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부동산 ‘정치’,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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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부동산 ‘정치’, 이것이 문제다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7.11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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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가르기 프레임, 정책 망쳐
시장 원리 맞춘 정책 쇄신을
'권력유착' 어두운 그림자
고위 공직자들, 모범 보여야
'세금 폭탄', 민생 역습 불러
공직 다주택 처분과 실패 인정은 별개
경제팀 경질…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공급 부족‧과잉 유동성' 동시처방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뒷북으로 일관한 정부 정책 탓이 크다. 정부·여당도 다급해진 분위기다. 부동산 정책은 혼돈 그 자체다.

세금 때리기가 ‘공격 대상을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 쇼’로 비치는 이유다. 일견, 편 가르기 프레임뿐인 듯하다.

그동안 반시장적인 규제는 거래실종이란 부작용을 부르면서 집값을 튀어 올렸다. 정책 실패로 집값이 뛰고, 이에 세금폭탄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지난 3년여 동안 역대 정권 최고의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 그런데도 온갖 규제 카드가 또 난무한다. 정책은 자신들이 실패해놓고, 그 부담은 주택 보유자에게 세금 폭탄으로 지우겠다는 국면의 연속이다.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책 근본, 정도(正道)로 수정을

세금을 통한 그동안의 정책기조는 그만큼 대증요법이요, 시장의 왜곡과 민심의 이반을 불러왔다.

국민은 문 정부의 집값 잡기 실패에 배신감을 느꼈다. 치솟은 집값 앞에서 “평생 내 집 마련하기 어렵겠다”는 좌절감마저 맛봐야 했다. 21번의 대책에도 집 값을 잡지 못한데 대한 실망은 이내 분노로 바꿨고, 그 분노는 정권이 휘청일 정도가 됐다.

이제는, 문 정부를 믿고 무주택을 고수했다가 피해를 입은 서민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위 공직 사회에는 아직도 다주택자가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은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다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현실을 알게된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이 일제히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결국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겠다며 무릎을 꿇은 것도 국민들의 반발감 때문이다. 경제팀이 고삐 풀린 부동산을 감당할 수도, 그 만큼 성난 민심을 달랠 수도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 여당은 이제라도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본 해법으로 진단된다.

‘내 집 장만’ 희망이 관건

그러나, 당정이 내놓은 앞으로의 해법도 역시 종부세 중과, 곧 부자증세다. 현재 당정의 과세 방안은 세금 낼 능력이 없으면 집을 갖지 말라는 것으로, 세금이 아닌 벌금 격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이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가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던 방침을 정부가 반 년 만에 뒤집는 것도 이율배반이다.

여당 국회의원·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위선적인 실태가 드러나고 있는 것도 민심을 들끓게 한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절체절명의 시험대에 섰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내로남불’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릴 정교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금, 국민에게 꼭 필요한 건 분노 달래기보다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 불어넣기다. 보여주기식 ‘부동산 쇼’가 아니라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의미한다.

불로소득 사회 시스템 우려

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정부와 여당을 더욱 강경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금폭탄 종합세트’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초강력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3천조원을 돌파한 시중 유동성은 부동산 불안을 키울 수 있는 화약고다. 과잉 유동성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그것은 불로소득 천국을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신뢰를 얻는 최소한의 조건은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다.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문제도 국민에겐 팔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그러고 있었으니, 허탈감이 분노와 배신감으로 돌변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사실은 그들 스스로 정부 정책을 믿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해석돼 국민 불신을 깊게 했다. 공직자들 자신도 집값이 내려갈 것을 믿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실효 있게 강제하여 이행하게 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실패 인정해야

분명한 것은 고위공직자 주택 처분과 정부가 주택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란 사실이다.

재산권은 집값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당·정·청 어디에도 이 같은 반헌법적 발상에 제동을 거는 이가 없다. 고위공직 다주택자의 매각으로 부동산 가격이 진정될 리는 만무하다. 여론의 소나기만 피하면서 용두사미로 개혁을 흐지부지한다면 희망은 없다.

