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한나라당 돈봉투에 담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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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한나라당 돈봉투에 담긴 교훈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1.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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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안 벗으면 공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연일 정가에 화두다. 세해 벽두를 장식하고 있는 이 사건으로 당사자인 한나라당은 물론, 불똥이 신당 대표 선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민주당으로 까지 확산됐다.

정치권은 바야흐로, 이른바 '돈과의 전쟁'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가 정치권을 비롯한 세간에 던지는 메시지는 자못 의미 심장하다. 그간 정치권에는 '돈정치', 혹은 '돈선거'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만큼 돈과 정치를 불과분의 관계로 여겨왔다.

과거 경제인들이 중심이 돼 저질러진 상납 관행은 정경 유착이라는 말로 시대를 반영했고, 경제 발전 이전 부터 자행됐던 표심 얻기의 일환 역시 '돈'으로 표를 사는 잘못된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전근대적인 악습이 비단 지난 옛일만은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최근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의 심각성과 파장이 유독 주목되는 이유도 이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일부 후보 진영이 노골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당시 전대를 통해 당 대표에 선출된 박희태 현 국회의장의 비서가 돈이 든 가방을 들고 다니며 '뭉칫돈'을 현역 의원과 대의원들에 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정치권에 환멸을 느껴온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최초 율사 출신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이러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확인 될 경우,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권에는 일대 혼란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태가 불거지면서 가장 먼저 언급된 말은 다름 아닌 '차떼기'라는 용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불법 자금 운용'의 대명사가 된 이 용어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수년이 지난 자당 전대를 통해 또 다시 그 '차떼기'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는 것.

구태도 이런 구태가 또 어디있나 싶을 만큼, 어리석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들어, 실시된 대부분의 선거에서 형편없는 결과를 내며 사실상 '전패'의 수모를 당해 왔다. 정치 개혁을 염원하는 표심이 한나라당의 구태와 무능을 심판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정점을 찍으면서 코앞에 닥친 총선과 대선을 걱정해야하는 입장이 됐다. 여기에 이번 사태는 그간 한나라당의 구태와 무능에 더해 부패라는 오랜 악습을 드러내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문제와 해답이 동시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근 이른바 돈봉투 사건에 이름을 올려온  인물이, 박희태 국회의장이라는 점. 박 의장은 지난 2009년 재보선을 통해 6선의 훈장을 단 중진 중의 중진이다. 자의반 타의반 올해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갈이를 통한 세대 교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렇다고 물갈이 만으로 돌아선 민심과 위기에 빠진 정당이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직전 디도스 사건과 이번 돈봉투 사건에 대한 분명한 반성이 필요하다. 지도부 등 핵심부의 관련 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은 일련의 일들에 명확한 책임과 반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관련자 몇몇을 문제 삼아 문책하고 이를 시태 해결의 구실로 삼는 것은 결코 옳은 방안이 될 수 없다. 공교롭게 박근혜 전 대표가 위기의 당을 살기겠다며 등 떠밀리듯 전면에 나섰다. 지난 2005년 탄핵 정국과 유사하다.

한나라당은 당시에도 뼈를 깍는 변화와 자성으로 국민들 앞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10년만에 집권했다.

그러나, 집권 후 여당의 모습은 지난 천막정신이 사라진 모습만을 보여 왔다. 변화하는 시류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안일한 정책과 정쟁으로 임기를 마감하고 있다. '돈 봉투'로 촉발된 위기감이 정치권의 투명한 변화로 결말지어지길 기대해 본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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