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국세청의 잘못된 조세행정
[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국세청의 잘못된 조세행정
  •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승인 2020.07.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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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최근 1대에 7억 원인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등록해 사적으로 이용하고, 해외 유학 중인 자녀와 배우자 등의 명의를 직원으로 올려 고액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탈세를 해온 대기업 사주 일가가 발각됐다. 늘 세무조사의 위험 속에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자산가나 대기업의 탈세가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은 80만 곳이지만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은 6000여 곳밖에 되지 않는다. 이중 기업 규모가 큰 경우 세무조사가 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정기조사 외 탈세 혐의, 법령위반의 사실이 확인된 경우 수시로 진행하는 특별세무조사도 있다. 국세청이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정기조사뿐 아니라 특별세무조사를 받을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올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방향도 조사 건수를 줄이는 대신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무조사 건수 축소 △대기업, 대자산가의 기업 자금 불법 유출 △변칙 자본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기업 대상 역외탈세 조사 등 자산가들에 대한 강력한 조세 행정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탈세와 이에 대한 적발이 반복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선 법률 자체가 지나친 조세부담을 지우는 측면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 예로 상속세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 달한다. 상속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3개국이며, 미국의 경우 10억 원까지 상속세가 공제되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때문에 대기업은 차명계좌, 조세 피난처, 대규모 분식회계 등을 이용해 조세 회피를 시도하게 된다.

두 번째는 국세청의 과세처분이 충분한 과세 확보 근거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앞서 국세청은 균형재정 및 계층 간의 양극화 해결을 통한 경제민주화 및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공평과세를 위해 대기업의 조세 포탈 혐의를 잡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국세청이 고액의 조세불복소송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액조세소송에서 패소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국세청이 고액소송을 등한시하거나,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의 근거가 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는 기업이 국세청의 과세처분을 납득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동시에, 위험을 안고서라도 편법적 조세포탈을 하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세 번째로는 조세불복소송의 비교적 높은 인용율을 들 수 있다. 실례로 삼성그룹의 양도소득세 1128억 원 포탈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만 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남양유업 회장의 증여세, 상속세, 양도소득세 73억 5000만 원 포탈혐의에 대해서도 벌금은 1억 원에 그치는 등 과세처분에 대한 사법적(司法的) 불복이 상당 부분 성공한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5년 동안은 법원이 조세범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비중은 76% 증가했다. 조세범죄에 대한 유죄 입증책임은 1차적으로는 국세청이, 재판에서는 검사가 부담하는 바 제대로 된 증거와 자료 없이 기소한 건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대자산가, 대기업의 조세 회피는 근본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과중한 조세입법, 충분한 근거 없이 내려지는 과세처분, 그리고 조세 불복소송으로 갔을 경우에 비교적 높게 이뤄지는 조세불복소송의 성공확률 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헌법과 조세법의 이념은 단지 조세부과를 재산에 대한 무목적적(無目的的) 재정 확보만으로 보고 있지 않고, 사회국가원리를 실현해 나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재산과 소득이 있으니까 세금을 내라는 것을 넘어,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를 줄이고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활용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조세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고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는 과세처분이 이뤄진다면 이는 조세행정에 대한 불만을 넘어서서 근원적으로 국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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