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바보야, 문제는 프레임이야
[주간필담] 바보야, 문제는 프레임이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7.11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남 빨갱이’ 프레임 갇혔던 DJ, DJP 연합으로 돌파
‘영남 꼰대당’ 프레임 갇힌 통합당, 창조적 파괴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호남 빨갱이’ 프레임 갇혔던 DJ가 DJP 연합으로 돌파구를 찾았듯, ‘영남 꼰대당’ 프레임 갇힌 통합당도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오늘 문민지
‘호남 빨갱이’ 프레임 갇혔던 DJ가 DJP 연합으로 돌파구를 찾았듯, ‘영남 꼰대당’ 프레임 갇힌 통합당도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오늘 문민지

혹자는 말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이유는 단순했다. 지역적으로는 ‘호남’, 이념적으로는 ‘빨갱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그가 전국적 지지를 얻어야 하는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근거였다.

실제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97 대선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을 통해 “DJ의 대통령 당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이 DJ를 미워해서라기보다, DJ에 대한 당시의 일반적인 인식이 그랬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DJP 연합을 통해서였다. DJ는 ‘호남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깨부수지 않으면 자신이 대권을 쥘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충청의 맹주’였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았다.

DJ와 JP의 결합은 단순히 DJ가 JP의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충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JP는 DJ가 지닌 ‘비호남 유권자들의 반DJ 정서’를 상당 부분 희석시켰다. 여기에 군부정권 실세였던 JP의 이미지는 국민들이 DJ에게 가졌던 ‘사상적 의심’을 누그러뜨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DJP 연합을 두고 ‘야합(野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화투사였던 DJ와 ‘박정희 정권 2인자’였던 JP의 만남은 양쪽 지지자들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DJP 연합은 DJ를 괴롭혔던 ‘호남 빨갱이’ 프레임을 깨부숨으로써 그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놨다.

벌써 23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꺼내는 건, 미래통합당에게서 과거 DJ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통합당은 계속해서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일선에서 활약했던 인사들을 청와대로 대거 불러들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적 정책을 밀어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난 뒤에는 사정이 더 심각해졌다. 그나마 당내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중도적 인사들이 바른정당으로 탈당하자, 주도권을 잡은 강성 보수층은 5·18 관련 망언 등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유리된 주장을 펼치며 시대 역행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러자 젊은층은 보수를 외면했고, 통합당에는 자연스럽게 ‘영남 꼰대당’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이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젊은층은 아예 통합당을 ‘대안 세력’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윤미향 의원 관련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젊은층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릴 만한 이슈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통합당 지지율이 움직이지 않는 건 그 방증이다. ‘아무리 그래도 DJ는 안 돼’였던 것처럼, ‘아무리 그래도 통합당은 아니지’라는 관념이 형성돼버린 것이다. 물론 이런 인식을 촉발한 원인은 ‘영남 꼰대당’ 프레임이다.

즉, 통합당이 ‘영남 꼰대당’ 이미지를 깨지 않는다면 정부여당이 어떤 실정(失政)을 하더라도 통합당이 부활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통합당도 이 사실을 아는지, 지도부를 젊은 세대로 채우고 ‘기본소득’ 어젠다를 꺼내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변화로 한 번 형성된 프레임을 깨부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통합당에게 필요한 것은 DJP 연합과 같은 파격적인 변화다. 당의 정강·정책을 손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호남 출신 40대 대선 후보’처럼 국민들의 고정관념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DJ는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호남 빨갱이’ 프레임을 깨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대권을 손에 넣었다. ‘영남 꼰대당’ 프레임에 갇힌 통합당이 DJ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미래통합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