집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편을 갈라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집권세력은 언젠가 심판을 받게 된다.

시장의 원리를 따르는 건 경제 정책의 기본이다. 분열과 갈등의 편 가르기를 멈추고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일관되게 세금으로만 겁박

부동산 대책은 언제나 최고의 민생 과제다. 자산 격차가 양극화와 빈부 대물림의 더 강력한 원천이 된 사회에서 이를 시정하지는 못할망정 악화하기까지 한다면 옳지 않다.

여당이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하고 세입자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는 법안 통과를 향해 폭주하고 있지만, ‘부동산 쇼크’에 빠진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와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마비된 듯한 분위기다.

국민과의 약속을 대충 넘어가려다 민심 이반을 불렀고 정책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지난 3년간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3년 만에 6억원에서 9억2500만원으로 52%가 치솟았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서민과 청년들의 부동산 사다리는 끊어졌고,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3년여 동안 일관되게 세금으로 시장을 겁박해왔다. 집값 안정대책이 아니라 강남과 다주택자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 이탈을 막으려는 '부동산 정치'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런 이유다.

시장 혼란 가중…구조적 난제

사실, 지난 3년간 부동산 정책은 김현미 장관이 이끄는 국토부가 주도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늘 뒷전으로 밀렸다. 김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다. 이 때문에 21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은 늘 짙은 정치색을 띠었다.

시장 논리보다 징벌적 세금을 만병통치약으로 삼아 왔다. 21번의 부동산 정책 대부분이 세제 개편이었고, 그 바람에 세제까지 누더기가 됐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집값이 급등하고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은 시중에 풀린 돈의 힘과 근본적인 공급부족, 정책 실패 때문이다. 처분하라 말라는 ‘반헌법적 발상’일 수도 있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마냥사냥식 포퓰리즘적 대응일 뿐이다.

결국, 수요공급 원칙을 무시한 채 '누르면 잡힌다'는 오기로 실체가 모호한 '투기세력'을 쫓은 정책은 역효과와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방향도 보유세·거래세 인상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다가 역효과만 봤던 바로 그 정책이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시중 유동성이 3천조원에 이르는 초저금리 시대이고, 코로나 경제 쇼크로 양적완화 요구까지 지속하는 상황에서 집값 안정 또는 하락은 구조적으로 난제일 수밖에 없다.

'내로남불' 행태, 신뢰성 훼손

고위 공직자 다주택 보유 쟁점의 경우 그동안 정부가 효력없는 주택 가격 안정 대책을 20번 넘게 내놓았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관련 정책을 다루는 여권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강남 아파트 애착과 다주택 재테크가 시민단체 주도로 조명받으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급격히 바뀌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국민에게는 “빨리 팔라”는 메시지를 연신 전했다. 그러고서 자신들은 다주택을 쥐고 막대한 차익을 챙긴 셈이다.

말로는 개혁을 내세우면서 자기 재산 지키는 데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총선 공약으로 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은 처분할 것을 약속하고도 그냥 무시해 버린 것이다.

집값 상승의 단물을 챙긴 일부 고위 공직자와 여당 의원들의 '내로남불' 행태는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했다. 근본적으로는 0%대 저금리 속에서 홍수를 이룬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여당 42명, 야당 41명이나 된다. 이는 유권자들의 부동산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정부 고위관료 이상으로 부동산 정책과 업무에 관련성이 높은 만큼 당장 불필요한 부동산의 처분에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 ‘똘똘한 서울 집’ 대신 지방 아파트를 처분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그런 경우다. 이러한 행태는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자기 이익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없는 모양새다,

초법적 발상 측면

그동안, 이들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자에게 불리해야 마땅할 정책 입안을 주도했으니, 집값 잡기는 애초 시늉에 그치거나 실패할 운명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작년 말 참모들에게 다주택 매각을 주문했지만, 대부분 이행하지 않아 불신을 키운 바 있다. 노 실장 자신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다주택자에서 졸지에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재임 중 첫 무주택자 기록을 세울 것을 보인다.

