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건설 明暗①] “도태되면 죽는다”…‘DT·언택트’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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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건설 明暗①] “도태되면 죽는다”…‘DT·언택트’ 박차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7.1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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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포스트 코로나…분명한 ‘비용절감·생산성 향상’에 포커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자 '스마트건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도태되면 죽는다는 위기 의식이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행보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위기 의식이 너무 지나쳤을까, 현장에서는 여러 부작용들도 속출하고 있다. 스마트건설 기술 저변 확대가 오히려 현장노동자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특정인들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엿보인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건설산업으로 가는 과도기, 스마트건설의 빛과 그림자를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GS건설, 큐픽스가 건설 현장에 도입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 지에스건설
GS건설, 큐픽스가 건설 현장에 도입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 지에스건설

국내 건설업계가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건설현장에 적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건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언택트', '동반성장' 등 트렌드에 맞춰 스마트건설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건설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큐픽스와 협력해 미국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인 스팟을 건설현장에 도입키로 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를 위해 GS건설과 큐픽스는 이달 초 수도권에 위치한 여러 공사현장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360도 카메라, IoT센서 등 다양한 첨단 장비가 탑재된 스팟은 스마트건설 핵심 기술인 3차원 BIM(건물정보 모델링), 하자품질과 공정·품질 현황 검토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험악한 지형에서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로봇인 만큼, 위험구간 내 유해가스 감지나 열화상 감지 등 안전관리에도 쓰일 전망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대우건설은 유망스타트업인 드론전문개발업체 아스트로엑스 투자들 통해 산업용·군사용 드론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를 토대로 대우드론관제시스템 'DW-CDS'와 시너지를 도모해 드론 통합관리플랫폼 신사업을 추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건설현장에서의 드론 활용은 정밀 측량과 시공, 공기 단축에 도움을 주지만, 숙련자가 아닌 이상 조종이 어렵고 적재할 수 있는 탑재물도 중량 문제로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건설이 드론관제시스템, 관리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이밖에 대림산업은 영화나 게임, 지도 제작,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포토그래메트리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드론 촬영 사진을 3차원 그래픽 데이터로 측량, 공정관리, 토공 물량 확인 등에 활용 중이라고 지난 5월 전한 바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언택트를 강조하며 각각 열화상안면인식칠입시스템, 스마트출입관리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고 최근 밝혔으며, 업계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AI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본격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건설사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호반건설도 스마트건설 기술을 보유한 벤처·중소기업,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스마트건설 저변 확대에 기여 중이다.

열화상안면인식출입시스템 ⓒ 현대건설
열화상안면인식출입시스템 ⓒ 현대건설

건설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4차 산업혁명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급변하는 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기술혁신에 대한 집중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全부문),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5대 건설업체는 2020년 1분기 총 1141억2300만 원을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이는 5대 건설사 전체 연결기준 1분기 매출의 0.63%에 해당한다. 전년 동기 대비 연구개발비는 10.04%,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0.05%p 각각 증가한 수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경영환경과 건설업계가 직면한 것이다.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불투명한 시대에도 불변하는 2가지 포인트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포커스를 맞춰 스마트건설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며 "언택트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느 나라, 어느 기업보다 서둘러야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도 안착할 수 있다. 건설산업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건설산업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정권이 추진하는 뉴딜 정책에 보폭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 대회'를 열고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을 양축으로 오는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자해 190만 개 가량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이른바 토목사업을 지양하겠다고 설명했으나 건설업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이 분명 호재긴 하지만 정권의 기본 기조가 있기 때문에 건설업계가 얼마나 그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발표 내용을 보면 말장난 같은 대목이 분명히 있다. 인프라 디지털화, 그린 공장·그린 산단 조성 등은 앞에 디지털, 그린만 붙였지 엄밀하게 얘기하면 다 SOC 토목사업이다. 건설사들이 예전부터 하던 건데 앞에 스마트 붙인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음편에서 계속〉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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