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윤희숙 비판하는 박범계와 윤준병…“본질 살펴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취재일기] 윤희숙 비판하는 박범계와 윤준병…“본질 살펴야”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8.05 14: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희숙 정국…비난 받는 윤준병 vs 옹호 받는 박범계
박범계가 ‘덜’ 비난 받는 이유…與, 메신저 때려 메시지 물타기
임대인은 임차인 대변 못한다고?…‘강남좌파’ 모순 돌이켜봐야
"與, 발언 의도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 살펴볼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박범계 의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둘을 대하는 여당 내 태도는 사뭇 다르다. 당 일각에선 박 의원의 발언을 빌어 윤 의원의 진정성을 공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박범계 의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둘을 대하는 여당 내 태도는 사뭇 다르다. 당 일각에선 윤준병 의원을 비판하면서도, 박범계 의원 발언을 빌어 윤희숙 의원의 진정성을 공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부동산 이슈가 정치권을 뒤덮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이 화제에 올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의원을 향해 “보수의 업그레이드”라고 극찬했으며, 통합당 내부에서도 ‘투쟁은 윤희숙처럼’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윤 의원은 이른바 ‘레전드 5분 영상’을 남기면서 정계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러자 윤 의원을 비판한 여당의 윤준병·박범계 의원은 자연스럽게 도마 위에 오른 모양새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1일 SNS를 통해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 선진국이 그렇듯 전세는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제도”라는 글을 올렸다가 당 내외로부터 “서민들의 현실을 모른다”는 역풍을 맞았다. 

야당은 즉각 “전 국민 월세 사는 세상이 민주당이 말하는 정의냐”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한편,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박주민 의원도 그를 겨냥해 “국민 감정선과 눈높이에 맞춰서 발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앙당 관계자는 지난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윤준병 의원이 초선이라 의욕이 과했다는 말이 많다”면서 “한국의 월세는 영국 월세와는 다른 개념 아닌가. 당에서도 전월세 얘기는 삼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서둘러 ‘윤희숙 때리기’에 나섰다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SNS에서 ‘이상한 억양’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과 함께 “(윤희숙 의원이) 소위 오리지널 임차인은 아니다.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였고 현재도 1주택 소유의 임대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없는 살림의 임차인의 호소처럼 이미지를 가공한다”면서 윤 의원의 ‘이미지 메이킹’을 꼬집었다. 

 

박범계가 ‘덜’ 비난 받는 이유…與, 메신저 때려 메시지 물타기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의원의 발언을 빌어 윤 의원의 진정성을 공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의원의 발언을 빌어 윤 의원의 진정성을 공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박 의원의 행동 역시 야당 및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데 여당 내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앞선 관계자는 지난 3일 “말투라든지 억양, 눈빛 하나하나를 비난하는 건 박 의원이 경솔했다”면서도 “윤희숙 의원의 모순에 집중해야 한다. ‘부자 보수’가 약자인 임차인 편을 드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 임대인 편에 서는 기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이 윤 의원을 향해 ‘가짜 임차인’이라고 공격한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태도다.

실제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의원의 발언을 빌어 윤 의원의 진정성을 공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박 의원을 자제시키는 척 하면서도 그의 ‘무기’를 적극 차용하고 있었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 2일 “윤희숙 의원은 며칠 전까지는 다주택자였다. 서초구갑에 출마를 위해 불과 몇 달 전에 임차인이 된 것 같다”고 비판했으며, 안민석 의원도 지난 3일 “2가구 중 1가구를 매각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강북에 집 한 채를 갖고 있고, 강남에 비싼 전세 살면서 서민인 척 ‘과잉 코스프레’를 한 점은 어색하기 그지없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연일 게시판에 “무주택자도 아니면서 전업 소설가 뺨친다”, “무주택자야 죽든 말든 ‘강남 부동산 불패’라는 기형적 전세 제도를 방치하자는 것이 윤희숙 명연설의 속내”, “짝퉁 임차인” 등 노골적인 힐난을 퍼붓고 있다.