이와 관련, 초강력 대책이 시급한 것은 사살이지만, 정책이 몰고 올 후폭풍을 미리 살피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사실, 고위공직자와 여당 의원 등의 다주택 현황이 알려지며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매각 지시로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는 ‘부동산 쇼’에 치중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헌법 23조에 규정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초법적 발상이라고 할 수있는 측면도 있다.

불신 심화, 종합 대책 필요

지금 사회는, 무주택자의 주택 매입이 더욱 꿈도 꾸기 어렵게 됐다.

정부 여당의 대책으로 앞으로는 종합부동산세가 9배 이상 폭증하게 됐다. 여당은 양도소득세도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차익의 40%를 내도록 한 것을 80%로 수직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집 한 채 가진 사람은 더는 소유하지도, 팔지도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매각 대신 증여가 크게 늘었는데, 매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고,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가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게 그 사례다.

당·정·청의 동시다발적 긴급 대응이 부디 실천으로 이어져 정책 신뢰 회복의 전기로 기능하길 바란다. 그러나 신뢰를 되찾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누적된 불신이 너무 크고 깊다.

포퓰리즘적 대응을 넘어 기존 대책들을 면밀히 검토해 방향을 수정해야만 한다. 다수가 살고 싶어 하는 곳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교육에 따른 주거 수요를 분산시키며,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의 퇴로를 넓히고, 벤처 투자처럼 생산적인 방면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게 하는 등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높은 상승 폭…무주택자들 절박감

하지만, 최근의 시장 상황은 근본적 결함을 시정치 않고 실책을 더 큰 실책으로 덮는 식이어서 중구난방도 넘어 엉망진창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시장은 정부 정책에 반응하지 않았고, 지금도 국민은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 6·17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효과에 대한 리얼미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00명 중 49.1%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36.8%에 그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오름폭을 키우면서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서울의 전셋값은 54주 연속 상승했다. 이 정도라면 지금까지 나온 정부 대책의 약발이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정시장가액 비율까지 90%로 올라 연말에는 종부세 폭탄까지 맞아야 한다. 서울 상당수 지역에서는 1주택자도 빚을 내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지금 집을 장만하지 못하면 내 집 마련이 영영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무주택자들의 절박감 등이 상승 작용하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5조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조원이 많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자금 수요가 집중되면서 신용대출은 3조1천억원 불어나 6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세를 나타냈다.

집값 안정화 의지 의문

이런 상황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 조처를 부처들에 주문했다. 각 부처에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한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파악하고 빠른 매각 실천을 요구한 셈이다.

총리실은 2급 이사관급 이상이라는 지침까지 내놨다. 제대로 시행하면 당연히 하급 공무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의 2급 이상 공직자는 1500명 정도다. 이들이 집을 판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리는 만무하다.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결국 '정치'임을 자인한 셈이다.

민주당은 소속 다주택 의원이 42명이라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전수조사에 나서며 처분 절차를 서둘러 밟기로 했다.

현재까지 파악 결과는, 고위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장 등 재산이 공개된 중앙부처 재직자 750명 가운데 약 3분의 1인 248명이 다주택자였다. 특히 주거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고위 공직자 가운데 31%(16명 중 5명)가 다주택자이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56명 가운데 17명이 다주택자라고 한다.

대표적 사례의 하나로, 최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실제 거주하지 않는 반포의 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자 결국 반포 아파트까지 팔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까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데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힘을 받을 리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3년 전 영상도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취임 후 첫 부동산 대책인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알리는 청와대 유튜브 영상에서 △다주택자 매각 시 혜택 △신혼부부 청약 쉽게 △임대사업 혜택 등 크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10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3만7,487명으로 2012년 통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모두들 정부의 집값 안정화 의지를 입증하기는커녕, 되레 부정하고 말았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피할 수 없다.

사실상의 기본권 침해 요소

헌법 제14조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당연히 해당된다.

