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검찰, ‘개혁’이냐 ‘장악’이냐
[이병도의 時代架橋] 검찰, ‘개혁’이냐 ‘장악’이냐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8.01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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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예속 수사' 제도화 우려
검찰개혁위 권고안 파장
수사지휘권 폐지 논란 가중
권력 종속화 퇴행 비판론
‘윤석열 갈등’…형사사법 체계 공전
무소불위 법무장관이 수사지휘 더 위험
개혁 빙자, 검찰 독립성 훼손 없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검찰 개혁 권고안이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하다.

이번 조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천명한 검찰개혁의 일환인 셈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온통 ‘검찰총장 무력화’에 초점이 맞춰져 논란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련의 관련 작업이 ‘검찰 길들이기’로 비쳐지는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

현 정권과 사실상 대척점에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민감한 상황이어서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특히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권고안이 실현되려면 검찰청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회를 거대 여당이 장악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는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뉴시스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뉴시스

진지한 성찰 있어야

문제의 권고안은 수사지휘와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통해 그대로 시행된다면 파장이 간단치 않다. 검찰 조직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총장을 수사지휘 라인에서 배제하고 대신 법무부 장관이 서면으로 고검장들을 수사지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원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임기(2년)가 보장된 총장이 중심이 돼 검사들의 수사 결론 혼선을 막고, 정치적 외풍을 차단해 수사 중립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이제, 이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일련의 검찰개혁 추진이 ‘검찰 길들이기’로 비춰지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인사권으로 검찰을 흔들 수 있는 법무장관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개혁은 고사하고 되레 검찰의 권력 종속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그래서 크다.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행사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고검장들이 '서면 지휘'라는 단서가 달렸어도 영향을 받을 것은 뻔하다.

검찰 내부에선 승진과 좋은 보직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 눈치 보기와 줄서기가 횡행할 수 있다. 그동안 어렵게나마 지키려 해온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짙다.

검찰 일각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검찰총장의 양대 권한 가운데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인사권도 상당 부분 제한함으로써 조직 수장이 '허수아비 총장'과 다름없는 신세가 될 수 있어서라는 것이다.

개혁은 사람이 바뀌어도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짜는 게 바람직하다.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수사 중립' 보장 시스템 필요

특히 권고안 중 일부 내용은 장기적 차원의 개혁 방안이라기보다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에 벌어지는 작금의 갈등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아니냐는 인상을 주는 측면이 없지 않다.

누가 봐도 권고안은 추 법무부 장관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윤 검찰총장의 힘을 빼는 수단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윤 총장과의 갈등에 따른 즉자적 대응이 아니냐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검찰이 중요 사건의 수사를 개시할 경우 법무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과 맞물려 정치적 해석을 낳는 이유다. 미래통합당이 "차라리 검찰총장직을 없애겠다고 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번 권고안의 성격을 '추법무-윤총장' 프레임 속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검찰이 정권의 충견이 돼 정작 수사해야 할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는 눈감고 이미 죽은 과거의 권력만 수사하기 때문이었다. 과거 민간인 사찰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수사가 지적받은 건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의구심 탓이었다. 이제는, 그야말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만큼이나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문제의 본질이 중요하다.

검찰총장 '위치' 격하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 권한의 대폭 축소를 핵심으로 한 검찰개혁 권고안을 내놨다.

이 안에 따르면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되고 전국 6개 고검장들에게 분산된다. 한마디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12조 2항을 무력화, 검찰총장을 검찰의 행정·사무만 관장하는 '위치'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기획·정책업무 등만을 지휘하는 형식상의 수장으로만 남게 된다. ‘검찰행정청장’쯤으로 하향 조정되는 셈이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고쳐 일선 고등검사장을 직접 지휘하도록 했다. 정무직인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건너뛰어 일선 고등검사장을 직접 지휘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함께, 지금까지 현직 검찰 간부 중에서 검찰총장을 임명해온 관행도 바꿔, 총장 후보 범위를 판사, 변호사와 여성으로 넓힐 것도 권고했다. 검사 인사 때 장관은 검찰인사위원회 의견을 듣고, 총장은 의견을 장관이 아니라 검찰인사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수사 독립성 유지 의문

검찰은 2200여명의 검사가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관료적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검찰총장의 지나친 권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가 많았던 만큼 견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에 이론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검찰총장을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 경우 오히려 고검장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 지휘를 받고 총장은 건너뛰는 기형적 구조가 생겨날 수 있다. 빼앗은 수사지휘권을 법무부 장관에게 넘기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어쩌면 더 위험한 발상이다.

