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월북자, 北이 ‘발표’하고 南이 ‘조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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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월북자, 北이 ‘발표’하고 南이 ‘조사’하다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20.07.2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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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월북 사태 아닌 군사안보 실태의 문제
北 발표 후 南 허둥지둥 발표에 ‘어이상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한 명의 탈북민이 다시 월북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한민국이 요란하다.

7월 26일 북한은 이 한 명의 ‘월북 사건’을 놓고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 주재 하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개최하고 “악성 비루스(코로나19) 감염 의심 월남 도주자가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 했다”고 발표했다.

통상 북한이 남한 사회에서 ‘정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이 있거나 ‘의미가 있는 월북자’인 경우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대상으로 특별히 공개 활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탈북자가 월북한 경우를 최고지도자가 회의까지 주재하며 발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그것도 통상적인 제3국이나 육로도 아닌 해상으로 헤엄쳐서 자신들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을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발생하는 자신들의 군사보안, 경계 책임 문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를 두고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 의심자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주목하면서 ‘코로나 청정 북한’(?)의 코로나 발생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고 배상책임을 요구하는 등 향후  ‘활용 목적’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월북자가 코로나 전파 가능성이 높은 탈북민이든 아니든 그것은 아직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기에 향후 확인돼야 할 사안이고 현재로선 이 또한 부차적인 문제다.

국민들이 이 사건을 접하면서 보다 심각하고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은 북한이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중대 보도 취급해 공개 발표하기 전까지 우리 군과 경찰, 정보기관 등은 정작 깜깜이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불과 1년 전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에 아무런 제지도 없이 자연스럽게 입항하고 올 4~6월에는 태안 앞바다를 통해 중국인들이 소형보트를 타고 최소 3차례나 밀입국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사전 인지 못하거나, 오인해 결국 허술한 해상경계 태세를 사과하고 대책 수립을 다짐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한참 지난 일이지만 이른바 휴전선 ‘노크 귀순 사건’도 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의 노크로 우리 군이 그를 영접한(?) 수치스러운 사건도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주재한 회의를 통해 월북 사실이 공표되고 나서야 우리 군과 경찰, 보건당국이 코로나 의심자를 놓고 요란법석을 떨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군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소지품이 발견된 철책선 밑 배수로를 통과해서 헤엄쳐 월북한 것으로 전해져, 탈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이 만일 공개하지 않았다면 우리 군과 경찰 등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그마한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월북한 김 모 씨라는 사람은 이미 남한에서 범죄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는 인물임에도 결국 그는 월북 사전답사까지 마치고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자유자재로 접경지역을 헤엄쳐 왕래함으로써 우리의 안보, 경계태세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탈북자 한 명의 재입북이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군사안보 실태와 직결되는 문제로 부상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 협력이 절실한 시대라 하지만 엄중히 존재하는 접경지역을 일개 탈북자가 자유자재로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리고 이를 북한의 발표로 허둥지둥하는 우리의 안보태세 실상 앞에선 ‘어이 상실’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번 월북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안보망과 경계태세에 허술함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겠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전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전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전 국립중앙청소년 수련관 이사
◽전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전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전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현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현 정치 평론가
◽현 (사)희망래일 ‘70년의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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