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백선엽·박원순 두 죽음과 미성숙 국가 운용
[이병도의 時代架橋] 백선엽·박원순 두 죽음과 미성숙 국가 운용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7.18 1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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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들이 국가 사회에 던진 숙제
韓國 현대사 품격 - 편협하고 저급
호국 영웅은 홀대, 박 시장은 미화
조문 정국, 극과 극 대응 표출
서울시, 경찰, 정권 행태는 범죄 성격
객관성이 생명, 죽음과 진상 규명은 별개
수사상황 유출, 비밀누설도 범죄행위
백선엽 공(功)엔 눈감는 세태
국정동력 약화 우려…독주‧오기 정치 멈춰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대한민국이 ‘조문(弔問) 전쟁’에 휩싸였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이 잇따라 작고한 직후 장례 방식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각계각층이 날선 공방이다.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조문 정국은 이미 위험 수위에 오른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했다. 참담하고 볼썽사납다. 두 죽음 앞에서 편협하고 저급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만 형국이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넘어 일반 시민들도 두 진영으로 갈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권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미화하는 경향이 자리를 잡았다. 부인의 뇌물 수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투신한 전 대통령, 많은 지지자가 있었으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돼 투신한 전 야당 의원 등이 그랬다.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또 다른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박 시장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공(公)과 사(私)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성범죄 사건의 공범이자 또 다른 가해자란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박 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진상 규명은 완전 별개 문제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박 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진상 규명은 완전 별개 문제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극심한 국론분열 심화 우려

박 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진상 규명은 완전 별개 문제다. 백 장군을 둘러싼 공방도, 진영 대결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6·25 전쟁 때 낙동강 전투를 비롯해 주요 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 소속으로 근무한 친일 행적이 드러나며 평가가 엇갈렸다.

집권 여권의 자세는 박 시장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6·25때 나라를 사수한 백 장군에 대해선 추모 논평조차 내지 않은 반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직후 세상을 떠난 박 시장에 대해선 닷새에 걸쳐 당·정·청 고위층이 총출동, ‘국민장급’ 장례를 치러줬기 때문이다. 여권의 너무나 대조적인 대응에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국론분열이 더욱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민들도 분열이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온라인 분향소를 찾아 박 시장을 추모했지만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이틀 만에 50만건이 넘었다.

'국가 시스템 붕괴' 비판론

당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문제다.

피해 여성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 인권 수호자를 자처한 유력 정치인의 두 얼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위계에 의한 성폭행 사건으로 세상이 발칵 뒤집혔는데도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피해자는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둬야 할 국가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비판론이다.

최근들어 성추행·성폭행과 관련된 소속 광역단체장은 벌써 3명째다. 이해찬 대표가 공식 사과했지만 특단의 재발 방지책이 나와야 한다. 당사자가 세상을 떠나, 형사 사법 절차는 진행할 수 없다 해도 진상을 밝히는 일은 별개다.

도덕성 붕괴 스스로 인정 형국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관건이다.

이번 사태는 성추행 의혹을 접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과 여성에 대한 편견·차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진상뿐 아니라 서울시 은폐 여부와 경찰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밝히는 게 불가피해졌다. 경찰이 제대로 밝힐 의지가 있는지부터 묻게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계속 미적댄 저의(底意)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은 피해자의 아픔을 보듬기는커녕, 박 시장에 대한 도 넘은 칭송·미화로 '2차 가해'에 사실상 동참했다. 집권세력의 성범죄 잣대가 이런 식이라면 도덕성 붕괴를 스스로 인정하는 일과 같다.

이때문에 박 시장 유고를 둘러싼 갈등이 '조국 사태'처럼 진영 간 세 대결 과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치적 입장 등에 따라 입장차가 확연해 마치 '조국 사태' 때 두 쪽으로 갈린 진영 대결을 다시 보는 듯하다.

여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이 약화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여권은 최근 '내로남불'식 부동산대책으로도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박 시장은 성희롱 혐의자에 대한 공적 조문과 ‘서울특별시장(葬)’의 타당성 여부가 쟁점이 됐고, 백 장군은 대전현충원으로 결정된 장지가 고인에 대한 예우에 합당한지가 논란거리다.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 행정가로서 평생을 바친 박 시장의 업적을 평가하고 추모하자는 쪽과 성추행 논란을 부각하려는 쪽이 팽팽히 맞선다.