의문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우선, 개별적으로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는 고등검사장들이 정치권력과 연관된 범죄에 대해 적극적 수사 의지를 가질 수 있겠는지, 여부다.

권력 외풍을 방지하기 위해 총장 임기제까지 보장한 것인데, 장관 인사 대상이자 임기도 보장되지 않은 고검장이 과연 권력의 외풍을 제어하며 수사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않은 것이다.

국기 문란 우려

이렇게 되면 법무부 장관이 실질적 검찰총장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총장과 달리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고검장으로선 장관과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있는 수사가 쉽지 않다는 건 뻔하지 않겠는가.

검찰의 권력 종속 심화를 우려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건 검찰 개혁이 아니라 퇴행이다.

검찰 개혁 본질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이다. 그런데 현 정권은 사실상의 ‘완장 검사’를 앞잡이로 세워 정치에 종속시키려 드는 형상을 보인다.

개혁위가 이번에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을 의식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더욱이 윤 총장이 여권 인사들에게 눈엣가시로 간주되는 상황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문재인 정권이 기관장을 흔드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이중적 행태가 될 수 있다. 이는 자칫 국기 문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법무장관 영향력만 확대 관측

한마디로, 이번 검찰 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총장은 수사에서 손을 떼고 법무장관이 6개 고검장에게 구체적 사건 수사를 지휘하라는 내용이다. 헌법기관인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사실상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라는 것으로 분석된다.

총장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대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인사위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현직 검사 중에서만 총장이 되는 관행이 개선되면 검찰 조직의 이익을 지상 목표로 삼거나 내부 비위를 축소·은폐하는 폐단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정무직인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건너뛰어 일선 고등검사장에게 직접 수사지휘를 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사지휘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는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수사에 대한 장관의 영향력만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12조 2항의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이 조항은 전국 일선 검찰청마다 유사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혼선을 피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있어 개별 검사들이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검찰총장이 마지막 보루로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었다.

정치 목적 검찰 독립성 훼손 없어야

그럼에도, 이번 개혁위의 주문은 검사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 제시도 서면으로만 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쉽게 무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간 보장하고,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준 이유는 일선 검사들 수사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위험천만한 권고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위원들을 구성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인사위가 사실상 중립적으로 기능하기도 어렵다.

지엽적인 부분에 얽매이거나 특정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다는 오해를 산다면 생각지도 못한 저항과 부작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제왕적 법무장관’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만한 내용이라고 본다.

절제되지 않은 검찰권은 견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윤석열 검찰 옥죄기'에 나선 것은 검찰을 길들이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는 법치를 유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권력형 비리 수사 균열 가능성

그런 점에서, 이번 개혁위 권고안은 외견상 검찰의 분권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검찰 독립을 통해 권력의 부패를 막으라고 한 현행 검찰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퇴행적 방안 요소가 강하다.

가뜩이나, 최근 여권의 검찰 흔들기로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는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하명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죽이기’는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일 수 있다.

검찰총장과 대검이 일선 사건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은 검찰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라, 검찰총장의 지휘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더라도, 그 권한을 정무직 장관인 법무 장관에게 모두 넘기면 또 다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임기도 보장 안 된 고검장에 ‘정치 검사’를 앉히고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를 하게 된다면 권력 비리 수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아예 뿌리부터 뽑아 없애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권비리 수사 봉쇄 우려

이렇게 변경되면, 차기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들은 인사권자인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장관 지휘도 거부하기 어렵다. 정권 비리 수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대신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와 수사를 빙자한 폭력이 횡행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기관인 검찰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방안을 내놓고선 "검찰 분권화 개혁"이라고 하는 셈이다.

