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같이 가야 멀리가는데"…LG화학·SK이노 ‘배터리戰’ 언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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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같이 가야 멀리가는데"…LG화학·SK이노 ‘배터리戰’ 언제 끝나나
  • 방글 기자
  • 승인 2020.07.30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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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지적재산권 보호 없다면 글로벌 시장서 경쟁 못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중국은 우리의 소중한 지식재산과 사업 기밀을 훔쳤다.”
“중국은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다.”

지난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국가 중 하나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에 SK이노베이션이 스쳤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영업기밀 침해로 LG화학에 고발당했다.

LG화학은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후,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도 제소했고,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투자한 3조 원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SK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 철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판결에 합당한 합리적 배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그런데 SK에서는 자꾸 ‘고위층간 대타협’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흘러나온다.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대타협에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달렸다는 헛소리까지 나온다. LG화학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서 K배터리 동맹에 금이 갈수 있단다.

K배터리 동맹은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 배터리 업체의 성장은 현대기아차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일지 몰라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유치해야할 배터리 업체들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경쟁적으로 각자도생해 완성차 업체 모시기에 나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에 설까말까다.

그런 논리라면 핸드폰 시장에서 애플과 투톱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이 LG전자와 동맹을 맺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동맹을 맺으면 멀찌감치 애플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이 되지 않을까.

ⓒ시사오늘 이근
ⓒ시사오늘 이근


K리그를 벗어나 국가 대항전으로 예를 들어보자.

지난 6월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65)이 4개월 만에 중국 반도체기업 에스윈(ESWIN)을 퇴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장 전 사장의 중국 반도체기업 에스윈 합류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술 유출 등의 논란이 일었다.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한국 기술자 영입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장 전 사장 같은 고위급 인사가 중국 기업에 합류한 데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컸다.

지난 5일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교수가 국비 지원을 받아 연구한 자율주행 기술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고발된 사실도 전해졌다.

산업계에서는 적발 시 받는 처벌보다 기술 유출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지식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한국 기술 빼가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수십년 지속돼 왔고, 그때마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분노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한다. 중국이 삼성의 기술을 빼갔듯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기술을 탐내 인력을 빼갔다고 봐야한다.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인적 자원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LG화학이 미국 ITC에 소를 제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난할 일이 아니라, 한국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해야할 때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할까.

지난 2월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모토로라솔루션의 무전기 관련 영업비밀과 저작권을 침해한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에 약 7억6500만달러(한화 약 917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모토로라솔루션에서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으로 넘어간 직원은 3명이다.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은 100여명 수준이다.

시장조사기업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DMR (Digital Mobile Radio) 무전기 글로벌 시장 규모는 38억3000만 달러(한화 약 4조5880억 원)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무전기 사업에 비해 시장 규모가 크고 미래 사업 가치가 크다.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IHS마켓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38조8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3년 94조5000억 원, 2025년 18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약 170조 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다.

4조 규모 무전기 시장에서 모토로라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은 1조 원 수준의 배상을 해야한다.

40조 수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조기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타협’을 요구한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인정과 SK이노베이션의 합리적 배상에 달렸다. K배터리 등의 정치적 공작으로 적당한 수준의 타협을 말한다면, 한국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후진국적 발상은 물론 SK그룹의 중국형 스파이 경영을 전세계에 공표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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