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세종 행정수도 이전, 집값 상승 기폭제 될 수 있어
[시사텔링] 세종 행정수도 이전, 집값 상승 기폭제 될 수 있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7.22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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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다시 행정도시 카드 꺼낸 민주당, 왜?
부동산 문제 아닌 정치공학적 계산 깔려있다고 봐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수도 이전론'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며 정부 부처는 물론, 국회, 청와대까지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김부겸 전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의 거물급 인사들이 적극 동조한 반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민주당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여야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하나둘 반응하고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론이 2020년 핵심 이슈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양상입니다.

민주당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낸 명분은 '부동산'과 '국가균형발전'입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대책에 대해 언급한 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최근 수년 간 전국 집값이 폭등한 건 국가균형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에 대해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까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세종시 자체를 발전시키는 방안이라면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선거용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며 일단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연이은 부동산대책 실패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정부여당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론을 펼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론에 대한 판단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시 집값 하락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나아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까지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간다면 과연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국가균형발전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나라를 움직이는 국가조직과 자본을 움직이는 금융권 의사결정기구들이 자리를 옮긴다면 대기업 집단 가운데에도 이해득실을 따져 덩달아 움직일 여지가 있습니다.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발전하겠죠. 하지만 단언컨대, 부동산 문제 해소 차원에서는 절대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과거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지방균형발전프로젝트 혁신도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수준 높은 일자리와 교육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서울·수도권 과밀과 수도권-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는 참 좋은 정책이었죠. 정치·경제·교육 인프라가 서울·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집값을 잡기 어려우니, 이를 분산시킨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린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전국 10개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분양 현황에 따르면 기업 입주율은 35.7%뿐입니다. 특히 세종시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충북 지역 클러스터 입주율이 평균 이하인 24.8%에 머물고 있다는 게 눈에 띕니다. 또한 혁신도시 입주기업 중 대다수는 5인 미만, 5~9인, 10~49인 규모인 실정입니다. 실질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하고 여러 협력업체들을 유치할 수 있는 대기업이 부재한 겁니다.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대학교들의 이전 약속도 본교가 아닌 분교, 캠퍼스 건립 등으로 퇴색됐습니다. 인재 양성의 장이 아닌 취업사관학교가 된 대학 입장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에 위치해야 득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방으로 이전 시 기업 지원 감소, 대학 등급 하락 등 현실적 문제도 고려했을 겁니다.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업체에는 각종 특혜가 제공됩니다. 그리고 기업의 최대 목적은 이윤 창출입니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이전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아무리 많은 혜택을 받아도 이익보다 손해가 많기 때문이겠죠. 이들이 지켜야 할 이익은 바로 부동산입니다. 지난해 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5대 재벌그룹 소유 토지자산은 2018년 기준 73조2000억 원으로, 23년 전인 1995년 대비 약 6배 증가했습니다. 이 자산 대부분은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요. 이전을 결정하면 이중 일부는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비슷한 사례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의 진원지인 정치권에서도 쉽게 목격됩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이 보유한 서울 반포 아파트와 청주 흥덕구 아파트 중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도 자신이 보유한 서울 논현 아파트와 세종 아파트 중 세종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밝혀 곤욕을 치렀습니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박병석 국회의장 역시 서울 반포 아파트와 대전 아파트 중 반포 아파트를 택하고 대전 아파트는 아들에게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이 집값 하락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겠습니까? 서울·수도권 내 천문학적인 자산을 축적한 기득권 세력이 이를 구경만 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고 추측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요. 실제로 일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에도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행정수도 이전은 주택가격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서울·수도권 지역 집값이 보합세에 머무는 동안 행정수도 이전론으로 인해 세종 지역 집값은 들썩일 것이고, 이는 다시 서울·수도권과 세종시 인근으로 전이돼 전국적인 집값 상승을 초래할 여지가 상당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부동산 정책 수단의 일환으로 삼을 경우 부동산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발판으로 이회장을 꺾고 당선됐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충청권의 표심을 잡았다 ⓒ 시사오늘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발판으로 이회장을 꺾고 당선됐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충청권의 표심을 잡았다 ⓒ 시사오늘

결국 현재 여권에서 행정수도 이전론에 군불을 지피는 건 부동산 문제 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배경이 깔려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우선, 야권의 논리처럼 '국면전환'입니다. 최근 정부여당은 부동산대책 실패,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악재로 21대 총선 직전·직후 당시 압도적인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콘크리트 지지층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계기와 돌파구가 필요한데, 이럴 때는 파급 효과가 큰 이슈를 부각시키는 게 최상의 방법입니다. 게다가 오는 8월 29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규모 동원이 사실상 불가한 실정입니다. 온라인에서 분위기를 띄워야 흥행에 성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겁니다. 행정수도 이전론 정도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하지만 이건 너무 단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고, 민주당의 최종 목표는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민주당 세력은 행정수도 이전론을 앞세워 재미를 본 전력이 있습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해 9월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충청권 표심 잡기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죠.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대전, 충북, 충남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따돌리고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20년 만에 민주당이 다시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여야 인사들의 지역 기반을 고려했을 때 행정수도 이전론이 다가오는 차기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개헌'입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을 국회에 직접 제출했고, 지난 5월에도 광주MBC〈문재인 대통령의 5·18〉에 출연해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이 헌법에 담겨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고, 국민적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며 개헌 의지를 거듭 시사했습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나서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워,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국회의장인 문희상 전 의장도 앞서 21대 총선을 치른 후 올해 하반기가 개헌 적기라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기존 입장과는 달리 이번에 여권에서 제기된 행정수도 이전론은 확실한 개헌 불씨입니다. 국회세종의사당의 경우 개헌 없이도 국회에서의 법 개정만으로 가능하지만, 청와대 이전 등 현재 정부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개헌 저지선은 100석, 180석을 가진 민주당 입장에서는 20석 이상을 더 확보해야 개헌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론발(發) 개헌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큰 이유입니다. 야권 내 충청권 의원과 개헌론자들이 이에 동조할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론을 개헌 논의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2019년 패스트트랙 사태 때처럼 말이지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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