이처럼 심한 논란이 확대된 건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덜떨어졌기 때문이다. 자기들만의 판단을 내세워 무조건 감싸거나 공격하기 일쑤다. 2009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논란이 있었다. 전직 대통령은 국장이 원칙이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도덕성과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을 여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넉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기준은 '피해자 중심주의'로

민주당의 통절한 반성과 함께 능동적인 대처를 촉구한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사법적으로는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선, 문 대통령부터 박 시장 문제를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최대 기준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돼야 한다. 피고소인이 사라진 지금은 진실규명만이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차단하고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한시도 늦춰선 안 된다.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권력과 위력에 의한 직장 내 성추행의 전형인 셈이다. 이제는 박 시장의 허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청와대ㆍ여당의 독주와 민심 이반

최근 국정 흐름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전주 대비 4.3%포인트 하락한 35.4%로 지난해 10월 2주 차(35.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 요인으로도 우선 부동산정책 실패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정규직화 논란에 따른 청년실업 문제, 남북관계 위기 등 총체적 국정운영 실패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청와대와 여당의 독주와 오기 정치, 권력 독점에 대한 불만이 민심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지율 추락의 근본 원인은 '강성 친문' 등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는 국정 운영에서 찾을 수 있다.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백선엽 장군에 대해 대통령이 조문하지 않은 등 문 정권은 지나칠 정도로 '홀대'했다.

반면,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오히려 미화에 열을 올렸다. 백 장군에 대해서는 공(功)을 인정하지 않고 과(過)만 들추고,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과는 덮고 공만 부각시켰다.

결국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느냐가 핵심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지금껏 아무런 말이 없고 청와대 차원의 진상 조사도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문제 심각

서울시도 문제가 비슷하다. 이번 사건으로, 서울시는 대외적으로는 젠더특보까지 신설하며 여성권익 보호에 앞장서는 것처럼 포장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묵살한 것이 드러났다.

피해자 측이 비밀 유지를 강조한 수사 정보가 어떻게 외부로 유출됐는지 경위를 놓고도 의문이 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과 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여성단체들은 “피고소인이 망인이 되어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없지만 피해자는 여기 있다. 진실규명이 피해자 인권회복의 첫걸음”이라면서 경찰과 서울시 등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문제의 요체는 박 시장이 거의 실시간으로 고소당한 사실과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시청 관계자들이 가해자에게 고소 내용을 알려준다는 것은 증거인멸, 회유, 해코지를 할 시간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고소인의 변호인들은 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2차 가해에 대해서도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2017년 이래 4년간 계속됐고 △서울시 내부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묵살당했으며 △고소장 제출한 8일 당일 조사내용이 곧바로 박 전 시장에게 누출됐다는 것이다.

장기화는 피해자에 또다른 고통

향후 사태전개의 추이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도 각각 관련 수사와 조사에 들어간 터여서 진상 규명 작업이 동시다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성추행 여부와 고소 사실을 박 전 시장에게 전달한 인물이 조만간 드러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사 결과가 미흡하면 다른 기관에 의한 재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보수단체의 고발도 접수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강제추행 방조, 경찰·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됐는데, 혐의 유무를 판단하려면 성추행 의혹의 실체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조사가 장기화하는 건 피해자에게 또다른 고통을 주는 일이다. 확정되지 않거나 부정확한 사실이 유포되면서 2차 가해를 유발하는 등 이미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 고소인이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고소장을 제출한 만큼, 경찰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관련 수사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권력폭력' 해결, 확고히 걸음 내디뎌야

과거 뿐 아니라 현재에도 권력자에 의한 폭력 위험은 상존한다.

최근 5일장 반대 국민청원이 60만에 육박한 데에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서 구제될 수 없다는 여성들의 두려움과 분노, 국가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는 절망이 깔려 있다.

박 시장 이전에도 '뇌물수수 사건' 등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성완종 전 의원, 노회찬 전 대표 등이 그러했다. 그들의 자살 뒤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고, 결국 진실은 땅에 묻혔다.

이제는 그런 상황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 실상을 정확히 밝히고, 고인의 공과 과를 냉정히 평가하면서 우리 사회 '권력 폭력'에 대한 인식과 해결에서 아제는 확고히 걸음을 내디뎌야만 할 때다.