윤준병과 박범계, 왜 반응이 다를까? 이는 통합당 장제원 의원의 설명으로 대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 논리가 부족할 때 가장 쉽게 쓰는 공격 기술이 ‘메신저를 때려 메시지에 물타기’다. 박범계 의원이 ‘임대인’, ‘오리지널’, ‘가공’ 같은 공격적 단어까지 쓰면서 그런 기술을 쓴다.”

-장제원 의원, 지난 1일 페이스북 게시물

정상적인 논쟁이라면, 공격의 대상은 메신저(발화자)가 아닌 그의 발언에 담긴 거짓과 오류여야 한다. 단순한 ‘메신저 때리기’는 대중들이 메시지의 진위여부까진 가늠하지 못하도록 사고체계를 마비시키는 ‘사회악’이다. 결국 민주당은 편리하지만 비겁한 ‘메신저 때리기’ 전략에 매몰됐다는 분석이다.

 

임대인은 임차인 대변 못한다고?…‘강남좌파’ 모순 돌이켜봐야


‘윤희숙은 임대인’이라는 메신저 비난 기저에는 ‘부자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리 없다’는 오류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고스란히 민주당에게도 해당된다. 민주당과 박범계 의원 논리대로라면, ‘강남 좌파’에 해당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서민의 적’이자 ‘짝퉁 진보’다. ⓒ뉴시스
‘윤희숙은 임대인’이라는 메신저 비난 기저에는 ‘부자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리 없다’는 오류가 깔려 있다. 이 논리는 고스란히 민주당에게도 해당된다. 민주당과 박범계 의원 논리대로라면, ‘강남 좌파’에 해당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서민의 적’이자 ‘짝퉁 진보’다. ⓒ뉴시스

‘윤희숙은 임대인’이라는 메신저 비난 기저에는 ‘부자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리 없다’는 오류가 깔려 있다. 메신저가 임차인이 아니라면 ‘임대차 3법’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모두 거짓이자 기만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고스란히 민주당에게도 해당된다. 민주당 의원 중 90%이상은 사회 엘리트층에 속하는 고소득자이자 고학력자다. 때문에 이들은 보수 세력으로부터 고소득·고학력 진보라는 의미의 ‘강남좌파’라는 단어로 공격받아 왔다. 민주당과 박범계 의원 논리대로라면, ‘강남 좌파’에 해당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서민의 적’이자 ‘짝퉁 진보’다. 이들 역시 임차인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을 펼칠 리 없다. 

이처럼 상대방의 편향성을 함부로 특정 짓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민주당이 한때 증오했던 방식이었다. 한국 정치는 지난해 ‘조국 정국’에서 양분돼 몸살을 앓던 바 있다. 다음은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남겼던 말이다.

“세상은 저를 ‘강남 좌파’라고 부릅니다. (중략)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합니까? 강남에 살면 항상 보수여야 합니까? (중략)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와 제도가 조금 더 좋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난해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中

민주당은 당시 조 후보를 적극 옹호하며 “금수저(부자) 정치인도 얼마든지 서민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 세력에서 제기한 '서민 코스프레', 즉 진보의 위선(僞善)에 대해 불쾌함을 표했다. 

그랬던 민주당은 현재 180도 바뀌어 그 어떤 정당보다 '메신저 공격'에 치중하고 있다. 표의 유불리를 따져 윤준병 의원의 '전월세 전환' 주장은 소수 의견으로 치부해버리고, 박범계 의원의 '메신저 공격'만 거들고 있는 모순이다. 

이에 강상호 국민대학교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수준 낮은 정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범계 의원의 발언뿐만이 아니다. 최근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서도 드러난 민주당의 공세에는 문제가 많다. 현상에 집착하고, 문제의 본질은 고찰하려 들지 않는다. 발언 내용을 살펴보는 것보다 ‘발언의 의도가 뭐냐?’라는 질문으로 대응해버린다. 그러다보니 주요 정책들을 다룰 시간이 '말꼬리 싸움'으로 허비되는 것이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범계 2020-08-06 10:49:44
박범계가 이글 제발 봤으면 좋겠다