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정도전의 한양 천도와 행정수도 이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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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정도전의 한양 천도와 행정수도 이전 논란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07.26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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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천도론이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기대해 본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대한민국은 부동산 대란으로 분노의 신발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사실상의 천도론이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은 부동산 대란으로 분노의 신발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사실상의 천도론이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뉴시스

고려의 신진사대부는 망국의 길을 걷고 있던 고려를 재건하고자 기득권 세력인 권문세족을 제거하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힘이 없었다. 공민왕의 개혁도 권문세족의 역습에 의해 실패했다.

신진사대부는 영리했다. 현실 정치 감각이 뛰어났다. 이들은 무력이 필요했다. 고려는 이미 정중부의 난으로 무신정권이 개막됐고, 최충헌 일가의 독재도 경험했다. 무력이 어떤 힘을 갖고 있고, 정권 획득에 얼마나 필요한 힘인지를 아는 집단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은 홍건적과 왜구를 물리치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최영과 이성계의 신흥무인과 손을 잡았다. 권문세족의 영수 이인임이 제거되자 신흥 무인과 신진사대부의 세상이 도래했다. 하지만 고려의 운명을 놓고 신진사대부는 분열했다. 정몽주의 온건파 사대부는 고려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추진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도전의 혁명파 사대부는 고려를 폐하고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양 계파의 갈등은 신흥무인세력의 분열을 초래했다. 정몽주와 최영이 제휴했고, 정도전은 이성계와 손을 잡았다. 하늘은 정도전을 선택했다. 정도전은 위화도 회군을 기획해 온건파의 후원세력인 최영을 제거했다. 온건파의 양 날개 중 한쪽이 잘려나갔다.

이제 남은 이는 정몽주였다. 정도전과 이성계는 정몽주의 재능을 아꼈고, 그를 포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방원의 칼이 더 빨랐다. 이방원은 정몽주가 새왕조 개창의 최대 걸림돌이고, 혁명파의 회유에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어차피 내 편이 되지 않을 것을 안 이상 완벽한 제거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정몽주는 이빙원의 계획된 회유를 거절했고, 개성 선죽교에서 자객 조영규의 칼에 의해 한 맺힌 선혈을 남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정몽주의 죽음은 고려의 사망 선고였다.

정도전도 정몽주가 제거되자 본격적으로 새 나라 조선 건국에 나섰다. 정몽주가 제거됐지만 개성에는 反혁명세력이 잔존했다. 온건파의 양대 거두를 제거했지만 온건파의 잔존세력을 무시할 순 없었다. 이들을 일시에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수도 천도였다. 고려의 고향인 개성을 버리고 조선의 고향을 만들고자 했다.

한강은 삼국시대부터 최대의 각축장이었다. 한강을 차지한 국가가 번창했다. 백제의 근초고왕도, 고구려의 장수왕도, 신라의 진흥왕도 한강을 도모했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고 천년 왕국의 영광을 누렸던 가장 큰 이유도 한강을 끝까지 지배한 덕분이었다.

정도전은 교묘했다. 고려가 개경길지설을 활용했듯이 자신도 남경길지설을 활용해 민심을 획득했다. 한양 천도가 하늘의 뜻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온건파의 반발도 있었지만 막강한 무력을 가진 한반도의 유일한 세력인 혁명파의 천도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정도전은 한양을 성리학의 이상향으로 기획했다. 그는 새나라 조선 정궁의 이름을 경복(景福)으로 정했다. 이는 <시경> 주아 편의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불렀어라. 임이시여, 만 년 동안 큰 복을 누리소서"(旣醉以酒 旣飽以德 君子萬年 介爾景福)에서 나온 景福을 인용한 것으로 큰 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수도 한양의 사대문도 유학의 사단(四端)인 ‘인의예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정남에 숭례문(崇禮門), 정북에 숙청문(肅淸門), 정동에 흥인문(興仁門), 정서에 돈의문(敦義門)이라고 정했다. 북문인  숙청문만 음양오행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음(陰)에 해당하는 까닭에 나라에 가뭄이 들 때는 기우(祈雨)를 위해 열고, 폭우가 내릴 때에는 닫았다고 알려졌다.

정도전과 신진사대부가 기획한 한양 천도, 이들의 뜻대로 조선 왕조 500년은 성리학이 지배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나라에 큰 복이 따르지 않았고, 지배층의 인의예지는 땅에 떨어졌다. 결국 조선 백성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고, 임꺽정과 홍길동과 같은 도적떼가 들끓었다. 하지만 진짜 도적은 이른바 나랏님들이었다. 외적의 침략으로 백성들이 도륙을 당할 때에도 이들은 정쟁에 몰두했다. 이들의 500년은 민생과 무관한 더러운 권력욕에 미친 권력가들에 의한 정쟁의 역사다. 결국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온 나라를 들썩이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도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사실상의 천도다. 현 여권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내세워 충청표심을 자극해 재미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포스트 코로나를 우려하고 대비하느라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부동산 대란으로 분노의 신발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천도론보다는 민생을 우선해야 대한민국 미래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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