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철학] 또 다른 제3의 길과 안철수式 실험
[명사의 철학] 또 다른 제3의 길과 안철수式 실험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7.2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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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지 않는 과정의 정당성을 건 승부는 성공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과정도 공정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결과도 성공하는 정치의 시대를 열 수 있음을 한 번 증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과정도 공정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결과도 성공하는 정치의 시대를 열 수 있음을 한 번 증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영혼을 팔지 않는 과정의 정당성을 건 승부는 성공할까

영국 양당제도의 뿌리가 되는 정당이 있다. 휘그당과 토리당이다. 두 정당은 18세기 명예혁명 이후 양당 의회제도 발달의 모태가 됐다.

훗날 휘그당은 근대로 넘어오면서 신흥부르주아들이 자유를 강조하며 자유당(리버럴 Liberal)이 된다.

왕족과 대지주들 중심의 토리당은 기존 질서 유지를 지향한 보수당(컨서버티브 conservative)이 된다.

보수당이 우파 정당이라면 자유당은 리버럴 정당, 좌파 진보정당을 들 수 있다. 미국에서도 진보정당하면 리버럴이다. 클린턴‧오바마 전 대통령이 몸담고 있던 민주당이 이에 속한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공화당은 보수당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영‧미와 달리 개념이 섞여 있다. 진보정당에서 리버럴(자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보수당에서 통상 자유를 강조하기 때문. 어쩌면 남북 분단이 낳은 특수한 구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영국 정당사로 돌아가면 2차 대전 때까지는 보수당과 자유당의 양당 체제로 유지되다 산업화 발전을 계기로 자유당이 신흥 부르주아 쪽을 더 대변하면서 노동자와의 균열이 생긴다. 진보적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반발을 샀고 그 결과 자유당을 대체하는 노동당이 생겨난 것이다.

양대 정당의 한축을 이루던 보수당은 그대로 있었지만 자유당은 쪼그라들었고 노동당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가 집권하면서 20년 가까이 정권을 잡지 못한 노동당이 다시 대승을 거둔 것은 97년 총선에서였고 그 중심에는 젊은 당수인 토니 블레어가 있었다. 사회정의와 시장경제 결합인 제3의 길을 주창한 그는 43세의 최연소 나이로 영국 총리에 오른 뒤 3기 연속 집권에 성공하며 신노동당의 시대를 열었다.

휘그당에서 자유당, 자유당에서 노동당, 노동당에서 토니블레어의 제3의 길 시대의 신노동당까지, 영국의 좌파 정당이 어떻게 살길을 모색했는지 살펴봤듯 마찬가지로 영국의 좌파정당인 노동당처럼 우리 정치에서도 제3의 길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에서는 좌파 진영에서 자유당을 대체한 노동당이 출현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제3의 길이 모색됐다면, 우리는 우파보수 진영에서 기존의 정당(미래통합당)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정당인 제3의 길이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는 것이다.

“꼴통 정당도, 웰빙 정당도 싫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할 제3의 길을 찾자. 그게 요즘 보수진영내 사람들의 고민이에요.”
 
검사 출신의 박인환 전 건국대 법대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변호사)는 얼마 전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우파 버전의 영국 노동당과 같은 제3의 길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총선 당시 공천 과정에서부터 부정선거 논란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행보 등을 지켜보며 가치 중심의 정당에서 비껴간 통합당의 모습 등에 실망을 느낀 우파 진영이 적지 않다며 새로운 정당 출현을 바라는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의 통합당으로서는 희망이 없다고 보는 안팎의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인 가운데 통합당 내 또 다른 인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갈라설지도 몰라요.”

과연 그럴지 주시되는 가운데 제3의 길을 고민하는 또 다른 정치인이 있다. 정당이 있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다. 안 대표는 지난 8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제3의 길 주의자라며 말을 이어갔다.

“(영국의 노동당이 참패할 당시) 기존의 노선으로는 도저히 좌파 정당이 집권할 수 없으니 토니블레어가 제3의 길을 들고 나와 집권에 이르렀습니다. 야권 전체도 보수의 길을 고집하면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지금의 많은 국민들은 (보수에) 혐오를 갖고 있거든요.”