정 총리는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해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의 강요라고 봐야 하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다.

한마디로, 정 총리 지시는 권위주의 정권을 연상시킨다. 공무원을 잠재적 투기꾼인 양 몰아선 안 된다. 총선 때 매각을 공약한 여당 국회의원과 장관 등만 매각하도록 하는 게 옳다.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앞으로 ‘집이냐, 승진이냐’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빚어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조건 다주택자이기 때문에 팔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 투기목적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한 채 넘게 집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나 처분이 늦어지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다주택자가 죄인인 것이 아닌데도 지금 분위기는 중죄인 못지않은 것이 문제다.

당·정·청, 냉각기 가져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정권보다 가파르게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한 데에는, 정부가 말만 앞세우고 정책이 따르지 못하면서 국민 신뢰가 추락한 면이 있다. 대출을 조이고, 규제 지역을 늘리고, 세금 폭탄을 안겼으나 결과는 지칠 줄 모르는 집값·전셋값 급등이었다.

또한, 특목고를 없애겠다는 교육 정책은 서울 강남3구와 목동의 집값을 자극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 중위 아파트 가격은 52%나 올랐다. 엄청나게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에 있다. 투기와의 전쟁은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간판이다. 참여정부의 정책 설계자였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에게 다시 설계를 맡긴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정책이 늘 의도했던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세제는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일 경우 취득세와 양도세는 내려야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데 양쪽을 다 틀어막을 경우 오히려 매물 잠김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세금 폭탄은 ‘부동산 대물림’을 늘리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의 부동산 증여는 지난해보다 49% 급증했다. 양도소득세가 증여세와 차이 없을 정도로 높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비슷하게 세금 내면서 팔아치우느니 자식이나 손주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배운 게 없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늘리고, 용적률을 높이며, 거래세를 낮춰 매물을 유도함으로써 공급을 대폭 늘리려는 노력은 외면했다. 오직 투기 세력을 규정해 세금과 규제를 때리는 일변도였다.

집을 죄악시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한 정부가 22번째 대책을 내놓는 순간 곧바로 23번째 대책을 짜야 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한다. 당·정·청이 냉각기를 갖고 정책을 원점부터 훑어보길 바란다.

추가 조치도 실패 '운명'

그러나, 정부 여당은 최근 지금까지 없었던 충격요법을 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과 양도세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법안들을 세입자 보호란 명분과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다주택·고가주택·단기양도주택에 세금을 중과하고, 임대주택사업자 혜택을 폐기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라고 한다. 서울에 웬만한 집을 가진 사람은 더 무거운 세금을 물게 생겼다.

그러나 이 조치 역시 확실한 공급대책이 없다면 주택을 팔아치운들 이전 조치들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운명이다. 수요억제보다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지금으로선 상책이다. 여권은 서울지역 재건축과 그린벨트 해제 찬반 이견을 둘러싼 혼선부터 정리해야 공급 확대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강남 등에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보유세를 늘린다면 취득세와 양도세를 함께 손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택지를 발굴해서라도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한 만큼 관철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월세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대 국회에서 불발된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책 기조 대전환, 실질적 효과 내야

무엇보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늘리고 용적률을 높이며, 거래세를 낮춰 공급을 늘리는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치 쇼가 아닌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팀을 시장을 잘 아는 유능한 전문가로 서둘러 교체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인물을 기용, 시장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해법과 처방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면 발상과 정책의 대전환을 더 미뤄선 안 된다. 규제 일변도 기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시장 원리에 맞춰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고 세제·금융규제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실효성 있는 과잉 유동성 대책도 조속히 내놓길 바란다. 치밀한 세제 설계와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 안정을 달성해야만 한다.

서민들은 투기꾼 단죄가 아니라 내 집 마련을 바란다. 정확한 정책으로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부동산의 시장원리를 다시 작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집값도 안정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은 ‘1가구 1주택’이 상식인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직 윤리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공직사회만큼은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역시 중요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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