최근 국회 답변 모습을 보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주고, 검찰총장은 행정사무만 총괄할 수 있는 권한만 남겨둔다면 권력층의 부패와 범죄는 어떻게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개혁위의 권고는 정도가 지나치다. 검찰총장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되고 그 밑의 고등검사장들이 검찰총장을 건너뛰어 법무장관의 지휘를 직접 받게 되면 검찰이 어떤 조직으로 전락할 것인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독립적 수사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결국, 이 개혁안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마련됐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검찰이 권력에 순치된다면 권력의 부정부패는 어떻게 제어하겠는가. 검찰개혁이 정략적 관점에서 다뤄지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혁위가 내놓은 이번 개혁안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대대적 ‘보복인사’ 또 단행 예고

정치 각축 측면에서, 이번 조치의 문제점은 검찰총장을 아예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속셈이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지휘권에서는 물론 인사권에서도 힘을 빼 버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자칫 권력 핵심과 관련된 수사 방어기제로 악용되거나 검찰 독립성을 지나치게 침해할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배제하고 검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가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윤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인사’는 또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인사 학살'도 예고돼 있다. 곧 단행될 검찰 인사를 앞두고 추 장관에게 쓴소리를 한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윤 총장 측근들을 좌천시키는 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승진 잔치가 예고돼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조국 사건을 계기로 이 정권 사람들에게 ‘우리 윤 총장’에서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린 윤 총장이 더 이상 수사에 간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꼼수'로도 볼 수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경험했던 집권층이 권력 수사의 가능성을 아예 잘라버린 셈으로도 풀이된다.

정권 포석…추 장관 자중해야

사실, 추 장관과 윤 검찰총장과의 대립은 국민이 지켜보기에 조마조마할 지경이다.

검찰 인사, 한명숙 전 총리 수사에 대한 감찰, 검언 유착 수사 등을 놓고 갈등하면서, “윤 총장이 장관 지시 반을 잘라먹었다” “장관 말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고 발언해 윤 총장을 깔아뭉갰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제청하기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을 두고도 윤 총장은 협의의 의미로, 추 장관은 의견 청취로 해석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추 장관이 ‘울산 시장 선거공작 사건’의 기소장도 공개하지 못하게 막고, 근거 없는 것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밝혀진 ‘검·언 유착 의혹’에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것만 봐도 어떤 황당한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다.

추 장관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를 무력화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개별 사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한 데 이어 이제 총장에게 주어진 수사지휘권 자체를 해체하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권력이 연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는 근본적으로 막힐 수밖에 없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합심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검찰총장 자리를 외부인에게 개방하려는 건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는 포석으로도 비칠 수 있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윤 총장 라인을 사전 협의 없이 대거 좌천시켜 논란을 불렀다. 개혁의 탈을 쓴 검찰 무력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경수사권 조정안 시행령 잠정안에서 중대 사건 수사는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해 개혁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 ‘중대 사건’ 규정이 모호하고 자의적이어서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비록 부결됐지만 지난 23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것만으로도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국무위원은 국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자리임을 자각하고 자중하길 바란다.

현재의 방식 정교화를

검찰은 지금 상황이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며 반발보다는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를 자숙하고 반성하는 게 순서다. 수사·기소권은 물론 형 집행권까지 독점한 채 권력과 유착하면서 권한을 남용해 온 검찰의 부끄러운 역사가 이런 사태를 몰고 온 뿌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고 적발하려면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해서는 곤란하다.

수사·기소는 검찰총장이, 인사·예산은 법무장관이 관장해 견제와 균형을 찾아가는 현재의 방식을 더 정교화하는 등으로 검찰개혁의 명분도 얻고 정치적 오해도 피해야 한다.

권고안대로 가면, 고검장은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아래 있어 독립성을 지키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검찰 지휘체계를 개혁하려 한다면 지휘부가 권력에 코드를 맞추는 상황부터 독단으로 흐르는 경우까지 두루 고려해야 한다. 검찰총장의 외풍 차단 역할을 유지하면서 총장과 각 검찰청장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개혁의 본질(本質)에 충실하라

검찰이 주요 권력기관인 동시에 준사법기관으로서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에 개혁 작업은 긴 안목으로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형 비리에도 가차없이 칼을 댈 수 있어야 진정한 검찰의 독립이고 개혁의 완성이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검찰 내부는 물론 일반 국민도 상당한 우려를 제기하는 만큼, 정부는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개혁위의 권고안이 시행되려면 검찰청법 등의 개정이 있어야 한다. 국회는 나라의 부패지수를 줄이고 국민이 진정 바라는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진지한 자세로 접근해 줄 것을 촉구한다. 입법 과정에서 개혁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조율하기 바란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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