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정통성과 대의명분의 나라 조선과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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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정통성과 대의명분의 나라 조선과 이재명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07.19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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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주류와 호남의 지지, 정치인 이재명이 헤쳐 나가야 할 최대 과제가 아닐까 싶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여권 주류와 호남의 지지, 정치인 이재명이 헤쳐 나가야 할 최대 과제가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뉴시스
여권 주류와 호남의 지지, 대권주자 이재명이 헤쳐 나가야 할 최대 과제가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민족은 유별나게 정통성과 대의명분을 추구한다. 조선 왕조도 적장자 논란으로 비극을 맞이한 왕들이 넘쳐난다. 태종 이방원이 일으킨 두 차례의 왕자의 난도 그렇다. 자신이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다섯째 아들이라는 이유로 왕위 계승 순위에서 밀려나자 피바람을 일으키며 정권을 찬탈했다. 물론 이방석도 적장자는 아니었지만 실세 신덕왕후 강씨의 소생이고 정도전의 후원을 받아 세자 자리에 올랐다가 이복형인 이방원에 의해 어린 나이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태종과 비슷한 인생을 살았던 세조도 마찬가지다. 세종의 둘째 아들인 세조는 형 문종이 죽고 어린 단종이 즉위하자 대권을 노렸다. 동생 안평대군도 야심을 품고 김종서, 황보인과 손을 잡았지만 한민족 최고의 책사로 인정받는 한명회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인물로 보자면 세조가 왕제감이지만 둘째라는 태생적 이유로 왕위 계승에 밀려 계유정난을 통해 왕위에 오른 것은 정통성이라는 대의명분이 초래한 시대의 아픔이다. 반대로 연산군은 적장자라는 이유로 왕위에 올라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키는 희대의 폭군으로 역사에 남았다.

선조도 명종 사후 실세 중신들에 의해 급조된 군주였고, 평생 후궁의 서자라는 출신 콤플렉스에 빠져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숱한 정쟁으로 수많은 인재들을 희생시켰고, 임진왜란을 초래해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만들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까? 선조는 자신의 출신성분을 과하게 의식해 임진왜란을 맞이해서도 자신의 안위만 추구했다. 또한 실질적인 임진왜란의 영웅 광해군을 시기해 후궁 출신의 서자라는 이유로 세자 자리를 박탈하고 어린 적장자 영창대군을 옹립하려다 광해군과 북인의 반격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결국 광해군은 잠재적 라이벌인 영창대군을 죽이고, 서모 인목대비를 폐서인시켜 인조반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인조도 적장자 출신이 아니었다. 선조의 후손인 정원군의 아들로서 왕위 계승 순위에 못 낄 정도였지만 서인의 인조반정으로 뜻하지 않게 대권을 잡은 행운아였다. 하지만 인조 역시 출신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병자호란의 치욕을 당했다. 조선 최초로 외적에 항복한 왕으로 기록된 비운의 인물이다.

영조도 정통성이 약한 왕이었다. 드라마 《동이》로 잘 알려진 숙빈 최씨의 소생인 영조는 무수리 출신인 모친 때문에 어린 시절 수많은 고초를 감내해야 했다. 영조가 강력한 탕평책을 추진한 이유도 정통성과 대의명분에 골몰한 중신들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기사회생했다. 지난 16일 대법원은 이재명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그는 정치적 사망 직전에 극적인 반전을 맞이했다. 이로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후 극도의 혼란에 빠진 정국에서 유력한 여권 대권주자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의 대권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지사는 여권의 적장자인 친노·친문이 아니다. 오히려 친문 적극 지지자들에게 극도의 혐오를 받는 대표적인 여권 인사다. 반문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여권의 역대 정권 창출 필승 공식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후보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P연합이라는 역발상으로 집권에 성공했지만,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밝힌 필승 공식의 수혜자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원을 받았어도 당시의 주류인 동교동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해 집권 초기에 탄핵 위기를 맞이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친노계의 적자로 정권 탈환에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호남은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를 경쟁시켰지만 결국은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현재도 여권을 향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호남 출신의 이낙연 의원이 대권경쟁에선 앞서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영남의 지지를 이끌어 낼 ‘표의 확장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영남 출신이다. 하지만 이 지사 역시 적극 지지층이 있지만 여권 주류인 친문계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한 호남의 지지를 받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한 마디로 이재명 지사는 그들만의 정통성이라는 대의명분에서 약점이 있다는 말이다. 여권 주류와 호남의 지지, 대권 주자 이재명이 헤쳐 나가야 할 최대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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