혀 다르다. 기자와 통화한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아프로마트21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상문제에 개입할 권리도 의무도 없다”며 “오히려 코레일유통 측에 아프로마트21과의 민원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라는 독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아프로마트21 상가건물 명도소송 판결도 코레일유통이 승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축 비용과 영업손실을 합치면 최소 백억 원에서 최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아프로마트21의 손실이 제대로 보상되지 않을 경우 건물명도 집행은 자칫 제2의 용산참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코레일유통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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