백 장군은 과보다 공이 몇 배 큰 인물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백 장군은 과보다 공이 몇 배 큰 인물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 정부 들어 백 장군 경시

백 장군 사례는 대표적 사안이다. 백 장군은 과보다 공이 몇 배 큰 인물이다. 그는 6·25전쟁 때 목숨을 걸고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호국 영웅이다.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했고 1·4후퇴 이후 서울 탈환에도 선봉에 섰다. 그는 한국군 최초로 대장에 올랐고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지내면서 국군을 재건했다. 최고의 야전 지휘관이자 미군도 인정하는 전쟁 영웅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엔 고 남덕우 전 부총리 등이 묻힌 서울현충원의 ‘국가유공자 묘역’에 백 장군을 안장하는 방안이 추진돼 왔다. 그러다 이 정부 들어 철회됐고, 여권 안팎에선 백 장군을 ‘친일파’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백 장군의 장례를 국군장 아닌 육군장으로 치르고, 유해도 서울 아닌 대전의 국립현충원에 안장하고 말았다.

보편적 '상식의 정치' 과제

결국, 박 시장도, 백 장군도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을 거쳐왔다. 이에 따른 공(功)과 과(過)는 있게 마련이다. 우리 편의 보고 싶은 면만 감싸고 돈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은 언제든 재연할 것이다.

백 장군의 유해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진보진영에선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짤막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백 장군은 한 달 전부터 정쟁의 중심에 섰다. 여권은 5월 말 친일·반민족 인사를 현충원에서 이장한다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 추진 방침을 밝혔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 장군을 겨냥해 “친일파 군인의 죄상은 전공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호국 영웅에 대한 모독이자 패륜적 언행이 아닐 수 없다.

백 장군이 1943년 만주군관학교를 나와 일제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소련 연해주 등지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그가 독립군을 맞상대한 일이 없었다고 한다. 백 장군은 생전에 “중공 팔로군과 싸웠고 독립군은 구경도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진보진영은 “독립군을 토벌한 민족 반역자”, “철저한 토착 왜구”라고 모독했다. 일각에선 훈장까지 박탈하자고 했다.

박 시장의 경우도 극단적 선택이 도덕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여권에 큰 숙제를 남긴 것이 사실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적잖은 상처를 입은 여권으로선 박 시장 관련 의혹이 겹치면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이제는, 내편, 네편을 떠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는 보편적인 상식의 정치가 제대로 자리잡도록 해야 만 한다. 실로 중대한 새 국가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공직범죄, 피소사실 유출 진상을

그런 점에서, 여권의 대책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전 시장 사건까지 발생하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상시 감찰을 위한 기구를 만들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구성원의 의지가 없으면 어떤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피해자는 거대한 권력에 맞설 용기가 없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생각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특히, 경찰이 “암호가 걸려 있어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하며 분석을 미뤄온 이유는 달리 있기 어렵다. 시민단체가, 경찰도 청와대와 함께 고소 사실 등을 유출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대상으로 대검에 고발한 사실과 무관할 리 없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변호인도 보안을 유지해줄 것을 경찰에 요구했다. 고소와 동시에 고소인 조사를 심야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피소사실이 유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사정보 유출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 대상이다. 피해 직원의 도움 요청을 묵살했거나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면 이 역시 중대한 범죄행위다. 서울시의 조사와 별개로 경찰 스스로도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번 박 시장 사태와 관련, 현재 유력하게 지목되는 유출처는 경찰청과 청와대다.

사건의 보고체계는 서울시경이 경찰청에 보고하고 경찰청이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 보고라인에서 누군가 박 전 시장측에 귀뜸해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경찰청과 청와대는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경찰은 이제라도 의혹을 키우지 말고,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내용 확인을 위한 분석에 신속·철저해야 한다.

공복(公僕)의 도리 새겨야

서울시는 박 시장이 9년 가까이 재임하면서 주요 자리가 대부분 박 시장 측근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피해자가 기댈 곳은 없었다. 시가 피해자 구조 요청을 조직적으로 묵살했다면 공범이나 다름없다. 시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성추행이 4년간 지속될 수 없었고 지금의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A씨가 4년 동안 피해를 봤고 여러 차례 내부에 알리며 도움을 청한 게 사실이라면 진작부터 관련 내용을 직간접으로 접한 이들이 다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하지만 사건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이 굳게 입을 닫고 있는 사이 온갖 추측이 쏟아지면서 불필요한 논란만 커지는 양상이다.