앞서 우파 버전의 제3의 길을 고민하는 세력이 있는 것처럼, 중도 영역에서도 중도 버전의 제3의 길을 찾아나가려는 모습이다.

안철수 식의 제3의 길은 뭘까. 누차 강조해온 “문제 해결의 실용주의 정당”의 일성에 비추면 특정 이익을 대변하고자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중심을 잘 지키는 정당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좌우 어느 한쪽이 아니기에 편의상 중도라고 하는 것이지, 중도라는 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중도라는 게 중심을 잡는 것이지, 중간을 말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야권 재편은 세 축이 맞물리며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미래통합당, 우파 진영 내 제3의 길을 모색하려는 사람들, 안철수 대표식 제3의 길. 이 세 축이 어떻게 융화될지, 혹은 각자의 길로 갈지, 아니면 따로 또 같이 연대 형식으로 갈지 모르지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안 대표식 혁신 경쟁이 과연 성공할지, 그 가능성 여부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삶의 세 가지 키워드를 언급하며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세 가지 키워드를 보면 △스톡데일 패러독스- 베트남전 미군 포로가 고국에 돌아가기까지의 일화를 통해 얻은 교훈,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마라톤- 현재를 충실히, 그리고 이대로 하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완주하는 삶 △ 별 너머 먼지- 직접 쓴 구절처럼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다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삶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원칙을 지켜가려는 의지가 무척이나 강하다.

스스로 <영혼을 건 승부>라는 책을 맨 처음 집필했을 때부터 백신 개발, 회사 경영 과정에서,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결과적 정당성도 중요하지만 과정상의 정당성을 무엇보다 중히 여긴다는 안 대표는 IT전문가로서 드루킹 댓글 조작 등이 실제 가능한지를 누구보다 모르는 것은 아니나, 만의 하나 지난 장미 대선으로 돌아가도 자신은 곧 죽어도 드루킹처럼 영혼을 팔지는 못했을 거라고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정치인으로 지목돼온 안 대표지만 설령 자신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영혼을 팔지는 못하겠더라고요”라는 말로 과정상의 정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을 접었을 때도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말로 자신의 상황을 빗댄 바 있다.

영혼을 팔지 않는다는 말. 달리 말하면 양심을 팔지 못하겠다, 나쁜 마음을 먹지 못하겠다는 말일 게다.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리배들이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조종하는 무법자적인 그런 집단이 있다. 안철수 대표는 정반대를 얘기하고 있었다. 과정상의 공정이 정당해야, 그 길에 도가 있다는 역설일 것으로 가늠된다.

평소 말할 때의 울림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것이 장점 중 하나인 정치인이듯 과정상의 정당함으로 밀고 나가려는 안 대표는 지금도 영혼을 건 승부를 하는 중인 듯 보였다. 어찌 보면 과학자 같은 마인드인 것도 같다. '정치란 영역에서도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도 정의로운 것을 꼭 증명해보고 싶어.' 이 같은 가설을 설정한 뒤 실험 중에 있으니 그런 듯하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서나 가능한 일 아닐까. 과정을 통해 영혼을 팔지 않는 정치를 증명해낸다고 하니 현실 정치에 비추면 무모한 도전이 아니겠는가. 불가능에 도전하다 실패한 이카루스가 될 것인지 고통을 영원히 짊어지고 가는 프로메테우스가 될 것인지 그 역시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문제 해결 중심의 실용 정당, 과정에서의 정당성, (자신을 속도를 조절해 다른 이들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리더십을 제3의 길로 가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는 그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까. 궁금한 가운데 안철수 대표는 이날(8일) 대화에서 “과정도 정당하고,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 그게 내 목표”라며 “처음 안랩을 만들었을 때 정직하고 깨끗하게 경영을 해도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증명해냈죠.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알 수는 없지만 정치에서도 한 번 증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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