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놓고 딜레마 빠진 통합당…대략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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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놓고 딜레마 빠진 통합당…대략 난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7.30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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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프레임 전환 목적 분명한데…반대하자니 충청 민심 눈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이 ‘행정수도 이전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사오늘 김유종
미래통합당이 ‘행정수도 이전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사오늘 김유종

미래통합당이 ‘행정수도 이전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본적으로 당 지도부는 갑작스레 떠오른 행정수도 이전론을 ‘여권의 국면 전환용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충청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찬성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단위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 지역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통합당이 마냥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통합당 “행정수도 이전? 국면 전환용 꼼수”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4년 위헌 결정을 내렸던 행정수도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러자 통합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수도권 부동산 투기 대책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해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라는 게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이야기”라며 “과연 정상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민주당이 왜 급작스럽게 수도 이전에 불을 붙이는지 모르겠다”며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은 수도 이전 공약을 내걸고 서울시민의 의사를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수도 이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이해찬 대표는 헌법 (개정) 사항이라고 하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일반 법률로 옮길 수 있다고 한다”며 “오락가락해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23일 비대위 회의에서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하고, 먹는 물조차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이 빈발하고 있으니까 이 관심을 돌리기 위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꺼낸 듯하다”며 “진정성도 없고, 위헌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행정수도 이전론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가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충청 민심 놓칠라…속내 복잡한 통합당


그러나 대외적으로 내놓는 메시지와 달리, 통합당 내부 상황은 복잡하다. 행정수도 이전론이 민주당의 ‘프레임 전환용’ 전략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통합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경우,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해왔던 충청 민심을 잃어버림으로써 정권 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충청권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값 폭등에 대한 불만여론을 잠재우려고 수도이전카드를 이용하는 얄팍한 정략적 술수가 엿보인다. 지지율의 하락 속에서 치러질 2022년 대선을, 정권심판 프레임을 벗어나 수도이전 찬반투표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어차피 마주하게 될 수도이전 논의를 당장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라며 당 차원의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 또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로 일관하고 일축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민주당의 국면 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면 결국 손해보는 쪽은 우리일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은 국가대개조 차원에서 행정수도완성론을 넘어, 종합적인 지역균형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내며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일 <시사오늘>과 만난 통합당 관계자도 “민주당의 프레임 전환 능력은 천재적이다. 모두가 프레임 전환용이라는 걸 아는데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어젠다를 던져놓고 있다”면서 “당내에서도 여기 끌려가면 안 된다는 쪽과 그래도 충청 표심을 생각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 팽팽하다. 우리 당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여권 쪽 악재는 다 묻히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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