경찰이 과정에서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에게 고소 내용이 알려졌다면 이는 공무상 비밀 누설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것이 된다. 고소 내용 유출이 사실이라면 어느 기관에서 누가 언제 어떻게 했는지를 샅샅이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

고소 내용이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바람에 관련 사건의 실체 규명도 어려워졌다는 지적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상 잠적 상태라 할 수 있는 박 전 시장의 정무 라인을 비롯해 사건 내용을 아는 서울시 관계자들은 힘들고 괴롭겠지만 용기를 내어 줄 것을 기대한다. 그게 공복(公僕)의 도리다.

재발방지 시스템…특단의 쇄신 필요

공적 영역에 있어서는 보편적인 상식과 국민적 공감대를 감안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수사 상황을 유출했거나 사건을 무마한 사실이 드러나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직장 내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는 본보기로 삼을 수 있고, 피해자가 명예를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 박 전 시장 사건을 계기로 성추행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 유야무야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권은 국정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철저한 자성과 함께 인적 교체를 포함한 특단의 쇄신이 필요한 때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이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열리는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신설된 이 조항에 따르면, 당연히 민주당은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해선 안 된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 때문에 사퇴했으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백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인해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것이다.

대책이 시급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성범죄신고센터를 설치했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 이후에도 성범죄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서울시는 ‘성희롱, 성폭력 없는 성평등도시 추진계획’을 세우고 젠더 특별보좌관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는 제도상에서만 존재했다.

공적 위력의 진짜 쓸모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보호임을 재확인하고, '권력형 성범죄' 재발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속 재수사로 추가 피해 막아야

후속 조사와 수사가 역시 관건이다. 박 시장이 걸어온 삶과 공(功)까지 부정해선 안 되지만, 되풀이되는 권력형 성범죄의 재발을 막으려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불가피히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수사 내용을 보안에 부친다. 또 정황 증거들이 많아 피고소인에게 마지막까지 보안을 지켜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거대 권력인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밝히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가 천명한 대로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사에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

박 전 시장의 정무라인이 조직적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았거나 방치한 것은 아닌지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성추행 의혹뿐 아니라 A씨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는 주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이 작동조차 안 된 경위 또한 조사가 필요하다. 민주당도 서울시장의 공천권을 행사한 만큼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경찰은 실제 성추행이 있었는지 철저히 가리는 게 마땅하다. 또 고소 사실 유출이 증거인멸과 수사 방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A씨에 대한 무차별적인 신상털이는 물론이고 일부에서는 박 시장의 사망을 A씨 탓으로 돌리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데 고소장이 제출된 만큼 신속한 수사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 결단과 변화 촉구

진실의 문을 여는 게 피해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치유와 회복의 시간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단편적 사실만으로 누구를 무조건 비난하거나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진영과 정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백 장군과 박 시장의 공과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청와대는 임기 말에 국정 지지도를 유지하려면 독주와 오기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여권은 제헌절을 맞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정신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다행이다. 의혹들이 죽음으로 덮어져선 안 된다. 진실규명과 함께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가안보 책임자인 대통령부터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지지 진영의 보스와 같은 언행을 해왔다.

지지층만 보고 가서는 문 대통령도 정권도 성공할 수 없다. 국민 모두의 지지·성원을 받는 '통합 대통령'으로 거듭나기 위한 문 대통령의 결단과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두 죽음이 한층 성숙한 사회, 품격있는 상식의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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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이 2020-07-22 20:08:12
백선엽의 "공과 과" 중 "어느것이 크다 또는 작다"를 이병도씨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봤을 때 팔려있는 나라에서 앞장서서 같은 민족을 탄압한 백선엽의 과가

6.25때 주적이었던 북한과의 전쟁에서 평양에 먼저 도달했다던지 하는 공보다 결코 작다고 판단 들지 않습니다.

저런정도의 판단 기준을 가지신 분이 박원순 전 시장의 공과 과의 판단에는 왜 다르게(공을 과보다 크게 보는 시각) 적용하시는지

재밌네요... 나중에 나라팔아먹어서 같은 민족 탄압하고 그 민족이 갈라져서 전쟁할 때 앞장선 인물이 또 나온다면, 같은 적용을 하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