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건설 明暗③] ‘디지털 격차’ 좁혀야 그림자 걷힌다
[스마트건설 明暗③] ‘디지털 격차’ 좁혀야 그림자 걷힌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7.1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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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마트건설의 방향성, 늦기 전에 수정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해 대림산업이 선보인 BIM 활용 초기공사계획솔루션 디플랜 ⓒ 대림산업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이 선보인 BIM 활용 초기공사계획솔루션 디플랜 ⓒ 대림산업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그간 정체된 국내 건설업계에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공구리'와 '삽질'의 대명사인 건설현장에 '로봇'과 '드론'이 출현했다. 그저 때려 박기에 급급했던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 중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스마트건설'이다. 스마트건설 기술은 단순 설계, 측량 외에 공법과 건설기계로까지 저변을 확대하면서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건설 체계 구축을 주도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방향성은 확고하다. 코로나19 등장 이후 산업계 전반에 화두가 된 '언택트'를 바탕으로 IoT와 ICT에 기반을 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 이를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모색한다. 일선 건설현장에 즉각적으로 필요한 기술보다는 향후 시스템·플랫폼 시장 진출의 포석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을 연구·개발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또한 금융 등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스마트건설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표면적으로는 스마트건설을 앞세워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여전히 기존 건설산업의 낡은 방식인 비용절감과 생산성 제고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건설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으로 시공·가격 경쟁력 저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였고, 국내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새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생산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스마트건설에 대한 건설업계의 이 같은 방향성 수립은 건설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한 건설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5월 '코로나19 이후 건설산업이 더욱 강해지기 위한 방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에 있어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全)세계 GDP의 약 15%를 건설산업이 맡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각국 건설업계가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며, 보다 큰 밑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맥킨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통한 업계 구성원 간 협업 강화 △현장 노동자들의 우려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문화적·기술적 투자 △경제적 효율성과 미래 성장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자원 재배치 △하청·재하청 등 기존 계약 관행 근절 등을 그 방법으로 들었다. 스마트건설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 소통과 상호협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함을 강조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방법론을 제시한 이유는 건설산업의 경우 본사와 현장, 원청과 하청, 대형사와 중소사 간 거리감이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이전보다 더욱 커진 점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건설업 특성상 설계, 측량 등 단계에 있어서는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이 수월하지만, 시공 단계에 들어선 다음부터는 언택트에 기반을 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대형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반면, 중견·중소업체는 스마트건설 기술을 현장에 도입할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건설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공간, 그리고 구성원들의 디지털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는 구성원 간 소통과 상호협력 부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건설업계가 수립한 스마트건설에 대한 방향성은 자칫 디지털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어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공산이 있다.

실제로 이전 기사에서 언급했듯 국내 업체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건설 기술은 인건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BIM(건설정보 모델링), 드론이다. 이중 BIM의 경우 안전관리 부문에 활용 가능한 기술인 데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산업재해 예방 차원에서 BIM에 설계안전성검토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각 건설사들은 비용 등을 이유로 이를 꺼렸다. 올해 들어 건설현장 산재가 다시 증가세로 들어선 요인 중 하나로 해석된다(관련기사: [스마트건설 明暗②] ‘로봇’ 걷고, ‘드론’ 떠도…현장은 ‘非안전지대’,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605).

스마트건설 기술 저변 확대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해당 기술을 우리나라 건설산업 실정에 맞게 어떤 식으로 적용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초기 방향성 수립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수년 간 국내 건설업계는 스마트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했지만 선진국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는 되레 더 크게 벌어졌다. 비슷한 기간 우리나라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와 중견·중소업체 간 점유율 격차도 확대됐다. 아마도 그 차이와 격차는 그릇된 방향성으로 인해 발생한 디지털 격차만큼이 아닐까.

언택트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최종 목적은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과 상호협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 증대에 있음을 기억하고, 더 늦기 전에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스마트건설의 명암이 갈릴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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