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모(62,여)씨는 4년여 전부터 잇몸이 무너지고 치아가 벌어지는 등 고통을 겪었다. 저렴하다는 소문에 찾아간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오히려 덧댄 부분이 떨어지고 균이 들어가 잇몸과 치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결국 치과를 다시 찾았지만 또 자비로 치료해야 된다는 말에 더이상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나고 다른 치과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손상된 모든 치아를 뽑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를 하는 비용은 개당 150만 원 가량. 여러개의 치아와 부수적인 치료비까지 모두 계산하면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이 씨는 “이빨이야말로 없으면 못 사는 건데, 이런걸 의료보험도 안해놓고 서민들은 어떻게 살라는건지 몰라. 없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건가”라고 푸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2일 내놓은 ‘한국의료패널로 본 활동제한과 미충족 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8명 중 1명은 치아에 이상이 생겨도 경제적 이유로 치과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의료 패널 1만27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4%가 지난 1년간 진료·검사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못했고(미충족 의료), 그 중 절반 이상(55.3%)이 ‘치료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역시 소득 계층별 미충족 의료비율도 최하위 계층(1분위)은 27.7%인 반면 최상위 계층(5분위)은 19.1%에 그쳐 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일반 진료에서 65세 미만의 미충족 의료는 시간이 없어서(40.4%)가 가장 큰 원인,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경제적 이유(46.2%)가 컸던 반면, 치과 치료에서는 전 연령층에 걸쳐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조사됐다.
정영호 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 연구위원은 “치과 치료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 걸쳐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난 만큼 적절한 방안 검토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패널은 지난 2008년 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인의 건강수준·의료이용·의료비 지출 등의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가구로, 해마다 이들로부터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